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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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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하는 천국의 모습


 

사후세계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육신이 사라지면 이승에서 했던 업보가 후대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있다. 배우 김혜자, 한지민, 손석구가 나오는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삶과 죽음, 인연과 업보, 용서와 화해 등의 키워드로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지극히 현실파인 나로서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판타지적인 배경이 처음에는 유치하게 생각됐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본 적도 없을뿐더러, 어떤 모습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점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궁금증을 증폭 시킨다. 드라마에 나오는 이해숙은 젊은 시절 하반신마비가 된 남편을 돌보다가 남편이 떠난 후 1년 정도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죽음 이후 천국은 또 다른 사회가 펼쳐진다. 해숙의 이승에서 함께했던 다양한 인연을 만나고, 정체불명의 여인 솜이와 함께하며 그녀가 누구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먼저 천국 안에서는 여러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 첫번째가 셀프 나이 선택 시스템이다. 해숙은 남편이 예쁘다고 했던 때를 기억하며 80살로 살아가려는데 남편은 30대 젊은 시절의 모습이다. 그럼 천국은 정말 지상낙원일까? 천국이라고 모든 게 허용되지 않는다. 험담, 안 좋은 행동을 하면 포도알 스티커를 받게되고 6개가 채워지면 지옥으로 가게 된다.

 

이 밖에도 천국에는 공무원들이 있어 처음 도착하게 되면 천국지원센터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받는다. 해숙은 천국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녀와 이승에서 인연들을 한 번 더 조우하게 된다. 먼저 떠나보낸 유기묘 소냐, 너무나 보고 싶었던 친정엄마, 불편하고 원망스러운 시어머니까지……. 천국에서의 설정은 다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를 되새김질하게끔 한다. 이해숙과 고낙준의 천국 로맨스는 유쾌하고 재밌지만 그 이면에 따뜻함을 품고 있다.

 

 

 

삶의 끝은 죽음이 아니다

인연의 법칙은 존재한다


 

천국의 모습 중 기억에 남은 장면 중 하나는 무지개다리에 건넌 반려견, 반려묘 그리고 주인이 만나는 장면이다. 반려인들이 반려견들을 보낸 뒤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모습이 드라마 속에 깊게 투영됐다. 해숙의 반려묘 쏘냐는 인간의 모습으로 해숙이 먼저 알아봐 줄 때까지 조용히 쳐다보고 손을 휘휘 젓는다. 반려동물이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은 힐링 그 자체다.

 

다음으로는 감명 깊었던 장면은 해숙이 낙준과 다투고 친정 엄마를 찾는 모습이었다. 젊은 모습의 친정엄마가 나이 든 딸과 만나는 장면은 아이러니하지만 감동으로 다가온다. 결국 천국의 세계는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이 지상의 기억을 마주한다. 천국에서는 지상에서 연을 맺었던 소중한 인연뿐만 아니라 불편한 사람과도 만날 수 있다. 바로 낙준의 엄마, 해숙의 시어머니다. 겉모습이 바뀌어도 고부 관계는 여전하다. 시집살이의 고됨과 불편한 모습은 천국에서도 계속된다. 집안 살림 곳곳을 감시하듯 살피는 시어머니와 눈치 없는 남편 고낙준의 모습은 왜 인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렇듯 천국에서의 모습은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끔 한다. 또한 드라마 후반부에 갈수록 솜이와 낙준 부부의 인연이 무엇일지 여러 떡밥을 날리며 보는이에게 물음표를 가져다준다. 환생을 앞둔 사람들에게 천국 센터장은 이런 말을 한다. “우리는 모두에게 친절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해야 합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가 수없는 생을 거치는 동안 어느 땐가 우리에게 소중했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한 번은 내가 은혜를 입었거나 또 언젠가 한 번은 내가 해를 입혔던 사람일 수 있으니까요.”

 

언뜻 보면 불교의 윤회사상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 (풀지 못한 갈등, 그리움, 사랑)을 통해 결국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는 사람의 인연은 결코 우연이 아니니 소중하다는 걸 시사하고 있다. 해숙과 그녀가 데려다 키운 딸 영애의 전생이 과거 모녀관계였던 것처럼 말이다. 드라마의 흥미요소인 천국의 디테일한 설정과 해숙 낙준의 캐미, 그리고 솜이의 과거와 주변인물의 이야기가 다음 화를 더 기대하게 된다. 천국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물음표를 남기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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