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최근 뮤지컬계에서는 마음의 병을 다루는 작품들이 꾸준히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이 작품들은 정신질환을 앓는 인물과 그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섬세하게 조명하며, 다양한 연출 기법을 통해 인물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바로,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디어 에반 핸슨>, 그리고 <넥스트 투 노멀>이다.

 

 

 

잘못된 감정은 없어,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는 경계성 인격장애(BPD)를 가진 주인공 키키가 겪는 불안정한 대인 관계와 정체성의 혼란을 다룬다. 키키는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과 감정 기복으로 인해 주변 인물들에게 과도하게 집착하고,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반복한다. 키키의 주변 인물들은 이러한 관계의 불안정 속에 혼란과 고통을 겪었으며, 작품은 이들의 인내와 상처 또한 함께 보여준다.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무대 세트는 마치 키키의 불안정한 내면처럼 끊임없이 변형된다. 또한, 특정 공간이 갑자기 닫히고 열리는 연출을 통해 키키의 급격한 감정 변화와 혼란스러운 내면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키키의 감정 기복과 충동성을 나타내기 위해 갑작스럽게 색깔이 변하거나 깜빡이는 조명 효과와 더불어 갑자기 템포가 빨라지거나 불협화음이 강하게 터져 나오는 음악적인 구성을 활용하기도 한다.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는 경계성 인격장애(BPD)를 앓는 키키의 이야기를 통해 '잘못된 감정은 없다.'라는 위로를 전한다. 키키가 자신의 병을 인지하고 치료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마주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정신질환이 결코 숨겨야 할 것이 아니며, 치료와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회복하고 건강한 삶을 찾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감정들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당신을 찾아낼게요, <디어 에반 핸슨>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은 사회 불안 장애를 앓는 에반 핸슨이 겪는 고립감과 소통의 어려움을 그린다. 에반은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극심한 외로움을 느끼고, 부모님과의 소통 역시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 놓인다. <디어 에반 핸슨>에는 에반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립감을 느끼는 다양한 학생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에반의 고립은 무대 위에서 에반에게만 떨어지는 핀 조명이나 다른 인물들과 에반 사이에 물리적인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강조된다. 에반은 작은 오해에서 시작된 거짓말을 통해 코너의 가족과 소통하며 처음으로 소속감을 느낀다. 무대 배경에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SNS 피드를 영상으로 보여주며, SNS의 영향력과 소통에 있어 에반이 느끼는 압박감과 혼란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에반의 소극적이고 불안한 성격을 반영한 그의 솔로곡은 대부분 조용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시작하고, 압박을 느낄 때는 음악이 점차 커지거나 불협화음이 섞이는 등의 변화로 그의 내면을 강조한다. 에반은 주로 움츠러들거나 시선을 피하고, 손을 꼼지락거리는 등의 몸짓을 사용하여 불안한 심리를 드러낸다. 에반이 치료 차원에서 자신에게 쓴 편지는 오해와 관계의 시작임과 동시에 그의 불안과 거짓말을 드러내는 중요한 상징이다. 결국 진실이 드러나면서 에반이 거짓말로 맺어온 관계들은 파국을 맞았지만, 에반은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건강한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게 된다.


<디어 에반 핸슨>은 사회 불안 장애를 겪는 에반의 이야기를 통해 타인과 연결되는 것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삶에 있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보여준다. 또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정한 모습으로 타인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요하며, 진실한 유대감과 소속감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위로를 전한다.

 

 

 

어쩜 난 지쳤나 봐, <넥스트 투 노멀>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양극성 장애를 앓는 엄마 다이애나와 그녀의 정신질환으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들의 관계를 매우 세밀하게 그려낸다. 남편 댄은 다이애나의 병을 묵묵히 견뎠지만, 그녀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과 치료 거부에 지쳐가고 있었고, 엄마의 병으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딸 나탈리는 엄마와의 관계에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게이브는 오래전 죽은 다이애나의 아들이며, 그녀의 환각이자 트라우마의 상징이다. <넥스트 투 노멀> 이들의 관계 속에서 사랑과 헌신, 좌절과 체념, 그리고 상처와 치유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다이애나의 집은 다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층은 이 가족 구성원들의 분리된 내면과 심리적 거리를 상징한다. 특히 다이애나가 약을 복용하거나 상담을 받는 장면에서는 공간이 왜곡되는데 이는 다이애나의 정신상태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급격하게 밝아지거나 어두워지는 조명 연출과 빠르고 경쾌한 멜로디와 느리고 침울한 멜로디의 교차는 양극서 장애로 인한 그녀의 기분 변화를 표현한다. 게이브가 등장할 때는 그가 다른 가족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임을 암시하기 위해 특수 조명 효과를 사용하고, 게이브의 노래는 몽환적이거나 유령 같은 음색으로 그가 다이애나의 환영임을 강조한다.


<넥스트 투 노멀>은 고통과 갈등 속에서도 서로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가족 구성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평범함에 가까운'이라는 뜻의 제목 'Next to Normal'처럼 다이애나의 양극성 장애로 일반적인 평범함에서 벗어났지만, 다시금 그 평범함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깊은 공감과 함께 진정한 의미의 회복과 치유는 무엇인지를 묻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처럼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디어 에반 핸슨>, <넥스트 투 노멀>은 음악, 연기, 무대 연출 등 다양한 예술적 요소를 통해 정신질환이라는 복잡하고 민감한 주제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불안, 우울, 외로움, 소외감, 관계의 어려움 등은 더 이상 특정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거나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뮤지컬은 이러한 감정들을 음악과 스토리텔링으로 보여주며, 관객들로 하여금 이 이야기를 단순히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 또는 내 주변 사람의 이야기'로 인식하고 이해하게 만들고 무대 위에서 자신과 유사한 고통을 겪는 인물을 보면서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위로와 공감을 이끌어낸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