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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규정되지 않은 새로운 움직임의 등장


 

20세기 전후로 등장한 모던댄스는 모더니즘 시기 고전 발레의 규범적, 정형적인 움직임과 타이트 한 의상과 토슈즈, 서사가 포함된 무용 창작 방법을 거부한 이사도라 덩컨이 맨발로 춤을 추기 시작한 이후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일상의 움직임을 적용하려는 시도로 그 시작을 찾을 수 있다. 이사도라 덩컨 외에도 마리 뷔그만, 마사 그레이엄, 도리스 험프리 등의 1세대 현대무용가들은 수축과 이완, 낙화와 회복 등 기존 무용의 규율과 체계를 벗어나 무용수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움직임을 선보였다.


그러나, 1세대 현대무용가들은 후대를 양성하기 위해 자신이 추구하는 철학과 테크닉을 교육하면서 그들의 제자들이 초기 현대무용과 유사한 반복•재생적인 움직임을 구사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무용수마다 다른 예술적 철학으로 인해 대중은 현대무용을 난해하다고 느끼며 엘리트주의적 예술로 인식하게 된다. 이와 같은 1세대 현대무용의 매너리즘을 타파하기 위해 포스트모더니즘의 ‘해체’를 기반으로 트리샤 브라운, 이본 레이너와 같은 2세대 현대무용수들이 등장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이성주의와 합리성 추구에서 벗어나 ‘해체’라는 키워드를 중점으로 전통적인 미의 개념 거부, 탈장르, 탈극장, 이분법적 구조의 해체 등을 통해 개방된 작품을 생산했던 시기에 속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머스 커닝햄은 아방가르드, 전위예술 무용의 일환으로 ‘우연성, 무정형, 미결정’등의 원리를 주장하며 기존의 모던댄스와 다른 시도를 보였는데, 그가 이룬 모던댄스의 ‘해체’에는 어떠한 특성이 존재하는지 주요 작품을 통해 탐구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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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 커닝햄의 주요 작품 및 움직임 특성


 

머스 커닝햄은 마사 그레이엄의 수석 무용수로 활동 중 동작에 감정적 의미를 담아 표현하고자 하는 무용 작업 방식 견해에 대한 차이로 솔로 활동을 시작하여 1950년대에 머스 커닝햄 무용단을 설립했다. 이후 머스 커닝햄은 발레, 현대무용의 교육을 받은 움직임, 정형적 테크닉에서 탈피하는 것과 불확실성, 우연의 개념 안에서 즉흥적으로 공연을 창조하는 것을 추구했다. 특히 그는 존 케이지와 협업을 통해 음악과 무용의 독립적 관계의 형성을 이루고자 했는데, 공연 전 음악과 무용의 합을 맞추며 연습하는 기존 무용 제작 방식과 달리 공연에 대비한 연습 없이 진행하는 불확실성의 개념을 적용했다.


머스 커닝햄은 자신의 예술관을 기반으로 움직임을 통한 감정의 표현보다 신체 움직임 특성, 무용의 본질에 집중하여 무결정, 우연, 즉흥의 원리를 지속적으로 연구 및 확립하며 작품 창작을 이어나갔다. 그의 예술적 철학이 돋보이는 주요 작품으로는 'Variation 5'와 'Spit Side'를 언급할 수 있다. 'Variation 5'에서는 소리에 민감한 자기장 막대에 무용수의 움직임이 안테나에 인식되면 소리가 발생하는 시스템으로 예술 장르 간의 경계를 해체하고 상호 영향을 받으며 무용과 기술 융합이 나타나는 작품이다. 이는 무용 작품이 창작된 이후 움직임에 맞춘 음악의 작업이 이루어졌던 기존의 절차를 역행하는 시도로 의의가 있다.


'Spit Side'에서는 그가 강조한 우연성과 즉흥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는 인간 내부에 존재하는 9개의 감정의 표현 순서를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동전을 던지는 행위 혹은 주사위, 제비뽑기 등으로 결정하는 Chance 원리를 해당 작품에 적용했다. 'Spit Side'의 안무, 음악 및 무대, 의상 등의 디자인 요소는 'Spit Side'를 위해 각 두 세트로 구성되었고, 주사위 던지기를 통해 무용과 공연의 구성 요소를 선택하는 우연적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안무가의 주관적 개입을 배제함으로써 무용의 미결정성, 우연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처럼 앞서 언급한 머스 커닝햄의 두 작품을 통해 그가 주장한 우연성 및 즉흥성의 원리와 음악과 무용의 독립적 상생 관계 형성, 예술 장르 간의 경계 해체의 시도를 살펴볼 수 있다.

