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주 귀여운 북커버를 샀다. 교보문고에서 구매한 ‘브런치 북커버’. 이거 하나를 사고 싶어서 한 달 넘게 기다렸다. 한때 북커버 런칭을 고민하며 수요 조사를 하던 때가 있었는데, 점층적으로 종이책을 선호하고, 또 북커버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효율적으로 따지자면 도서의 오염을 막을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 수요층의 목적은 조금 다르다. 일명 ‘뭐가 들었게?’처럼 퍼스널 스페이스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아주 귀엽거나 차분한 디자인 등 다양한 스타일의 북커버를 취향껏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현상에 더불어 ‘포인트오브뷰’ 사이트에서는 ‘책연필’이라는 상품으로 약 2주의 품절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종이책을 읽으며 줄 긋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눈에 띄지 않는 색연필로 줄을 그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럴 거면 줄을 왜 그어?’할 수도 있지만, 천천히 글자를 곱씹고 싶으며 맘껏 낙서하고 싶은 마음과 책이 소중하다는 마음이 부딪혀 나온 제품으로 다가왔다. 특히 책에 메모하지 않는 사람임에도 고민하게 되는 투명 색연필은 소비자의 심리를 잘 파악했다는 생각이 든다.
눈으로 마시는 티타임
이렇게 북커버가 잔잔한 유행을 타고 있는 요즘, 바리바리 책부상으로서 편안한 글을 가져왔다. 그리고 여러분의 기분 좋은 보부상을 위한 루틴도. 산책하며, 혹은 선선한 날 카페에서, 비 오는 날 창가를 바라보면서 간단한 티타임이 되기를 바란다.
내 귀여운 브런치 북커버 속에는 최진영 작가님의 ‘구의 증명’이 있다. 한때 유명한 도서였고 지금도 여러 차례 리커버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M으로 구매한 북커버는 슬프게도 한강 작가님의 에세이 ‘빛과 실’과 사이즈가 맞지 않았다. 북커버에 비해 너무 작은 책이었던 탓이었다. (여러분은 꼭 지니고 싶은 도서들의 평균 사이즈를 알아 보시길.)
‘구의 증명’은 재독이다. 처음 보았던 날, 하루 일과를 끝낸 후 침대에 누워서 두 시간을 내리 읽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T 성향이 매우 강해 내가 겪는 일에도 잘 울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후반부에 가 도서의 초반을 다시 읽으며 울었다. 출판사 서평을 조금 가져오자면 “사랑하는 사람이 현실에서 생명이 꺼지고 그후의 우리들의 표정을 상상한다. 우리는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상실에 대해. 남겨진다는 것에 대해.”다.
흔한 연애 소설로 읽힐 수도 있지만 우린 그 흔한 것을 얼마나 가벼운 ‘척’ 치부해 왔는가. 도서를 읽은 뒤의 나의 내면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진 않았지만, 흔한 사랑의 ‘흔함’과 ‘사랑’의 정의와 삶의 의미를 다시 맞물려보며 그 빈틈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흔하다는 것은 그만큼 내 일상에 상당히 녹아 있다는 걸 뜻하기도 한다. 내게 흔한 일 중 하나는 책 추천을 부탁 받는 일이다. 이전에는 당장 읽고 있는 도서나 현재 가장 마음에 두는 도서를 으레 추천하였는데, 요즘은 방식이 조금 바뀌었다. 추천 받고 싶어하는 사람의 독서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평소 독서를 얼마나 자주 하는 스타일인가. 하루 혹은 일주일에 몇 시간 정도를 독서에 투자하는가. 이 두 가지만 물어본다면 취향이 드러난다. 혹시, 추천을 부탁 받았는데 마땅한 도서가 없다면? 문창과로서, 그리고 과외 선생님으로서 기본적인 가이드 라인을 가볍게 공개해본다.
현대 단편 소설의 정석을 읽어 보고 싶다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추천한다. 10년 이내 등단한 소설가들 중 좋은 단편 소설을 매년 뽑는 수상작품집이다. 한국 현대 소설의 흐름을 센스 있게 캐치할 수 있다.
트렌디한 시를 읽어보고 싶다면 ‘문학과지성사’나 ‘문학동네’의 시집 시리즈를 추천한다. 물론 각 시집마다 분위기가 다르기에 책 초반부에 적힌 시인의 말이나 몇 편을 읽어보고 취향껏 고르면 좋다.
생생한 ‘날 것’의 청소년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을 추천한다. 유명한 작품인 손원평 작가님의 ‘아몬드’도 창비의 10회 수상작이다.
가리는 것 없이 본다면 교보문고 사이트의 종합 베스트셀러 라인을 보는 것도 방법이다.
하나 더. 독서가 어려운 여러분에게
쉽게 책을 고르는 귀엽고 가벼운 방법을 소개한다.
1. 마음에 드는 책 표지를 고른다.
2. 눈에 익은 책 제목이나 저자명을 본다.
3. 첫 페이지를 펼쳐 내용을 확인한다.
독서하는 건 어렵지 않다. 책을 들고, 아무데나 자리를 잡고, 책을 펴면 된다. 독서가 어려운 이유는 책의 ‘모든 내용’을 ‘단번에’ 다 파악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크기 때문이다. 한번에, 전부 다 읽지 않아도 괜찮다. 책은 우리에게 부담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주는 행복 증폭제다. 편안하게 하루하루, 넘어가는 책장처럼 살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