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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유행의 과도기인 대한민국. 그러한 유행은 MZ세대를 주축으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저들 사이에서 열렬히 사랑받는 또 다른 밈(Meme)이 탄생했으니, 바로 ‘에겐’과 ‘테토’이다. 어딘가 익숙하지만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단어들, 지금부터 이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호르몬을 빌려


 

에겐과 테토는 신체 호르몬에서 비롯된 말로, ‘에겐’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을, ‘테토’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의미한다. 이는 주로 -여, -남과 같은 어미와 결합하여 에겐녀, 테토남 등의 합성어로 활용된다. 이러한 에겐-테토 이론은 네이버 블로거 이상수가 2021년 ‘연애 먹이사슬 호르몬 분석 글’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리며 두각을 드러냈다. 이후 2024년, 인스타툰을 연재하는 작가 내쪼가 내용을 새롭게 웹툰으로 그려내며 대중에게 보다 널리 확산되었다.


한때 성격 유형 테스트 MBTI가 커다란 열풍을 불러 왔듯, 에겐과 테토 역시 테스트로 제작되며 보다 주목받고 있다. 에겐-테토 테스트는 MBTI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주어진 질문에 답변하면 그를 토대로 참여자의 성향을 진단해 준다. 테스트 플랫폼별로 차이는 존재하나, 질문은 대게 ‘헬스나 축구 같은 활동적인 취미를 즐긴다’, ‘연애할 때 내가 먼저 고백하거나 관계를 주도한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질문을 거쳐 도출되는 성향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첫째는 감정이입을 잘하고 조화를 중시하는 ‘에겐’, 둘째는 경쟁심이 강하고 주도적인 ‘테토’이다. 이와 같은 테스트는 MZ세대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으며, 단순 테스트를 넘어 용어 그 자체 역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에겐-테토 이전에는 MBTI가, 그리고 그 전에는 혈액형 열풍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개인의 성향을 간단명료하게 분류하고자 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렇다면 MZ세대가 이토록 ‘유형화’에 열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자신을 정의하고자 하는 개인의 욕구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더하여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펜데믹 이후 사람들이 더욱 불안해지고, 집단에서 정체성과 소속감을 찾으려는 경향이 증가했다’며 그런 인간의 특성을 시대적 요인과 연결하여 설명하기도 했다.(CNN 인터뷰) 즉, 다양한 형태의 유형화는 인간의 본인을 향한 호기심과 집단화 및 범주화를 하고자 하는 성향으로부터 출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개인은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자꾸만 향하게 되고, 이와 같은 움직임들은 열풍을 불러왔다.

 

 

 

틀에 가두기


 

우리는 저마다를 하나의 단어로 수식하기까지, 그 일련의 과정으로부터 지금껏 몰랐던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타자와 소속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가려진 표피를 살필 때면 어딘가 모르게 찝찝해진다. ‘불편함’ 그렇다. 우스갯소리로 지나가는 말들을 들을 때 떠오르는 감정은 분명 불편함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편함은 어떠한 지점에서 기인했나.


인간은 무릇 가변성을 지니는 생명체이다. 상황과 시기에 따라 변화를 수반하며 언제나 동일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에겐-테토를 비롯한 ‘유형화 콘텐츠’는 그러한 특징을 무시하고 인간을 하나의 틀에 가두어 버리려 시도한다. 그리고 이렇게 굳어진 틀은 또 다른 고정관념이 되기 상이다. 한때 화제가 되었던 유행어 “너 T야?” 역시 그중 하나이다. MBTI에서 F는 감정형, T는 사고형에 해당한다. 감정과 인간관계, 조화와 배려를 중요시하는 F와 달리 T는 논리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객관적 판단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성향들에는 각각 프레임이 씌워졌는데, 특히 T의 경우에는 ‘공감 능력이 없다’는 이미지가 확고하게 형성되었다. 그렇게 대중은 T의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게 공감 능력이 부족한, 쌀쌀맞은, 현실적인 등의 수식을 부여하고는 언제나 그렇게 행동할 거라 믿으며 범주 안의 행동을 자연스레 기대한다. 또한 모든 행위는 개인의 역량임에도 불구하고 이 점을 살피기보다는 테스트로부터 도출된 표면적인 결과에서 모든 원인을 찾기 바쁘다.


