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K-POP을 중심으로 10대들의 이야기를 그렸던 드라마, 드림하이가 이번 2025년, 뮤지컬로 돌아왔다.
일반 뮤지컬이 아닌, 쇼뮤지컬이라는 형식으로 재탄생한 이 작품은 원작을 본 사람에겐 매우 익숙한 이름들로 시작한다. 송삼동, 윤백희, 혜미, 제이슨, 그들이 10년 만에 다시 한번 무대 위 기린예고에 등장한다.
어릴 적 '드림하이'를 보며 가슴 뛰던 세대가 이제는 청년이 되어, 무대 위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명으로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된 슈퍼스타, 스타가 아닌, 선생님이 되어버린 옛 친구들, 사라질 위기에 처한 학교를 통해 과거 꿈과 열정이라는 단어가 내면에서 얼마나 쇠약해졌는지를 떠올리며 이 단어들이 필자에게 있어 얼마나 간절했던지 또한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드림하이는 ‘쇼뮤지컬’이라는 단어를 내세운다.
그 말처럼, K-POP과 뮤지컬의 경계, 그 어딘가에 위치한 이 작품은 이야기보다 무대를 조금 더 강조하는데,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이 공연은 눈과 귀를 모두 사로잡는 구성으로 관객을 끌어당기며 아이돌 퍼포먼스와 무대 서사를 결합하려는 시도가 보였다.
실제로 공연을 직접 본 관객으로서, 오프닝은 마치 아이돌 콘서트장을 옮겨온 듯 화려한 퍼포먼스로 시작된다. 조명, 군무, 무대 구성까지 아이돌 공연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이어지도, 뮤지컬을 보러 왔다기보다 한 편의 쇼케이스를 보러 온 듯한 착각까지 들게 만든다. 따라서 이 작품은 전통적인 뮤지컬이라기보다 ‘쇼’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느낌이다.
다만 이야기의 측면에서는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등장인물이 많고, 배경지식 없이 공연을 본다면 처음엔 혼란스러울 수 있다. <드림하이> 원작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면 인물 간의 관계나 맥락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공연이 진행될수록 몰입도가 높아지고, 캐릭터와 스토리에 감정이입이 생기면서 이런 진입장벽은 점차 사라진다.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드림하이’를 몰랐던 필자조차 어느새 그 세계에 스며들어 있었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극 중 송삼동은 선생님의 권유로 잠시 교사가 되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댄스 장르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매우 인상 깊었는데, 관객 또한 무대 위 수업을 함께 듣는 학생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대 위 배우들은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넘어, 관객과 함께 또 다른 경험도 만드는데, 실제 가수 활동을 한 배우들이 보여주는 뮤지컬은 한 편의 콘서트 같은 에너지를 보여주며, 가수와 배우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야말로 그들은 뮤지컬 속 가수, 콘서트 속 배우였다.
드림하이는 어릴 적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자리했던 드라마이기도 하다. 당대 최고 인기를 누리던 배우, 연기자, 가수들이 총출동했던 드라마였지만 동시에 ‘항마력이 부족하다’는 표현이 따라붙을 만큼 오글거리고 유치한 스토리와 연출이라는 평가가 받았다. 하지만 그 유치함 그 안에는지금 우리가 잊고 살던 ‘꿈’이라는 단어가 숨어있다.
필자 또한 어른이 되어가며 ‘꿈’과 ‘열정’이라는 말이 점점 멀게 느껴진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데만도 벅찬 요즘, 드림하이는 다시금 어린 시절의 내가 가지고 있었던 꿈과 열정의 감각을 꺼내서 보여준다. 한때 필자 안에도 있었던 ‘꿈을 향한 의지’가 되살아나는 순간. 어릴 적 꿈을 가졌던 ‘나’와 지금의 ‘나’가 동시에 그 자리에 존재한다.
학생들의 단순하고 유치한 대사 한 줄, 밝게 춤추는 장면 하나가 어린 시절 가졌던 ‘무언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다시 불러내준다.
지금까지 유치함으로 포장해두고 있었던 순수한 나의 에너지를 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