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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이 내가 커 가는 동안 꾸준히 새로운 시리즈로 돌아왔던 <미션 임파서블>의 마지막 편이라고 생각하니 느낌이 이상했다. 언제나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걸 알지만 뭔가 <미션 임파서블>은 계속해서 나올 것 같았다. 좋아하던 시리즈의 마지막이라는 게 아쉽긴 하지만 박수 칠 때 떠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션 임파서블은 가볍게 보기 좋은 팝콘 무비 같은 존재였는데 여섯 번째 시리즈였던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부터 내용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더니 일곱 번째 시리즈인 <미션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시리즈는 4편인 고스트 프로토콜이었는데 그때의 빠른 전개와 분위기가 너무 달라졌다고 해야할까.
지난 시리즈에서 빌런 가브리엘과 싸우다가 죽은 일사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짧게 스쳐 지나간 회상 장면 말고는 끝까지 나오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저번 편에서 진짜로 그렇게 죽었다고?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매력 없고 어딘가 엉성한, 실체도 없는 엔티티에 끌려다니는 빌런 손에 일사가 죽었다는 게 믿기 어려웠다. 일사가 얼마나 강한 캐릭터인지 아는데 이런 하차라니. 경비행기에서 에단이 가브리엘의 팔을 부러뜨릴 때 가브리엘의 비명 연기는 내가 지금 서프라이즈를 보고 있나? 싶어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가브리엘의 허무한 퇴장은 1편부터 함께 해온 루터의 죽음과는 달리 일사의 죽음을 더더욱 이해할 수 없게 만들었다.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매번 에단의 팀 멤버가 조금씩 바뀌는데, 일사는 처음 등장한 이후로 계속 시리즈에 나왔던 캐릭터라 이번에도 당연히 에단이 곤경에 처했을 때 나타나서 구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배우의 스케줄 같은 외적인 요인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다크나이트 라이즈>처럼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다는 암시라도 해줬으면 안 됐을까 아쉬웠다.
그리고 에단과 그레이스의 관계. 영화상에서 이번 편은 저번 편에서 2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라는 설정인데 그레이스와 에단의 감정선이 잘 이해가 안 됐다. 평범한 소매치기였던 그레이스를 위험한 세계에 끌어들인 게 에단 본인이라 어느 정도의 책임감과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이렇게 애틋할 일인가. 특히 관 같은 박스에 들어가서 엔티티와 대화를 하고 나온 에단이 현실과 엔티티가 보여준 미래를 혼란스러워하며 그레이스를 감싸안으면서 이건 진짜냐고 물어보는 장면이라든가 바다에서 에단을 구해 감압실에서 서로를 연인처럼 애틋하게 안고 스킨십을 하는 장면에서는 제발 키스하지 말라고 속으로 빌 정도였다.
중후반부에는 에단이 엔티티를 통제할 수 있는 디스크를 빼오려고 어뢰에 포격당해 받아 밑에 가라앉아 있는 세바스토폴 잠수함에 들어가는 신이 길게 나온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보면서 한 번도 깜짝 놀란 적이 없었는데 물에 불은 크루들의 모습을 비춰줄 때 좀 놀라서 들썩였다. 외에도 물이 차오르는 장면이라든가 숨이 가빠져서 힘들어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이게 보기 힘든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았다.
항상 팝콘 무비로써 실망시키지 않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였는데 저번 편은 실망스러움이 컸다. 5편부터 함께 해온 감독과 계속 이후 시리즈를 같이 작업하면서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였던 미션 임파서블의 장점이 점점 약해졌다고 느꼈다. 특히 이번 편은 길어진 러닝타임은 물론 복잡한 내용에 한글 자막으로 보고 있는데도 무슨 소린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긴 부분이 꽤 있었다. 여기에 매번 톰 크루즈가 직접 한다는 스턴트도 영화 개봉 전부터 이미지 소비가 커서 막상 영화에 나오면 큰 감흥이 안 느껴지는 것도 한몫했다. 갈수록 스턴트 스케일이 커지면서 스턴트를 먼저 짜고 내용은 거기에 맞게 덧붙인다는 느낌이 없잖아 들어서인지 이 시리즈가 막을 내린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생각할수록 박수 칠 때 떠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편에서 주인공을 죽이거나 찬밥 취급하는 영화들에 반해 미션 임파서블은 시리즈 마지막 마무리를 잘 했다고 느꼈다. 1편에 나왔던 캐릭터가 다시 나와 중요한 역할을 하고, 3편에서 끝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던 토끼발에 대한 이야기도 풀린다. 영화 초반과 중간중간에 지난 시리즈 장면들이 나오는데 이 시리즈가 진짜 끝난다는 게 와닿아서 조금 찡했다.
언제나의 <미션 임파서블> 마지막처럼 팀원들이 눈 인사를 주고받으며 각자 흩어지는데 이 시리즈는 끝났어도 어딘가에서 에단과 그 팀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것 같았다.
새로운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계속 나와도 옛날부터 봐왔던 시리즈들이 하나둘씩 끝나가는 걸 본다는 건 언제나 슬프다. 이제 남은 건 <분노의 질주> 시리즈 정도일까, 이 시리즈마저도 곧 끝을 앞두고 있지만.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마지막편인 만큼 기대가 커서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이 정도면 잘 끝낸 편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또 이런 시리즈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