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8일.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페이지가 기록되었다.
2024년 9월 20일에 시작을 알린 데이식스의 세 번째 월드 투어 Forever Young이 지난 5월 18일 피날레콘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장장 9개월 간의 여정이었다.KSPO돔에서 총 6일 동안 진행되었던 이번 콘서트는 Forever Young 마침표이면서, 데이식스의 첫 체조경기장 입성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피켓팅을 뚫고 6회차 공연 중 가장 마지막 날의 표를 예매하는 데 성공하였다. 인천에서 Forever Young 투어의 시작을 함께했던 나는 부산과 광주를 거쳐 서울에서 마침표까지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KSPO돔 한가운데 자리한 360도 원형 무대는 공연 내내 화려한 조명과 불꽃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밴드그룹 특성상 동선이 없는 대신 무대 자체를 회전시켜 어느 위치에서도 멤버들을 번갈아 가며 모두 볼 수 있게끔 구성했다. 또한, 1층과 2층 좌석 사이의 토롯코를 이용해 관객들에게 훨씬 가까이 다가가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Best Part'로 시작해 'Best Part'로 끝난 완벽한 수미상관의 공연은 여느 때처럼 꽉꽉 눌러 담은 셋리스트로 가득했다.
시작의 설렘을 함께 나눈 'Best Part'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데이식스 감성의 정수를 담은 근본 그 자체인 '예뻤어'와 'congratulations'
모든 걸 내려놓고 미친 듯이 뛰어노는 'love me or leave'와 'shoot me'
행복해지자고 목 놓아 외치는 'HAPPY'와 '바래'
최근 발매한 신곡 'Maybe Tomorrow'와 '끝났지'
총 37개의 곡을 쉬지 않고 달렸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가수도, 관객도 불타올랐다. 소리가 너무 커서 귀가 다 먹먹해질 지경이었다. 옷이 다 젖어버릴 만큼 뜨거웠다. 함께 울고 웃고 노래하고 소리 지르며 또 하나의 페이지를 써내려갔다.
콘서트장에서는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감정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공연장 뚜껑이 날아가라 환호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눈물에 당황했다. 데이식스의 공연은 마음 한편에 감춰두고 살았던 감정을, 기억을 들춰낸다.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들으면 누구보다 치열했던 재수생 시절,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 떠오른다. '그녀가 웃었다'를 들으면 살살 부는 밤바람을 맞으며 한강을 산책했던 기억이 떠오르고, '좀비'를 들으면 무기력에 빠져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던 그때가 떠오른다. '잘 자라 내 사람아'를 들으면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리던 날들이 떠오르고, '좋아합니다'를 들으면 데이식스를 공연장에서 처음 만났던 2023년의 크리스마스가 떠오른다.
만 오천여 명의 관객이 모인 공연장에는 만 오천여 개의 인생이 존재한다. 이들 역시 나처럼 각각의 노래마다 자기만의 이야기들을 기록해 두었을 것이다.
데이식스의 노래를 들으며 쌓아왔던 나의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그 안에 여전히 남아있다. 눈물 날 정도로 벅차고 행복했던 순간에도, 때로는 넘어지고, 뒤처지고, 주저앉았던 순간에도 이들의 노래가 맞닿아있다. 그리고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온 기억들은 다시 공연장에 그 노래가 울려 퍼지는 순간 되살아난다.
그리고 5월 18일 이곳에서, 우리가 함께한 시간 안에 또 다른 나를 기록해 두었다.
이제 'Welcome to the show'를 들으면 흩날리던 파란 나비를 떠올릴 것이고, 'Maybe Tomorrow'를 들으면 공연장을 가득 채웠던 은하수를 떠올릴 것이다.
여름의 끝자락에 시작해 가을과 겨울, 봄을 지나 다시 돌아온 여름의 초입까지 쉼 없이 달렸던 Forever Young을 보내주려니 아쉽기도, 후련하기도 하다. 이 여운을 가득 끌어안으며 다가올 내일을 기대하려 한다. 각자의 삶에서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다가 또다시 공연장에서 만나 서로의 행복과 영원을 빌어주길 바라본다.
그때까지 모두 Stay Hap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