이는 에겐-테토 역시 마찬가지이다. 결코 단 하나로 압축될 수 없는 인간을 특정 유형에 가두고, 그런 유형에 대해 호감과 비호감을 인식을 형성하는 모든 절차 그저 편견의 양산에 지나지 않는다. 유형화 트렌드는 더이상 개인을 정의하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줄곧 타자로 확장되어 타인을 재단한다. 인상에서도, 관계 맺음에 있어서도 대중은 다층성이 배제된 유형화의 결과만을 추종한다. 에겐-테토는 특정 단어로 단번에 범주화될 수 없는 개인을 이분법적 틀에 가두는 행위와 같다. 가변성을 지니는 인간을 스펙트럼이 아닌 양극단으로 분류하여 이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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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에겐-테토는 젠더적 측면의 ‘틀에 가두기’를 실현한다.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논의는 과거부터 이어져 왔고, 현대로 이행하며 더 비판받는 영역이다. 그렇기에 ‘여성스럽다’나 ‘남성스럽다’는 표현 역시 오늘날 다소 구시대적이고 전통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혀 있다. 이를테면 여성은 차분하며 긴 머리를 하고, 남성은 강인하고 짧은 머리를 한다와 같은 표현들은 유구했던 성 스테레오의 일환이기 때문에 지양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여성성과 남성성은 각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내포하고 있음은 물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층적이고 가변적인 개인을 사회가 만든 성의 역할 속에 가두어 버린다는 점에서 문제를 지닌다.


이는 현 사회에서 대다수가 인지하고 있는 사실일 테다. 하지만 더는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틀에 갇히지 말자 하였는데도, 이러한 울타리는 결코 허물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형태로, 보다 친숙한 모습으로, 가벼운 농담으로 몇 번이고 태어난다. 에겐-테토 역시도 그의 또 다른 형태 중 하나이다. 일각에서는 에겐-테토가 에겐남, 테토녀처럼 여성스러운 남자, 남성스러운 여자도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여성스러운’과 ‘남성스러운’이라는 수식어조차도 사회가 만들어낸 프레임에 지나지 않으며, 그러한 고정관념을 답습한 부산물에 불과하다. 모두에게 일정량 존재하는 호르몬의 이름을 빌려 여성과 남성을 투영해 구분 짓고서는 그저 한 성별에 많은 호르몬으로 여성성과 남성성을 표현한 것이라 둘러댄다. 그렇다면 몇 가지만 묻겠다. 에스트로겐이 생물학적으로 여성에게 조금 더 많다고 하여 그 자체가 여성을, 혹은 여성성을 상징할 수 있는가? 이때 여성성이란 누가 정의한 것인가? 미디어상에 에겐녀, 에겐남이라 칭해지는 이들로부터 비추어지는 이미지는 과연 호르몬의 탓인가, 사회적 인식에서 기인했는가? 시대는 한발 나아갔으나, 사회는 무엇도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스테레오타입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한낱 빗발치고 지나갈 유행에 왜 그리 예민하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보잘것 없다 칭하는 ‘유행’이야말로 현 사회의 기류를 표상하는 또 다른 형태이지 않은가. 다수에게 주목받는 문화는 무르지만 동시에 견고한 모습으로 각자에게 스며든다. 주류는 때때로 개인을 무뎌지게 하며, 다수의 곁에서 우리는 안도하고 눈앞의 것을 용서한다. 이토록 많은 이들이 함께하므로 용인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의 고착화는 대게 그렇게 시작된다. 그들은 고의적인 악함도, 그리고 문제의식도 부재한 상태에서 단지 둔감해진 의식을 가진 채 저도 모르게 편견 혹은 혐오에 일조한다. 프로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무의식은 꿈 혹은 농담과 말실수를 통해 표출된다고. 우리가 별것도 아니라며 에두르는 농담이야말로 사회의 무의식이 반영된 산물이다. 그렇기에 유행이, 문화가 결코 스쳐 가는 찰나로 치부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 안에 투영된 사회는 이렇게 말한다. 현시대는 딱 이만큼 나아 왔다고. 이러한 발화가 아무렇지 않게 오고 가는 시대. 누구도 불편하다 말하지 못하고, 드러낸다 한들 그 모든 것이 ‘예민’으로 압축되는 시대. 우리는 그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가 예민으로 여겨지지 않는, 마음껏 불편해할 수 있는 시절이 분명 도래하리라는 믿음으로, 소망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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