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 Monet, The Japanese Bridge
최근에 나는 더욱 조용한 것을 찾는다. 특히 도시에 오고 나서부터는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듣고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사람들의 말소리, 수많은 알림음, 카페나 백화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까지 모든 것들이 유난히 크게, 때로는 무겁게 다가왔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이 시끌벅적함에서 가장 먼 곳에서는 어떤 소리가 흘러나올까. 그리고 나는 그곳에 페데리코 몸포우의 음악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곡들은 대부분 짧고 조용하며, 특별히 눈에 띄는 기교나 극적인 감정 표현이 없지만, 그 단순함과 고요함 안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어린 시절 목격했던 투명한 진실 같은 것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
무언가를 설명하려 하지 않고, 오로지 무언가를 깊이 응시하고만 있는 사람처럼, 내 곁에 조용히 존재하는 사람처럼. 그의 음악은 세상의 모든 소음 속에서 잊힌 감정들, 어린 시절의 기억들, 말로는 닿지 않는 영역들, 언젠가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 같은 곳에 나를 데려다준다.
이번 글에서는 그의 음악이 불러온 과거의 기억들을 써 내려가 보려 한다. 특히 내가 가장 애정하는 음반 중 하나인, 스페인 출신 연주자 '호르디 마소'가 낙소스 레이블을 통해 발표한 몸포우의 앨범을 중심으로, 그의 진실되고 섬세한 음악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고자 한다.
Cancons i danses: Canco i dansa No. 14.
몇 해 전 여름, 내 방 한편에는 작은 화단이 있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화분이 아니라 진짜 흙과 자갈로 만든 나만의 정원이었다. 그곳에는 손바닥만한 다홍빛의 붓꽃, 작고 푸른 무스카리, 앙증맞은 레몬민트, 부드러운 연보랏빛의 잉글리쉬 라벤더, 은빛 청록색잎의 유칼립투스가 자라고 있었다.
나는 그 화단을 무척 아꼈고 식물들에게 물을 주는 시간을 기다렸다. 물을 줄 때, 물방울이 흙에 스며드는 소리, 자갈 사이로 배어나오는 습한 향기, 햇빛이 잎에 닿는 모습, 작은 생명들이 나를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 등 모든 것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식물들은 말이 없었지만 분명한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고 그 빛나는 생명력은 침묵 속에서 언제나 위로를 주었다. 그래서 나는 고요하고 부드러운 몸포우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그 식물들을 떠올리게 되고, 다시 그 여름의 방으로 돌아간다.
Ballet: 6. Oreig l Vol de Cavines
이 곡의 단순하고 소박한 선율 속에는 몸포우의 섬세한 감정과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그의 음악은 에릭 사티의 작품처럼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그 안에 담긴 풍경은 이 앨범의 표지처럼 훨씬 더 소박하고 인간적이다. (참고로 호르디 마소의 음반에 쓰인 표지 그림은 모두 몸포우의 형인 조셉 몸포우가 그린 스케치들이다.)
몸포우의 음악을 들으며 떠올리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의 이미지를 나는 이미 글자로 읽은 적이 있다. 바로 헤르만 헤세의 소설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속에서다. 나는 한때 점자책을 제작하는 봉사에 참여하면서 이 책을 직접 선택해 몇 달에 걸쳐 타이핑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헤세의 문장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그의 세계에 천천히 빠져들었다.
그때 내 마음속에 그려졌던 작은 시골 마을의 집들과 예배당, 고요한 수도원, 그리고 찬란한 여름 햇살 아래 펼쳐진 정원의 풍경은 시간이 지나도 흐릿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몸포우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분명해지고, 어느 순간 두 세계는 자연스럽게 하나로 겹쳐진다.
언어와 음악이라는 서로 다른 형식을 통해 전해지는 감각이지만, 두 작품은 내 마음속에 마치 동일한 그림을 그려 넣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 속에는 따듯함과 아득함 그리고 오래된 얼굴들이 있다.
12 Prlds: No.1
몸포우의 12개의 전주곡은 굉장히 내성적이면서 개인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특히 이 곡은 자연스러운 음의 흐름과 짧은 길이로 인해 잠깐의 꿈처럼 느껴진다.
요즘에는 생각과 꿈의 그 경계에 머물러 있다가 잠에 빠지는 일이 많아졌다. 그 경계에는 대부분 언어가 있다.
내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단어들과 문장들이 허공에서 생겨나 어떤 건축물처럼 우뚝 세워지고 그러는 동시에 형체가 없이 허물어진다. 하지만 꿈에서 나는 그 문장이 무엇을 말하는지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그것을 온전히 잡아두려 하지만 그럴 만한 곳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의식으로 돌아올 때에는 몇 가지 단어만 쥐고 돌아온다. 분명히 이해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린 채로. 그러나 꿈에서 느꼈던 감정은 보다 뚜렷하게 남아있어서 느낄 수가 있다.
몸포우의 음악은 마치 이러한 나의 꿈들의 배경음악 같다. 잠에서 깨어난 후,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차리기 전까지 느끼던 것들, 내가 본 것을 다시 불러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에 대한 기억이 살포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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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리코 몸포우의 음악은 비교적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숨겨진 아름다운 음악들이 많다. 특히 에릭 사티나 드뷔시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몸포우의 섬세하고도 내면적인 세계에 깊이 매료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언급하지 못했지만, 피아니스트 호르디 마소가 연주한 다른 볼륨들 역시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몸포우의 대표작 < Musica Calla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