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을 보는 시각에 따라 인식하는 것도 달라진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이 상식적인 말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아는 것과 체감하는 것은 다른 맥락이다.
미술관 실습과 전시 기획이 메인인 수업을 들었다. 전시를 좋아하는 나로선 익숙하기에 수월하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익숙한 공간 속에서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들을 마주했다.
작품에 담긴 의미나 내가 생각한 해석에 관한 내용이 아닌 전시 외적인 요소를 고민하고 비평해보는 과정은 나에게 완전히 새로운 관점이었다.
전시를 보며 ‘전시장이 어둡네’로 간단히 생각하거나 혹은 전시장까지 나아가지도 않고 ‘전시물이 빛난다’에서 멈췄었던 나를 보았다. 사실 그 조명의 색감, 조도와 전시실의 벽, 질감 모두가 철저히 계획되고 있었던 것일 터이다.
알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비로소 요소들을 고려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유리 쇼케이스 크기와 전시대의 각도 하나라도 모두 관계자들의 깊은 고민과 배려가 담겨있었음을 깨달았다.
<리움미술관: 고미술 상설전>
역사 유물은 그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인터랙티브적 요소나 영상을 통해 계속해서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다양한 크기의 유물을 통일성 있게 전시하고, 그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배치나 조명 위치 등을 각 전시물에 맞춤화해서 전시하고 있었다.
회화작품이라고 해서 그러한 고민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작품 크기에 따른 공간의 가벽 위치나, 회화의 분위기에 따른 조명 선정 등이 담겨있었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 위주로 보던 내게 천장과 벽, 바닥의 색, 그리고 조명의 세기를 살피는 일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 역할들은 이미 체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 강명희 방문 Visit>
새로운 시각을 배우고 팀원들과 전시를 기획해보며 끊임없이 나오는 경우의 수에 마주했다. 그리고 다들 같은 이야기를 했다. 쉽지 않다.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구나.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어보는 것은 다른 시선을 가져볼 수 있게 한다. 그런 맥락에서 학생의 위치는 배우는 것이 의무이기에 온전히 배우는 것에만 초점 맞출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관심을 가진 분야 속에서도 다른 시선이 있음을 알 수 있고 완전히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무역운송 관련된 수업을 들으며 매번 출근길에 본 화물트럭 이야기를 해주시는 교수님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았다. 수업을 들으며 나도 점차 도로에 있는 화물트럭이 무섭다기보단 무슨 트럭일까 흥미롭게 생각하게 되곤 했다.
최근의 나는 대체로 이런 기분이다. 모태솔로일 땐 완벽한 연애 상담을 해주다 자신의 관계에는 정작 쩔쩔매고 있는 사람. 뭐든 정말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법이다. 여러 분야에 전문적으로 몸담고 있고, 또한 그 분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넓은 세상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