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세 사람이 둘러앉은 저녁 식사 장면으로 시작된다.
엄마, 아빠 그리고 렌. 세 사람은 단란해 보이지만 어딘가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엄마와 아빠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무언가 어색해 보이고 그 사이에서 딸인 렌은 해맑은 표정과 말투로 둘 사이를 기웃댄다.
영화 『이사』는 어린 소녀 렌의 시각으로 부모님의 불화와 이혼을 담은 이야기이다. 함께 밥을 먹은 이후 아빠는 결국 렌과 엄마를 두고 집을 나가게 된다. 엄마와 단둘이 살게 된 렌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해맑음을 유지한 채 다시 세 가족이 함께할 날을 기대한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다르게 엄마와 아빠의 사이는 좀처럼 회복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아빠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하고, 엄마는 그런 아빠와 함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쩌면 아이보다도 덜 성숙해 보이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그 둘 사이에서 해맑은 모습을 유지하는 주인공 렌의 모습이 참 어른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영화 중반부 엄마와 아빠의 다툼이 극을 향하며 렌은 그들에게 왜 자신을 낳았냐고 소리친다. 부모의 이혼과 다툼으로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게 되는 평범한 아이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영화 속 렌은 자주 어디론가 달려간다. 엄마에게서, 아빠에게서, 친구에게서, 학교에서. 마치 혼자가 되어야만 자신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듯, 렌은 혼란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거리를 둔다. 세 가족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혼자가 되기를 원한다. 집을 나간 아빠, 이혼을 결심한 엄마, 도망치듯 달려가는 렌.
영화 후반부 렌은 엄마, 아빠 모두를 비와 호수로 불러내 가족 여행을 계획한다. 과거 화목하던 때 가족여행을 오던 호수에서 렌은 다시 가족이 기적적으로 하나 되는 것을 바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호수에서 렌은 어딘가로 달아나며 다시 혼자가 된다. 축제가 열리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그녀는 비로소 진정으로 혼자가 되며 스스로를 마주한다. 과거를 비롯한 환영을 경험하며 렌은 비로소 과거를 놓아주고 무언가를 깨닫는 듯하다.
영화는 활짝 웃는 렌이 거리를 지나며 앞으로 걸어오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마치 과거는 놓아주고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렌의 의지인듯 보인다.
영화를 보며 초반에는 어른인 부모가 아이처럼 보이고, 그 사이에 껴있는 렌은 어른 같아 보였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엔, 철없던 어른들과 여전히 어린 렌, 결국 모두가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렌은 비로소 주체적인 존재로서 스스로의 삶을 딛고 선다. 아픈 과거를 묵묵히 감싸 안고, 자신의 발로 한 걸음 내딛는 아이. 렌은 그 기억들을 조용히 떠나보내고 이제는 자신만의 속도로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그 모습은 마치 영화 제목처럼, 삶의 터전이 아닌 마음의 터전을 옮기는 ‘이사’처럼 느껴진다.
그녀의 이사를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