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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알폰스 무하에 대해서는 작가의 이름보다는 그의 작품으로 먼저 접한 케이스이다. 언젠가 우연히 미디어에서 그의 작품을 보고는 너무 아름다운 그 특유의 선을 보고는 감탄한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그 작품이 무하의 작품인지는 몰랐고, 단지 굉장히 독특하고 아름다운 스타일의 작품을 발견했다는 기쁨이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그 작품의 작가를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특히나 남다른 의미로 내게 다가온 것 같다. 무하의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오래 전 그 기억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알폰스 마리아 무하. 그는 는 체코의 화가이며 장식 예술가이다. 그리고 아르누보 시대의 대표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아르누보’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성행했던 유럽의 예술 사조로서 프랑스어로 "새로운 미술"을 뜻한다.

   

미술보다는 영화에 익숙한 나로써는 마치 그것이 ‘새로운 물결’을 뜻하는 ‘누벨바그’와 맞닿는 지점이 많다고 느꼈다. 프랑스 영화계에서 새롭게 일어난 풍조인 누벨바그는 혁신보다는 기교를, 실험정신 보다는 기존의 것을 유지하는 주류 프랑스 영화의 소위 "품질의 전통"을 거부하며 나온, 프랑스 영화계의 새로운 풍조이다.

 

누벨바그가 기존 영화에 대한 틀을 깨고 우리에게 놀랍고 위대한 영화들을 선사해주었듯, 아르누보 양식 또한 기존의 예술에서 보기 힘들었던 새롭고, 아름다운, 그리고 깊이있는 많은 예술 작품들을 후대에 남긴 것 같다. 아르누보 양식이 최고조를 이룬 시기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1890~1905)인데, 19세기 아카데미 예술의 반작용으로 자연물, 특히 꽃이나 식물 덩굴에서 영감을 받은 장식적인 곡선을 많이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

 

그러한 특징을 보면 역시 아르누보 양식의 대표 작가라고 할 수 있는 무하의 작품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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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개인적 취향에 가까운 고백이지만 나는 자연물, 특히 꽃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무하의 작품을 봤을 때 다른 부분보다 그 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그의 작품 한가운데는 아름다운 여인이 나오고, 그 여인이 화관처럼 머리에 꽃을 장식처럼 사용하며, 그 여인의 주변에는 꽃들이 만개하고 있다.

 

채도가 깊고 선명한 색감을 사용하기보다는 자연스럽고 연한 색상으로 작품을 그리고 있어서 그런지 그의 작품은 오랫동안 보고있어도 전혀 눈이 아프지 않고 되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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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늘 따라다녔던 그의 삶 속에서도 1895년은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해인데, 바로 무하의 작품이 대중에게 처음으로 또렷이 각인된 순간이기 때문이다.

   

1894년 크리스마스에 무하는 휴가를 떠난 친구의 부탁을 받아 인쇄소에서 교정 보는 일을 대신 하고 있었다. 이 인쇄소는 당시 프랑스 최고의 연극 배우였던 사라 베르나르가 감독하고 출연한 연극 '지스몬다' 광고 포스터 제작을 맡았는데 연휴인 크리스마스까지 베르나르에게 OK를 받지 못했다.

 

인쇄소 운영자는 연극 개막일이 1월 4일이라 마음은 급한데 직원들이 다 휴가 중이었기 때문에 인쇄소에 와 있던 무하에게 광고 포스터를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무하는 석판화 일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할 수 있다고 대답하고 극장으로 가 리허설 중인 연극 무대를 보며 스케치한 후 인쇄소 운영자도 휴가를 떠난 사이 석판화를 만들어 12월 30일에 완성했다.

 

이것은 당시 포스터라고 하면 생각하던 크기가 아니라 사람을 실물 사이즈로 그린 대형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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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 포스터는 1895년 1월 1일 파리 광고탑에 붙자마자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삽화가 제롬 두세는 잡지 '레뷰 일뤼스트레'에 "이 포스터는 하룻밤 사이에 파리의 모든 시민이 무하의 이름에 친숙해지게 만들었다."라고 하였다. 포스터가 아름다워 사람들이 거리의 포스터를 하룻밤에 모두 떼 갈 정도였다.

   

너무나 아름다운 것들이 활개를 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서는 포스터를 떼간다는 것이 살짝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지만, 지금보아도 너무 아름다운 그의 작품을 19세기, 파리의 거리에서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그들의 행위에 충분히 납득이 가기도 한다.

   

이번 전시를 보면서 다시금 그의 위대함을 느끼게 되었다. 미디어 상으로만 봤지, 실제로 그의 작품을 원화로써 마주한 건 처음인데 역시 미술 작품은 직접 보는 것과 미디어 상으로 보는 것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을 또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는 체험을 하게 된 것 같다.

   

평소 나처럼 무하의 작품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관객, 아니면 아예 그의 작품을 몰랐던 관객, 그 누구나 이번 전시는 매우 만족스러운 전시가 되었을 거라고 자부한다. 그의 작품들을 보다보면 예술 작품이 여전히 존재해야 하는 이유, 전시에 가서 작품들을 감상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더 깊숙이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하가 피어낸 꽃은 여전히 아름다운 향을 지닌채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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