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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돌이켜 보면, 요새만큼 미술관과 박물관에 많은 사람이 몰린 시기가 있었나 싶다.

  

2024년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 수는 전 세계 미술관 및 박물관을 통틀어 8위에 해당하는 378만여 명이었고, 올해 4월 11일부터 시작된 국립현대미술관의 '론 뮤익' 전은 5월 2일 기준으로 일평균 5천여 명이 관람하며 서울관 개관 이래 최다 관람객 수를 경신했다.


이처럼 미술관 및 박물관에서의 전시 관람이 최대의 관심을 받는 지금, 전시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생각해 본다. 전시의 종류는 고전 회화부터 현대 회화, 조각, 설치 미술까지 다양하지만, 접하는 전시가 많아진 만큼 작가 한 명 한 명에 대한 관심은 낮아지는 느낌이다.

 

전시를 통해 처음 접하는 작가도 많아지다 보니 궁금하긴 한데, 전시 주제를 따라가기도 바빠서 항상 고민만 하다가 지나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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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을 읽었다.

 

세계적인 미술사가이자 전기 작가, 큐레이터로 미술 평론계의 최고 권위자인 '마이클 페피엇'이 추앙한 27인의 예술가에 대한 글들이 다채롭게 담겼다. 강연문, 기고 글, 인터뷰 등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글들은 독자가 지루함을 느낄 새 없이 저자의 '신전'에 담긴 예술가들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반 고흐, 살바도르 달리, 피카소와 같은 유명한 작가들부터, 문외한에게는 다소 생소한 작가들까지 저자의 애정이 듬뿍 담긴 글들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들의 작품이 궁금해지고, 더 깊게 바라볼 수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놀랍게도 이 책에는 예술가들의 사진(말 그대로, 예술가를 찍은 사진)만 있을 뿐, 실제 작품들은 실려 있지 않다. 그럼에도 저명한 미술 평론가인 저자의 유려한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예술가들의 삶만큼이나 작품에 대한 인상도 강렬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등장하는 예술가들이 어떻게 삶을 살아냈는지, 백과사전의 짧은 설명으로는 알 수 없는 다양한 측면을 공유한다. 그 당시의 시대 상황부터, 어떤 이들과 교류했고, 무엇을 향유했고, 어떤 역경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극복하고자 했는지, 작품 너머 예술가들의 전사를 풍부하게 담는다.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그들의 작품에 드러나는지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부분을 알아야만 이들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요하는 느낌은 또 들지 않는다.

 

오히려 애호하는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전달해 주고 싶어 하는 '팬'의 마음이 느껴지다 보니,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저자가 직접 경험한 생생한 에피소드가 함께 담겨 있어 더 흥미롭고, 가장 중요하게, 재미가 있다.


"예술가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어야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에 대해 알게 되면 작품과 이들의 삶을 연결 지어 더 깊게 사유하고, 나의 삶과도 연결해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다. 예술의 감상이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나에게 줄 수 있는 의미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을 덮고 난 이후에도 고민의 여지를 충분히 남긴다.


앞으로 전시를 관람할 때, 작품에 드러나거나, 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영향을 미친 예술가들의 삶이 더욱 궁금해질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처럼, 사랑하는 예술가를 만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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