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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사실 내가 이 영화에 대해 온전히 잘 이해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화의 스타일 자체가 비범한 건 분명하다. 이런 영화는 일반적 영화들 혹은 완성도 있는 웰메이드 영화들이 시도하는 정석적인 서사 구조와 스타일을 완전히 거부하고 철저히 본인만의 스타일로 밀고 나가는 영화라 생각한다.

 

니콜라스 빈딩 레픈 감독의 드라이브 혹은 스티브 맥퀸 감독의 셰임 같은 영화도 그런 류의 영화들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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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처음 시작부터 바로 아내가 차에 충돌하여 죽는 장면을 마치 짧은 에필로그 형식으로 보여준다. 그 뒤 바로 병원에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그녀의 남편, 즉 이 영화의 주인공인 데이비스가 그 병원에서 자판기로 m&ms 초콜릿을 사려다 그 초콜릿이 걸려서 나오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시작으로 영화의 주 내용이 전개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누군가의 죽음이 이렇게 영화 극초반부에 등장하는 것도 드물 뿐더러, 그 죽음에 가장 타격이 클 인물인 남편이 그런 죽음에 그토록 태연하게 반응하는 영화도 굉장히 드물다. 그걸 통해 나는 이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루려는 것은 아내의 죽음 혹은 그 죽음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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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데이비스라는 인물 자체가 원래 좀 특이한 사람인건지 말그대로 너무나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잠깐 정신이 나간사람 처럼 행동하게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아마 원래 그랬다기보단 정말 갑작스러운 사건에 대한 고장난 반응이 아닐까한다.

 

그런 반응을 짦게 보여준 장면이 아내를 추모하는 자리에서 혼자 거울을 보며 울려다가 이내 다시 무표정으로 급변하는 장면이 아닐까한다. 뭔가 본인 자체가 슬프다기 보다는 이런 상황에선 보통 슬픈게 맞기에 그에 맞춰 울려다가 또 본인의 감정은 그다지 그렇지 않은데 우는게 맞을까 하는 그런 여러가지 내면적 방황이 그런 표정에서 드러난게 아닐까한다.

 

아무리 그래도 아내가 죽었는데 일단 슬픔과 고통이 먼저 오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그가 너무 태연해 오히려 그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처럼도 보이지만 후반부 그가 그의 시아버지에게 고백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그 역시 아내를 사랑했지만 사랑 자체에 대한 표현에 무심했고 어쩌면 그가 아내의 죽음 이후 직면해야했을 그 감정을 계속 유보하면서 남들이 보기에 어처구니 없는 행동들을 해나간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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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느꼈어야 할 감정을 유보할 시에 또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만약 감정없이 어떤 커다란 사건에 대해 무덤덤하게 반응한다면 그 사람은 어떤 상태의 인간으로 변모하게 되는지 등 여러모로 어떤 감정의 진폭이 큰 사건의 발생과 그에 대한 인간의 감정과 상태에 대한 흥미로운 고찰을 담은 영화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주제를 다룬 다른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는 다소 기괴하게도 보이고 어처구니없게도 보이고 이게 뭔가하는 생각도 든다. 흥미로웠던 설정은 그가 그의 속마음을 터놓고 말할때가 없으니 답답한 마음에 그 고장난 자판기 회사에 항의편지를 보내는 식으로 계속 그의 속마음이 나레이션 형태로 나오는데 그 편지에 대한 답장이 전화로 그에게 걸려오면서 그 사람과 인연이 시작되는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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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 여인과 이 사람과의 미묘한 기류 혹은 어떤 로맨스를 다룬 이야기일까 했는데 역시나 그것 또한 이 영화에선 단지 스쳐지나가는 설정일뿐 그보다 중요한 건 그녀의 아들과 데이비스와의 교감이었다.


데이비스와 그녀의 아들은 다른 듯 비슷한 점도 많은 인물이다. 사고로 아내를 잃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사는 데이비스와 또래와 달리 다소 엽기적이고 성숙하게도 보이는 행동과 언행을 일삼는 그녀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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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지고 마치 어떤 사회가 만들어낸 인간이라는 형상으로부터 멀리 도피되어 소외된 인물처럼도 느껴진다. 그 둘이 서로 집도 망치로 부수고 숲에서 총을 쏘고 노는 장면들은 결국 세상의 시선이 존재하지 않는 그들만의 공간에서 그들이 그들의 감정을 표출하는 방식일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 혹은 사회가 만들어낸 어떤 상황을 직면했을때의 반응과 상태에 대해 혐오감을 갖고 표현방식이 다른 이들은 어떻게 그런 상황에 반응하는지를 아주 스타일리쉬하면서 시니컬하게 보여주는 영화라 생각했다.

 

그런 느낌이 아주 묻어난 장면은 데이비스가 그만의 세계에 갇힌듯 선글라스와 헤드셋을 끼고 거리를 걸을때 그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지만 그의 주변인들은 앞으로 가는듯하다 다시 뒤로 역행하듯 이동하는 장면이다. 중경삼림에서 양조위와 그 여인이 커피를 마실때 주변인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스템프린팅 기법이 떠오르기도 했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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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그가 시아버지에게 부탁한게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회전목마를 누구의 자식들인지는 몰라도 그들과 같이 타도록 부탁한 것 같다.  그것이 의미하는 건 이전에 버려진 회전목마에 대한 어떤 이의 말, 토악질 나오는 롤러코스터에 사람들이 푹 빠져 그런 회전목마가 이제는 점점 인기가 없어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던 말과 맞닿는 측면있는 것 같다.

 

결국 폭풍처럼 휘몰아쳤던 아내의 죽음 이후의 일련의 과정들, 즉 롤러코스터와 같았던 그 일상들로부터 잠시 떨어져 잠시동안 잔잔히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그 혹은 그 주변인들에게 필요했던 게 아닐까 한다. 그래서 데이비스는 회전목마라는 놀이기구를 이용해 그런 시간을 잠시 마련했던 것 같다.

 

표현이 굉장히 절제되어 있지만 많은 사색을 하게 되는 묘한 영화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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