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집에서는 시간이 보인다. 소위 말하는 '생활감'도 비슷한 맥락이겠다. 그곳에서 누군가가 시간을 보냈다는 흔적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가구나 물건에 남아 있는 스크래치, 벽에 남은 작은 자국과 얼룩,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킨 것 같은 빛바랜 책들을 보다 보면 시간은 다분히 시각적인 요소다.


그래서 집에서는 사람이 보인다. 공간을 채운 모든 물체, 그리고 그 물체에 시간이 쌓이며 자아내는 분위기가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했고 즐겼는지, 그리고 지금도 무엇을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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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측면에서 [타샤의 집]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동화 작가이자 화가인 타샤 튜더를, 그가 살아온 시간을 담은 집을 통해 보여주는 하나의 이야기다. 질감은 다소 거칠고 색감은 따스해 마치 그의 오래된 삽화를 연상시키는 사진들과 함께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충만하고 보람찬 그의 삶이 나타난다.


책에서는 '내 손으로 직접 가꾸는' 삶을 추구한 타샤 튜더가 손으로 빚어낸 모든 것들을 정성스럽지만 과하지 않게 담아낸다. 박물관에서나 봤을 법한 베틀로 천을 짜고, 손을 쉬지 않고 움직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그의 모습은 어느 정도 감탄스럽지만, 필자의 담담한 어투와 차분하고 안정감 있는 색감의 사진이 어우러져, 독자가 자연스럽게 그 생활 속에 스며들게 만든다.

 

 

 

매력적인 불완전함에 대하여


 

 

세스가 '코기 코티지'를 완공하는 데는 3년이 걸렸다. 외장이 완성되자, 내부 공사에 돌입했고, 일부러 문지방과 문틀을 약간 휘게 만들었다. 그가 보기에 그런 매력적인 불완전함이 이 집의 특징이었다. "나름대로 불완전함이 없는 예술 작품은 없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그는 일부러 낮게 만든 문을 고개를 숙이고 지나간다. (p36)

 

 

타샤 튜더의 아들인 세스 튜더는 타샤가 머물렀던 버몬트의 집을 직접 지으면서 '매력적인 불완전함'이 집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 키워드야말로 책 전반에 드러나는 타샤의 삶을 설명하는 가장 적확한 표현이라고 느껴진다.


사실 완전함이란 일종의 이데아 같은 것이라 모두가 동의하는 완전함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손으로 만든 것이 완전하지 않다는 말에는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다. 그 순간의 온도, 습도, 더 나아가서는 나의 마음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것이 내 손의 움직임이다. 그러니 매 순간에 똑같은 바구니, 똑같은 천을 짜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 타샤가 손으로 만들어낸 것들을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완전하지 않다는 건 곧 개성을 지녔다는 뜻이고, 그것이야말로 각자의 고유한 가치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물건들은 완전함에 대한 추구 없이도 각자의 자리에서 그 역할을 멋지게 해낸다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이들이 집안의 곳곳에 자리를 잡고 시간과 함께 추억이라는 가치를 더해가고 있기에 타샤의 집이 더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

 

 

 

자연의 시간과 같은 속도로 살아가는 삶이란


 

 

타샤는 제철에 피는 꽃에 감탄한다. 식물의 살아 숨쉬는 모습을 그림에 담거나 꽃병에 꽂아 집 안 여기저기에 놓아두고 싶어 한다. (p64)

 

타샤에게 가을은 갑자기 오지 않는다. 가을맞이에 앞서 여러 가지를 준비한다. (p133)

 

 

매력적인 불완전함이란 타샤가 느끼는 시간의 흐름에서도 드러난다.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 끊임없이 바뀌는 시간의 흐름은 사실 고단하고 귀찮은 것일 수 있다.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항상 쾌적할 수 있다면, 항상 편안할 수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완전한 삶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유한한 시간, 불가역적인 흐름은 사람을 항상 고민하게 만든다.


하지만 타샤에게 시간의 흐름은 불편함을 동반하기에 더 매력적인 듯하다. 제철에 피는 꽃에 감탄하고 그 시기에만 만날 수 있는 아름다움을 만끽하고자 노력하는 타샤의 관점에서는, 시간이 유한하지 않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문제일 것이다. 제철이란 유한하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므로.


그리고 시간의 흐름은 타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시간에 맞춰 이다음 나에게 찾아올 시기를 준비한다. 타샤는 가을이 오기 전에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충분히 하고, 가을이 왔을 때는 그 시기를 충분히 즐긴다.


봄맞이, 가을맞이 등은 흔한 표현이지만, 여유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나만 해도 봄도 여름도 맞이한 기억이 없는데 어느새 훌쩍 그 시기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던 기억이 많다. 그리고 이럴 때는 괜스레, 내가 생각한 것보다 빠르게 흘러가는 듯한 시간이 야속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다가오는 시간을 '맞이'하는 타샤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자연의 시간과 그의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흘러가고, 그렇기에 그는 조급하지도 게으르지도 않다. 그저 매 순간을 충만하게 지낼 수 있도록 자신의 속도에 맞게 준비할 뿐이다.

 

이처럼 [타샤의 집]은 '타샤 튜더'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의 삶은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타샤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담아낸 '집'을 통해 소담하게 그려낸다. 이 책은 타샤의 삶의 방식이 정답이라고 말하지도, 모두가 그렇게 살아야만 한다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음을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누군가 나의 집을 보게 된다면, 그들에게 그 공간은 어떻게 보일까. 만약 누군가 보았을 때, 나의 집도 타샤처럼 그의 삶이, 그의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는 공간이라면 정말 좋겠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내가 무엇을 원하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민하며 살아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공간이라면,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행복하게 머무를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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