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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폭염과 폭우가 연이어 교차하는 변덕스러운 날씨다. 종잡을 수 없는 여름날은 몸도 마음도 안녕한지 주변인들의 안부마저 궁금하도록 만든다. 올여름이 그나마 가장 시원할 거라는 얘기에 남은 여름이 절로 아득해진다. 이 뜨거운 계절이 언제 어떻게 기승을 부릴지 예측이 안 된다. 성질머리로 보아선 더하면 더했지 여기서 절대 덜하지는 않을 거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것을 지양하려 하지만 또 그러기 쉬운 게 여름 날씨다. 고르지 못한 날씨에 감정적으로 휘둘리기 쉽다. 자칫 휩쓸렸다간 예측 불가한 오늘의 날씨처럼 마음까지 멋대로 날뛸지도 모르겠다. 부디 내면의 불안으로까지 번지지 않도록 저마다의 방패를 만들 일이다.


요즘 나는 슴슴한 여름나기로 분주하다. 불확실한 여름에 지지 않기 위한 나름의 몸부림과도 같다. 7월을 잘 지내어 넘기는 일에 신경을 쓰고 있다. 작은 루틴들을 꾸준히 실행하며 몸과 마음에 수시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나도 모르게 스멀스멀 고개를 치켜드는 불안에 맞서기 위함이다.


ABC주스를 만들어 먹고, 면치기를 하며 속을 시원하게 유지하고, 뛰진 않지만 빠르게 걷는 운동으로 전보다 몸을 더 챙기고 있다. 또 불안한 마음을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직면한다는 유명 배우의 불안 다스리기 법을 따라하고 있으며, 여름이 왜 좋고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씩씩하게 설명하는 어느 작가처럼 나 역시도 이 계절에 한번 최선을 다해보자는 다짐을 했다.


어느 한 인간의 슴슴한 여름나기로 받아들여지면 좋을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각자의 여름 안에서 건강하고 무탈하기를 바란다.




몸을 위해 하는 일


 

1. 무병장수의 맛 ABC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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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주스를 마시기 시작했다. 하루에 하나쯤은 몸에 착한 걸 먹고 싶었다. 주스는 푸드스타일러가 만들어 준다. 사과, 비트, 당근을 썰어서 기계 안에 차곡차곡 넣고 작동 버튼을 누르면 자기가(?) 알아서 잘 만든다. 홈 메이드 ABC주스를 처음 마셨을 때의 맛을 기억한다. 무병장수할 것 같은 맛이다. 어이없을 정도로 무첨가의 맛이 났다(시판 ABC주스 맛은 안 먹어봐서 잘 모르겠다). 한 모금 마시고 이게 뭔가 싶어 그냥 만들지 말자고 생각했다가 며칠 더 먹어보고도 싶은 궁금증을 따라갔다.


한 입에서 두 입, 반 잔에서 한 잔, 그리고 매일. 관두지 않고 버티길 잘했다. 서서히 입맛을 길들이다가 결국 채소만의 단맛을 깨닫게 됐다. 기존의 맛 카테고리 옆에 새 폴더가 생성되는 순간이다. 냉장고에 시원하게 보관한 ABC주스는 더울 때 꺼내 마시는 무해한 청량음료로도 손색이 없다. 속도 편하고 포만감도 있어서 귀찮을 때 한끼 식사로 딱이다. 전보다 한결 가뿐해진 내 몸이 마음에 든다.



2. 시원한 면 요리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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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면순이’다. 하루의 끼니가 자꾸 면으로 겹쳐도 땡큐고, 엄마표 콩국수를 먹을수만 있다면 수백 알의 콩까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면순이에게 여름은 사랑할 면 요리가 많은 계절이다. 얼음이 살짝 곁들여진 고소하고 진한 콩국수 국물을 쭉 들이켤 때, 매콤한 비빔국수로 입안이 상큼하게 얼얼할 때, 순한 평양냉면을 다 비우고 개운함이 몰려올 때 충만한 기쁨을 느낀다. 볼록해진 배를 손으로 둥둥 두들기며 ‘뭐, 여름 그럭저럭 버틸 만하네?’ 생각한다. 시원한 국수 앞에 앉아 면치기를 하는 동안은 무더위도 잠시 만만해진다.



