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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어린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될 때까지의 12년간의 성장기를 담은 작품.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정말 시간을 뛰어넘는 감독이라는 수식어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감독인 듯하다. 비포 시리즈부터 해서, 이 보이후드 까지. 사실 두 시리즈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에단호크라는 배우, 이 배우는 이제 너무도 친숙한 배우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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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카에서 처음으로 이 배우를 알게 되었던 것 같은데, 그때의 이미지는 내게 조금 차가운 느낌이었다면, 비포 선라이즈를 시작으로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까지 수년의 세월 간 그가 늙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에 대해 애정과 친밀감을 느꼈고, 마찬가지로 이 보이후드 역시 그가 12년간의 세월 간 늙어가는 과정이 그대로 담겨있어 여러모로 보이후드와 비포 시리즈는 에단호크 그 자신에게도 굉장히 선물같은 영화들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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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라는 직업이 부러웠던 것은 자신의 젊은 시절 혹은 자신의 늙어가는 과정이 작품 속에 담겨 영원히 남게 된다는 것이었는데 그런 면에서 에단 호크는 정말 그런 배우이기에 갖는 일종의 권한을 너무도 충실히 작품으로써 부여받은 배우가 아닐까 한다.

 

이 보이후드라는 작품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점은 메이슨의 성장이 어떤 몇 년 후라는 자막 없이 컷이 다음 컷으로 넘어가면 머리가 길어있다든지 키가 커져 있다든지 하는 식으로 너무도 자연스레 성장한 그의 모습을 비춤으로써, ‘성장’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자연스레 시각화한 듯했다.

 

사실 외적이든 내적이든, 성장이라는 것은 어느새 커버린 본인을 문득 바라볼 봤을 때 ‘나, 이만큼 컸구나’하고 깨닫거나 혹은 주변인들의 반응, 익숙한 것들의 변화 같은 것들을 통해 문득 체감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매 순간 성장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아닌 문득 지나고 보니 커져있더라는 표현이 성장이라는 것에 잘 어울리는 듯한데,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세월의 흐름, 한 소년이 청년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매우 자연스레 잘 표현한 듯하다.

 

특별한 사건 없이, 그 당시의 소년, 청소년이 느낄법한 고민들을 자연스레 극 중의 몇몇 사건으로 포착해 냄으로써 슬프게도 아프게도 다루지 않고 그저 덤덤히 지켜보는 카메라의 시선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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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사실 소년의 성장을 다루고 있는 듯하지만 그와 더불어 커가는 그 주변인들 또한 그 소년만큼이나 많이 비추고 있는 듯하다.

 

그중에서 나는 소년의 어머니가 가장 마음이 쓰였다. 이혼하고 나서 새로 만난 남편은 가정폭력을 휘두르고, 그 뒤 다시 만난 이 역시 너무도 틀에 박힌 사고를 갖고 있고, 그런 쉽지 않은 남편과의 관계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다른 장면이 아니라 그 소년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을 떠나 대학에 입학하려 할 때, 어머니가 그에 대해 했던 말이다. 딸도 졸업하고, 아들도 졸업하고 집을 떠나니 시원섭섭한 감정도 들고, 덤덤해 보이는 아들이 밉기도 하고, 여태까지 그런 자식들을 키우느라 보낸 세월이 너무도 허무하게도 느껴지기도 하는 듯 정말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으로 아들에게 했던 말들이 기교 없는 연출 속에서도 가장 강하게 마음을 울려왔다.

 

결국 이제 남은 건 본인의 장례식밖에 없다는 듯이 그렇게 울며 말하는데, 그 말에 내포된 여러 의미가 자연스레 느껴졌다. 이 영화가 좋았던 점은 그런 다음, 거기서 더 나아가지 않고, 그 뒤는 family of the year의 hero가 나오며 자동차를 모는 그 청년이 된 메이슨의 모습으로 넘어가는 컷 전환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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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이 되면 자동차를 사준다던 아버지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아버지에게 그 말을 전달하며 되려 실망스러운 답변만 들었던 그 소년은 결국, 자신이 직접 차를 몰고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 설레면서도 불안하기도 할 그 길, 그러나 어쨌든 그 소년이 결국 그 세월들을 지나 청년이 된 것처럼 어쨌든 앞으로 나아간다.

 

첫사랑의 아픔을 간직했던 그 소년은 또 다른 소녀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온몸으로 직감하며 또 새롭게 펼쳐질 누군가와의 만남에 대해 어렴풋이 그려볼 것이다. 어머니가 그랬고, 그 소년이 그랬고, 그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결국 우리 모두는 아이였고, 소년, 소녀였고, 그리고 성인이 되었다.

 

휙휙 넘어가는 사진첩처럼 어느새 파편 같은 기억만 남고 문득 성장해 버린 나와 마주한다는 것, 슬프기도 때론 기쁘기도 할 테지만 그 모든 순간들은 언제나 나였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나일 것이다.

 

불안, 방황, 혼돈 같은 시간은 기쁨만큼이나 소중한 감정이라는 것. 천진난만해 보였던 소년이 청년이 되기까지의 그 과정을 목도하며 어렴풋이 느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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