 

 

 

 

그는 포스트모던댄스의 선구자로서 고전발레와 현대무용이 가지고 있던 정형적 체계를 벗어나기 위해 그만의 예술적 실험을 시도했다. 고전발레의 경우, 궁정 문화로 시작된 무용으로 귀족들의 정치적, 과시적 특성이 관람 문화에도 나타났다. 과거 프로시니엄 극장의 무대 혹은 극장이 아니더라도 특정한 무대와 관객석으로 구분된 공간에서 무용 공연을 진행했다면, 모던댄스 등장 이후 공연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작품 구성 측면에서는 발레와 현대무용 모두 서사와 그에 해당하는 이미지, 감정 등을 움직임으로 표현했기에, 머스 커닝햄이 추구한 ‘동작 속의 신체’와는 차이점을 보인다.

 

또한 운동장, 체육관 등의 외부 공간에서 공연을 진행하는 탈 극장의 시도를 이루었고, 작품 내 서사와 감정의 표출 없이 온전히 신체의 움직임에 집중한 움직임 특성은 트리샤 브라운, 이본 레이너 등의 후배 안무가들의 창작 및 예술적 철학에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시공간의 상호작용, 무용과 음악의 독립 관계에 대한 고전적 관념을 제거하며 다원적 무용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마리우스 프티파의 고전발레 머스 커닝햄의 포스트모던 댄스 움직임 특성 비교


  

예술적 철학과 접근 방식 비교

 

1) 고전발레 – 마리우스 프티파 - 고전주의의 명료, 균형, 대칭, 조화 형식미에 근거한 마리우스 프티파의 고전발레는 턴 아웃과 5가지 기본자세, 수직 점프, 기교와 테크닉 등 구체화된 발레의 형식을 엄격하게 구현하는 것을 강조했다. 당대의 발레는 모방론에 근거한 움직임 특성을 보였으며, 하나의 귀족 문화로서 화려하고 대담한 장식과 무대 장치의 사용이 나타난다. 마리우스 프티파는 발레의 스펙터클 요소를 강조하고, 음악은 춤의 극적 요소를 이해하는 요인으로 활용했다. 이는 차이콥스키와 협업에서 구체적인 무용 동작을 우선적으로 제시하고, 그에 맞춰 무용 조곡을 작곡하는 작업 방식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포스트모던댄스 – 머스 커닝햄 - 머스 커닝햄은 마리우스 프티파와 달리 표현론에 근거한 무용으로 작품의 근원과 시공간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가지고 무용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무용에 내재된 서사적, 스펙터클의 요소를 배제하고, 우연성을 통한 하나의 사건으로서의 무용을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음악과 무용을 독립적으로 분리함으로써 무용과 음악은 연결되어 귀속되기보다 독립되어 있지만 공생하는 관계를 유지한다.


이처럼 마리우스 프티파의 고전발레와 머스 커닝햄의 포스트모던댄스의 개념 및 주요 작품, 특성을 알아보며 당대의 두 안무가가 추구한 예술적 철학과 후대에 미친 영향에 대해 알아보았다. 두 무용의 양식은 예술의 가치 이론 (모방론과 표현론), 정형성과 비정형성 등 무용 양식이 가진 특성에서부터 정반대의 특질을 가진다.

 

관객과의 상호작용보다 귀족 문화의 정치적, 과시적 성격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고전발레와 기존의 서사적 구조, 탈극장, 우연성 기법으로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시도한 머스 커닝햄의 포스트모던댄스는 모두 당시의 사회•문화적 흐름과 결부되어 나타난 하나의 예술적 시도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서론에서 언급했던 사회•문화, 역사적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모하는 예술의 가치와 양식은 동시대에 무용수 개인이 추구하는 예술적 철학과 개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렇기에, 동시대 무용가로서 각 무용 양식의 관람 방식 및 특성을 파악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당대의 사회•문화적 흐름에 맞는 무용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또 작품의 현대화, 무용 공연의 관객 개발 과정에서 더 많은 관객이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도록 무용 양식이 가진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구성해야할 것이다. 이 글을 통해 무용에 대한 더 많은 물음표가 생겼기를 바라며. 이쯤에서 마쳐본다.

 

 

* 참고자료

1. 고흥균. "머스커닝햄의 우연성 기법(Chance Method)을 통한 작품제작." 국내석사학위논문 한국예술종합학교, 2015. 서울

2. 정은주. 『포스트 모던댄스와 컨템포러리 댄스에 대한 미학적 시각』. 도서출판:소리숲, 2020.

3. 최자혜. "존 케이지의 영향에 의한 머스 커닝햄 안무기법에 관한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공주대학교, 2006. 충청남도

4. 최문애 (Moon Ea Choi),and 한경자 (Kyung Ja Han). "머스 커닝햄 작품 성향의 변천 과정." 체육사학회지 18.- (2006): 195-205. 무정형, 무결정, 우연, Anarchic, Indeterminacy, Ch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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