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luxury)'라는 단어를 봤을 때, 우리는 흔히 겉으로 고급스러운 브랜드나 값이 나가는 제품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 이때 [Art of Luxury] 전시는 우리의 이러한 통념을 깨뜨리고, 럭셔리에 대한 지평을 넓혀주고 있다.
이 전시는 서울미술관과 럭셔리 뷰티 버티컬 서비스인 알럭스가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로, 전시장 내 브랜드 존을 구성하여 브랜드들의 시그니처 향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전시는 여러 예술 작품들을 향기와 함께 결합하여, '럭셔리'를 오감으로 기억하게끔 만든다. 미술관 입구에 들어섰을 때부터 공간마다 다른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으며, 그 향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감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전시는 Material Luxury, Spiritual Luxury, Timeless Luxury, Inspiring Luxury로 구성되어 , 이 과정에 따라 럭셔리의 속성을 살펴보게 된다.
특히 나를 사로잡았던 예술 작품은 ‘Timeless Luxury' 공간에 전시된 조선 백자 달항아리였다. 아무 무늬도, 기교도 없는 그저 흰 항아리였지만 그 안에 담긴 여백과 순백의 미학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항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기품을 지키고 있는 달항아리야말로 진짜 럭셔리의 본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전시의 핵심은 동서양 예술작품의 조화라고 볼 수 있다.
쿠사마 야요이의 < Pumpkin >, 앤디 워홀의 < Flowers >, 김환기의 <아침의 메아리>, 도상봉의 <국화>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를 통해 '럭셔리’라는 개념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변주되어 왔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작품 하나하나가 단순히 외형적 아름다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문화와 정신을 담고 있는 점에서 항상 럭셔리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온 예술의 언어인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김환기 화백의 <아침의 메아리>는 화려함 없이도 깊은 감동을 전하는 작품이다. 푸른 배경 위에 찍힌 점들을 보고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번져 나가는 메아리가 떠올랐고, 절제된 색채를 통해 동양적 럭셔리의 본질을 나타내고 있다.
결국, 이 전시는 럭셔리를 보는 우리의 시각을 전환시키고 있다.
럭셔리는 더 이상 소유와 가격, 명품 브랜드로 규정되지 않는다. 이 전시에서만큼 럭셔리는 향기와 예술, 공간을 통해 얼마나 깊이 있게 감각하는지에 따라 완성되는 가치로 다가오고 있다.
즉, 럭셔리라는 개념을 외형을 넘어선, 여러 감각적 겸험의 총체로 풀어냈다. 시각, 청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이 모여 럭셔리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감각의 확장이야말로 럭셔리의 진짜 본질과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럭셔리는 덜어냄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 빈자리를 감각의 경험으로 채워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럭셔리의 본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