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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Coachella, I wanna see your hands up and your phones down for this one.

- 코첼라, 이번 무대는 폰은 잠시 내려놓고, 손을 들어 함께 즐겨줘요.

 

코첼라 무대에서 like Jennie를 부르기에 앞서 제니는 이렇게 말했다.

 

만 명 단위의 객석이 채워지고, 관객과 가수는 서로를 눈앞에 둔 것처럼 빠져든다.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장면일 것이다.

 

공연은 퍼포머 혼자 만드는 예술이 아니다. 관객의 호응, 정적, 시선이 합쳐져야 비로소 공연은 완성된다. 같은 세트리스트라도 관객의 태도에 따라 공연의 감도는 달라진다. 공연은 모든 참여자의 ‘몰입’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 관객은 손에 하나씩 카메라를 들고 있다. 스마트폰이다. HD를 넘어 4K의 화질로 찍을 수 있고, 심지어 광학 줌, 손떨림 방지, 인공지능(AI) 보정까지 가능하다. 기록 장치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건 기록 애호가에게는 희소식이다.

 

세상의 구석에서 ‘OO은 장비발’이라 외치지만, 얼리어답터가 될 만큼의 재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게 유감일 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장 좋은 기록 도구를 홀대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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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다 안 담긴다.”

 

우리의 눈은 여전히 가장 탁월한 재현(Representation) 기기다. 그래서 사진가는 보정과 합성으로 그 '느낌'을 되살리려 한다. 백만 원 단위 천만 원 단위의 들기도 겁나는 카메라도 사람의 눈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카메라에는 DR(Dynamic Range)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명암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정도이다. 그래서 DR이 넓으면 밝고 어두운 영역을 동시에 더 많이 담아 색의 표현이 다채로워진다.

 

최근에는 휴대폰에서 HDR(High Dynamic Range)을 지원하는데, 말 그대로 DR의 범위를 확대하여 색채 구현의 폭을 넓혔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눈은 DR 중에서도 탑티어(Top-tier)다. “사진에 다 안 담긴다.”라는 말이 결국 맞다.

 

게다가 인간은 그 자체로 공감각적 존재다. 시각의 후각화, 청각의 시각화를 찾아 교과서를 뒤적일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이미 4월의 거리에서 연분홍 벚꽃이 피었고, 봄맞이 캐럴이 흘러나왔고, 아직은 쌀쌀한 꽃샘바람을 느꼈다.

 

감각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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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셔터는 좀처럼 쉴 줄을 모른다. 폰에 저장된 사진은 이제 6만 장을 바라보고 있다. 찰나의 순간을 붙잡고자 하는 욕망은 현재진행형이다. 순간을 소유하고 싶다는 건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오늘은 기계보다 감각에, 저장보다 몰입에 집중하고 싶다.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을 가장 완벽히 기록하는 방법은 어쩌면 그냥 ‘지금에 머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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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증을 고치기 위해 날을 정해 물건을 버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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