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아멜리에>는 혼자였던 주인공 아멜리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도우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빨간색과 초록색이 돋보이는 색감과 중간중간 흑백 필름이나 애니메이션을 삽입하는 독특하고 세련된 연출을 사용하여 시각적으로 인상 깊다. 이러한 연출 때문에 처음 이 영화를 접할 때는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어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할 때 항상 이렇게 말한다. "머리로 사건들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마음으로 아멜리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크레딧이 올라갈 때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영화 속 아멜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특별한지,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1. "나"를 소개하기

우리는 살면서 자주 자기소개를 하게 된다. 이 영화 또한 아멜리와 그녀의 가족들을 소개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이 영화 속 소개는 독특하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싫어하는 것은 '수영장에서 나올 때 수영복이 몸에 딱 달라붙는 것'이고 어머니가 좋아하는 것은 '마룻바닥 광내기'와 같은 남들은 잘 알지 못하는 작은 디테일들, 즉 TMI가 장황하게 나온다. 신기하게 이러한 사소한 설명들만으로도 그 인물이 어떤 사람일지 짐작할 수 있게 되며 그로 인해 인물에 생동감이 더해진다. 아멜리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 대신 관객들의 표정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녀가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얼마나 섬세한지 잘 보여준다. 남들이 보지 않을 때 몰래 곡식 자루에 손을 넣는 아멜리의 습관은 그녀의 장난기와 엉뚱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라면, 나에 대해서는 어떤 나레이션이 나올지 상상해 본다. 나는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을 좋아할까? 남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 나에게는 "별일"이 되는 그런 것들. 그런 작은 TMI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결국 내가 나를 이해하고 행복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나에게 특별한 것 수집하기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각자 자신만의 특별한 것을 수집한다. 아멜리는 물수제비를 뜨기 위해 돌멩이를 주워 주머니에 모은다. 뼈가 약해 집 안에만 있을 수 있는 이웃 할아버지 '듀파엘'은 매년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그림 컬렉션을 키운다. 아랫집에 사는 '지나'는 외도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그의 편지 뭉치를 소중히 간직한다. 아멜리가 한눈에 반한 청년 '니노'는 포토부스에서 버려진 사진들을 모아 앨범에 붙이고 덜 마른 시멘트에 찍힌 발자국 사진들을 수집한다.
이들이 수집하는 이유는 취미, 결핍, 사랑 등 각기 다르다. 그러나 수집품들은 공통적으로 개인의 세계관을 담고 있는 창고이자 세상과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하는 통로이다. 마치 김춘수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구절처럼, 인물들이 수집한 것은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그들만의 이야기를 담은 존재로 변한다. 그래서 아멜리는 수집품을 통해 인물들의 삶 속에 파고들어 그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나에게 특별한 것을 수집하면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더 많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수집을 통해 나만의 감정과 이야기를 담은,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세계에 가까워질 수 있다.
3. 마음을 담아 소통하기

아멜리는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성장한다. 그녀는 우연히 자신의 집에서 보물 상자를 발견하고 보물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애쓴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있었던 아멜리는 현실 속 주변 인물들의 도움을 받으며 주인에게 무사히 상자를 돌려준다. 기뻐하는 그의 모습에 감동하며 아멜리는 이타적으로 살기로 다짐한다. 그녀는 부하직원을 괴롭히는 채소 가게 주인 콜리뇽을 골탕 먹이고, 앞이 안 보이는 할아버지를 역까지 안내하기도 하며, 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지나를 위해 그리움을 담은 편지를 남편 대신 써서 전달하는 등,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한 작은 행동들을 이어간다. 이 모든 행동들은 그녀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나누고 싶다는 진심에서 비롯된다. 특히, 듀파엘과 그림 속 여인의 표정에 대해 의논할 때, 아멜리는 여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대입하며 생각을 표현하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아멜리는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스스로도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영화에서 아멜리가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며 성장하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타인과의 소통에서 더 많은 기쁨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4. 용기를 내어 모험하기

아멜리는 니노를 만나기 위해 여러 계획을 세우지만 막상 그를 대면하게 되었을 때는 겁이 나서 도망친다. 그 순간, 듀파엘이 아멜리에게 말한다.
"네 뼈는 유리처럼 약하지 않아.
넌 삶의 어떠한 역경도 헤쳐 나갈 수 있어.
지금 이 기회를 놓쳐버리면 결국 네 심장은 내 슬픈 몰골처럼
앙상하게 말라 산산조각 나고 말 거야.
그러니까 얼른 가서 그를 붙잡아."
듀파엘의 말에 아멜리는 용기를 내어 니노와 마주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영화는 아멜리와 니노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며 끝난다. 영화가 시작할 때 혼자였던 아멜리는 겁이 많고 소심했지만 자신을 가두고 있던 틀을 깨고 사랑하는 니노와 따뜻한 이웃들을 만나며 행복을 찾는다. 이처럼,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용기를 내어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겁이 나서 도전하지 못했던 일, 혹은 시간 없어서 넘겼던 일, 그 모든 것들이 우리를 성장시키는 작은 모험일 수 있다.
끝으로

"당신이 없는 오늘의 삶은 어제의 찌꺼기일 뿐"
영화를 보고 나서 오래도록 마음에 남은 로맨틱한 구절이다. 나는 여기서 "당신"이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당신"은 자신을 알아가려는 노력, 일상에서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여정, 그리고 매일의 작은 모험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으로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을 때, 오늘의 삶은 비로소 어제의 찌꺼기를 넘어서는 진정한 삶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