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여러 가지와 이별을 맞을 준비를 했다.
길고 길었던 학창 시절의 마지막 시험을 끝내고, 후련함과 시원섭섭한 마음이 공존한 채 캠퍼스를 떠났다. 이제는 자주 볼 수 없을 풍경들을 눈에 꾹꾹 담으며, 좋은 추억과 인연을 남겨준 학교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남들보다 늦은 졸업에 조급해진 마음으로 마지막 학교 생활을 했지만, 막상 학생 신분을 벗어난다니 아쉬운 마음만이 남았다. 학생의 나도, 나의 학교도 이제는 모두 안녕이다.
아트인사이트와도 작별 인사를 고할 때가 다 되어 간다.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했던 글들을 쭉 읽어보았다. 고작 반 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인데도, 벌써 오래전 일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보이는 글을 쓴다는 설렘과 부끄러움이 공존했지만, 이제는 꽤나 덤덤하게 원고를 마감하는 내가 남아 있었다.
올해 2월 중순, 유럽에서 귀국한 직후의 나는 꽤나 울적했다. 행복한 기억으로만 가득했던, 색으로 비유하자면 파스텔 빛깔의 추억으로 가득 찼던 그곳에서의 모든 기억은 곱게 접어두고, 칙칙한 현실의 색으로 물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몹시 싫었다. 아직 시차 적응도 덜 된 2월 말, 내 기억의 색이 여전히 맑을 때 이 감정과 추억을 글로 남기고 싶어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두 번째 썼던 글이었나, 흐로닝언에 여전히 남겨두고 온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를 썼었다. 그 글에서는 이별에 대한 미성숙한 자세를 포용하면서도, 다음번에 맞을 이별에는 담담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하지만 막상 다가온 또 다른 이별, 나의 글 자취를 남겨왔던 공간과 헤어질 생각을 하니 아쉽기만 하다.
언제쯤 이별에 대해 덤덤해지려나 고민하면서도, 그래도 새로운 이별은 언제나 내게 더 큰 성장을 가져다주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좀 괜찮아진다.
생각해보면 나는 늘 무언가를 끝내고 나서야 또 다른 시작을 시도할 용기를 내곤 했다.
갑자기 글을 쓰다가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작년 11월, 학교에서 꽤나 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잠깐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문득 혼자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5분 만에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하고, 며칠 뒤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떠났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 비행기를 타고, 처음 가보는 나라와 낯선 언어에 둘러싸여 돌아다녔을 때 “이거 정말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과 함께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겼다.
그렇게 떠난 코펜하겐 여행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가 있었다. 숙소였던 에어비앤비의 집주인이었는데, 아르헨티나에서 온 친구였다. 간밤에 긴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코펜하겐에 이렇게 멋진 집을 가지고 있는 그 친구가 부러웠고, 그 친구는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안전하고 든든한 모국을 가진 나를 부러워했다.
나는 종종 내가 가진 것에 대해 잘 잊고, 누군가를 쉽게 부러워한다. 그런데 또 다른 누군가는 나를 보고 부러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그 순간, 세상의 모든 질투가 아무렇지도 않아졌다.
코펜하겐 여행에서 느낀 게 참 많았는데, 잠시나마 잊고 있던 기억을 이렇게 글로 정리하며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어쩌면 이게 글을 쓰는 것의 순기능이 아닐까 싶다. 글을 쓰면서 잠시나마 잊고 있던 기억들을 되돌릴 수 있었던 이 순간들이 참 좋았다.
누군가 “요즘 뭐하고 지내세요?”라고 묻는 질문에 수줍게 웃으며 “글 쓰고 있어요”라고 말할 공간은 이제 내게 남아 있지 않겠지만, 남긴 글의 자취는 영원히 이곳에 남아 있을 터이니, 종종 찾아와 나의 흔적을 들춰보곤 해야겠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해준 아트인사이트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