3. 먼저 가세요. 저는 그냥 이렇게 걷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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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걷기’는 체력 유지를 위해 지금까지 꾸준하게 하고 있는 운동이다. 뛰는 것은 아니고 살짝 빨리 걸을 뿐이라 운동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꽤 오래 해온 일이기에 스스로 정식 운동이라고 우기고 있다. 해가 서서히 떨어지는 낮시간의 끝자락이나 선선한 초저녁 시간대에 운동을 나간다.


3km 산책로를 걸으며 여러 사람들을 스쳐지나가는데 생각보다 러너가 꽤 많아서 매번 놀란다. 팔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앞으로 쭉쭉 치고 나가는 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조바심을 느끼는 나. 열정적인 러너의 기운에 괜히 내 걸음을 점검하게 된다.


솔직히 말해서 나의 걷기에는 어떠한 기교도 들어 있지 않다. ‘잘한다’가 없다. 이것마저 ‘잘’의 영역으로 가버린다면 너무 피곤할 것 같다. 걷기는 가장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 일이자 만만해서 오래 하고 싶은 일이다. 그저 꾸준히만 하면 되는 이 일을 놓치고 싶지 않다.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이 일을 하며 ‘잘’을 논하지 않을 것이다. 빠른 발의 사람이 때때로 맘을 흔들지언정 ‘먼저 가십시오, 저는 제 페이스로 한 바퀴 완주하겠습니다’ 이런 주문을 되뇌이며 오래 걷고 싶다. 내 몸도 그러길 바랄 거다.




마음을 위해 하는 일



1. 불안, 생긴 대로 끌어안기



영상출처: 유튜브 채널 LIFEPLUS TV <배우 박정민이 ‘불안’을 다스리는 법>

 

 

20분짜리 인터뷰 영상을 시청했다. 대화의 골자는 불안. 불안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고 있냐는 질문에 (나의 최애)배우 박정민은 “불안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그냥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불안하지만 그럴수록 최선을 다해 보려 한다는 그의 태도는 인상적이었다.


불안은 어떻게 해도 사라지지 않는 감정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어쩌면 애초에 다스릴 수 있는 감정이 아닐지도 모른다. 불안을 그저 부정의 영역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함께 데리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편이 더 낫겠다. 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직면하되 우선은 주어진 오늘 하루에 최대한 집중해 보는 것이다.


불안의 형태는 각자 다 다르겠지만 있는 그대로 끌어안는 연습을 해야겠다. 불안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쉽지 않겠지만 좋아하는 일에 순간순간 집중하면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하루를 채울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중이다.



2. 이 계절, 나만의 시각으로 정의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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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 중에서 가장 애정하는 책은 김신회 작가의 <아무튼 여름>이다. 작년에 처음 접한 책인데 돌아온 여름에 다시 읽으니 역시나 좋다. 읽으면서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애정하는 여름의 진면목을 또렷하게 짚어서 조곤조곤하면서도 단단하게 설명하는 작가의 태도가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이 난봉꾼 같은 계절에게 이런 매력이 있었나?’ 하고 여름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통과하는 계절을 나만의 시각으로 정의해 보는 것도 건강한 작업 같다. ‘나라면 이 여름을 어떻게 정의해 볼 수 있을까?’ 하고 내게도 적용시키는 것이다. 페스츄리처럼 겹겹이 존재하는 수많은 매력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려는 사람에게만 보이지 않을까? 여름을 다채롭게 사랑하는 작가처럼 나 또한 올여름을 그렇게 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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