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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순간은 ‘정지된 시간’에 관한 것이지만, 때때로 어떤 순간은 움직임보다 강한 역동성을 갖는다.

 

루브르 박물관 3층, 그리스 로마관 한편에 전시된 <에로스의 입맞춤으로 되살아난 프시케>를 조각한 이탈리아 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는 이 결정적 순간의 미학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크기변환]사본 -Psyché_ranimée_par_le_baiser_de_l'Amour,_Louvre.jpg

 

 

이 조각을 처음 보는 관객들은 모두 우아함에 매료된다.

 

에로스는 프시케를 향해 몸을 숙이고 프시케의 머리를 감싸안고 있으며 조각가는 두 인물의 입술이 닿은 후의 절묘한 순간을 포착한다. 이 두 인물은 단순한 입맞춤을 넘어선 깊은 감정을 교환하는 것처럼 보인다.

 

프시케의 뻗은 손 역시 에로스에게 닿아 있으며, 신화 속 둘 인물의 감정이 더욱 증폭되어 보인다. 에로스와 프시케의 신체는 모두 가볍고 부드럽지만 동시에 우아하게 뻗어 있으며, 이는 하얀 대리석과 어우러져 감정의 교환을 아름답게 표현한다.

 

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는 신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조각가이다.

 

신고전주의는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유럽에서 부흥한 예술 사조로, 이상화된 형태의 인간 형태를 중요시했다는 특징이 있다. 그 때문에 위 조각에서도 카노바의 신고전주의적 특징이 조각의 아름다움을 우아하게 완성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인물은 거의 이상적인 인체 비율을 갖고 있으며, 뻗은 손을 비롯한 몸의 선은 간결하면서도 아름답다.

 

이 완벽한 인체의 선을 조각한 카노바는 이 조각을 통해 '신체의 접촉'을 넘어 '감정의 접촉'을 표현한다.

 

서로 닿아있는 것은 그들의 신체뿐만 아니다.

 

관객들은 조각을 보며 그들의 시선 역시 닿아 있음을 느낄 수 있으며, 서로에 대한 사랑과 부활에 대한 기쁨을 동시에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신체라는 물질성에서 생명과 죽음이라는 비물질성으로서의 이동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아가, 신화 속에서 신인 에로스와 달리 프시케는 본래 인간이었다. 그러한 둘의 이 순간은 '인간과 신의 접촉'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으며, 존재의 차이를 넘어선 사랑의 순간을 만끽하는 두 인물을 극적이기보다는 이성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크기변환]사본 -Amore_e_psiche_(1).jpg

 

 

이처럼 사랑과 육체라는 복잡한 층위를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루브르 내에서 상당히 인기 있는 작품이다. 창가에 위치한 이 작품은 특히 낮에 자연광이 내려앉을 때 대리석이 빛나며 그 아름다움을 더하는 작품으로 무심한 관객들의 시선도 한 번쯤은 머무르는 작품이다.

 

이처럼 자연의 빛마저 두 인물의 뻗은 팔에 접촉할 때면 감정적 교류의 파장은 강렬하다.

 

두 인물의 신체, 시선을 넘어선 복합적인 감정 그리고 영적인 교류를 바라보며 우리 모두 직간접적인 강렬한 ‘접촉’의 순간을 회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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