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직도 인피니트 좋아해?”
며칠 전, 오랜만에 중학교 동창 친구를 만났다. 근황을 나누던 도중 갑자기 그 친구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친구의 말에 따르면 내가 한 달 전 SNS에 올린 한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사진을 보고 궁금증이 생겼다고 한다. 무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대학 졸업반을 앞둔 현재까지 같은 가수를 좋아한다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걸 그 친구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런 질문을 한 게 아닐까 싶다. 나는 무려 11년 전부터 좋아하던 아이돌 가수가 있다. 딱히 특별한 입덕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그 가수의 무대 영상을 자주 찾아보다가 어느 순간 문득 내가 이 팀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중학교 시절, 부모님이 전부 맞벌이였던 나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부터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면 나는 항상 거실 바닥에 가방을 던져놓은 채 침대에 누워 밀린 인피니트의 무대 영상을 찾아봤다. 작은 휴대폰 모니터로 인피니트를 보던 그 시간은 적어도 나에게 외로움과 박탈감을 주지 않았다. 가끔 부모님이 유독 늦게 돌아오는 날이면 그들은 어둠이 내려앉은 밤까지 나를 지켜주었다.
조금 부끄럽지만, 학창 시절의 나는 친구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대부분의 쉬는 시간을 인피니트의 노래를 들으며 보냈다. 당시 문구점에서 구매한 싸구려 줄 이어폰을 양쪽 귀에 꽂고 인피니트의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했다. 그렇게 귀로 새어 들어오던 반 친구들의 소음은 잠시 닫아둔 채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그들의 목소리에만 집중했다. 고학년이 되어 휴대폰을 반납해야 했을 때는 공기계로 몰래 노래를 들었으며, 가끔 눈치가 보일 때는 화장실로 들어가 볼륨을 줄인 채 그들의 예능 영상을 보았다. 비록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언제나 웃고 있는 화면 속 내 가수를 보며 그때의 나도 조금은 웃을 수 있었다. 그러면 아주 잠시나마 나를 괴롭히던 수학의 킬러 문제도, 상담 시간에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던 담임 선생님의 얼굴도, 어젯밤 있었던 엄마와의 다툼도 전부 사라지는 듯했다. 누군가는 그게 현실도피가 아니냐고 물었지만, 인피니트는 오히려 그런 내가 나의 현실을 더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단지 인피니트를 좋아한다는 작은 마음 덕분에 이어진 인연 중 몇몇은 여전히 나의 소중한 친구로 남아있다. 돌이켜보면 늘 소심하고 무기력하던 나의 성격이 점차 변하기 시작한 계기도 오롯이 인피니트 덕분이었다.
나는 평소에도 상상을 자주 하는 편이라 ‘내 10대 시절에 만약 인피니트가 없었더라면?’과 같은 상상을 가끔 하곤 한다. 만약 그랬더라면 나의 10대 시절은 지금 내가 기억하는 시간보다 훨씬 더 우울하고 힘들지 않았을까. 가끔 인피니트를 보다 보면 내가 이들에게 어릴 적 청소년 시절의 기억을 보호받았다는, 마치 큰 빚을 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정말 신기한 게 가끔 인피니트의 옛날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나조차도 잊고 살았던 10대 시절이 떠오른다. 누군가로 인해 나의 어린 시절이 기억되고 이를 훗날 성인이 되고 난 후 다시 추억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끔 꿈처럼 느껴질 만큼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문득 작년 인피니트의 ‘LIMITED EDITION’ 콘서트에서 멤버인 성규가 한 말이 떠오른다. 그는 이번 무대를 준비하며 본인이 인피니트로서 가장 활발히 활동했던 20대 시절이 생각났다고 한다. 그 시절이 본인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다고, 그 찬란했던 시기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15년을 함께해준 멤버들과 팬들에게 무척이나 고맙다고 전했다. 그 소감을 들었을 때 나 또한 그런 성규의 마음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한 인피니트 멤버들은 물론 나 또한 인생에 있어 너무나 중요한 시기를 인피니트와 함께해서 참 다행이었고 덕분에 더 소중하게 기억됐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니 그 시절을 인피니트와 함께 보낸 건 나에겐 큰 축복이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항상 2017년, 우리가 함께했던 겨울 팬미팅을 말한다. 난생처음 좋아하는 가수와 함께 새해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다음 앵콜을 기다리던 짧은 순간 동안 가족과 지인에게 새해 인사를 보냈던 기억은 7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비록 열다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새벽 두 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던 나는 엄마에게 큰 꾸중을 들었지만 아무렴 상관없었다. 그 가수 덕분에 나는 지난 23년 인생 중 가장 소중한 추억을 안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매번 콘서트를 할 때마다 잊지 못할 시간을 채워줘서 진심으로 고맙다고 전하는 내 가수의 소감을 듣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커다란 추억으로 남는다는 걸 생각할 때마다 가슴 한편이 어딘가 저릿해짐을 느낀다.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 나는 몇 년 만에 인피니트 콘서트를 보기 위해 인천 영종도로 향했다. 지금껏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는 늘 인피니트와 함께했던 순간이었으니까. 이번 콘서트도 행복함만 가득 안고 돌아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역시나 내 가수들은 이러한 나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을 만큼 귀중한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아직도 인피니트를 좋아하냐고, 여전히 그들을 잊지 않았냐고 묻는 주변 사람들의 물음에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내 인생 가장 위태롭고 유약하던 시기의 버팀목이 되어준 이들을 도대체 어떻게 잊을 수가 있냐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여전히 그럼에도 웃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이들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냐고 되물어보고 싶다.
‘많은 분에게 인피니트는 청춘이기도, 추억이기도, 또 학창 시절이기도 할 텐데 그 의미를 저희도 너무나 느끼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 선에서는 인피니트라는 팀을 꼭 지키고 싶었죠. 그분들에게 다시 추억이자 청춘이 되어 드리고 싶었고, 10대 20대 때의 향수를 다시 한번 선물해 드리고 싶었어요.’
- 우현
코스모폴리탄 인터뷰에서 멤버인 우현이 ‘인피니트는 누군가의 청춘이기도, 학창 시절이기도 하므로 포기할 수 없다‘고 남긴 말을 봤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팬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서, 그렇기에 더 지키려고 노력하는 게 보여서 내 가수에게 그저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원한 청춘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출처 : 인피니트 공식 SNS 계정 @IFNT_Official_
내 불완전했던 10대 시절을 외롭지 않게, 무너지지 않게끔 늘 옆에 있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앞으로도 늘 곁에서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