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앨범 속 '수록곡'들이 말해주는 이야기들
앨범을 처음 재생할 때, 전체의 흐름을 느끼고자 타이틀곡보다는 첫 트랙부터 순서대로 듣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종종 수록곡 속에 숨어 있는 명곡을 발견하게 되고는 한다.
여름의 청량함, 성숙한 감정, 혹은 독특한 서사를 담은 그 곡들은 각기 다른 장르와 분위기를 지니면서도 공통으로 잔향처럼 오래 남는 여운을 준다.
① TWS 2nd Mini Album 'SUMMER BEAT!' - EP
《hey! hey! - 투어스》 3번 트랙
다른 시간 다른 곳에서
우린 모여들었고
아무도 모르는 내일로
어느새 속도를 내 뛰고 있어
내 맘을 힘껏 모아 Pass 해
넌 나와 함께 달릴 때에 어떤 기분인지
이 노래 끝날 때 얘기해 줄래?
청춘의 속도감과 우정을 그려낸 이 곡은 투어스만의 풋풋하고 청량한 매력이 돋보인다. 각자의 공간에 있던 소년들이 한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가는 모습을 그린 가사는 단순한 성장 서사를 넘어서 팀워크와 연대에 대한 진심을 전한다.
가사 속 'hey! hey!'라는 외침은 곡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기합처럼 들리며, 여름이라는 계절의 활기와도 맞물린다.
에디터 본인은 이 곡이 타이틀로 선정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아쉬울 정도였다.
② Wish You Hell - The 2nd Mini Album - EP
《Better Judgment - 웬디》 4번 트랙
있지 세상 모든 건 전부 변해
너와 내가 머물던 그 자리도
노래가 시작되는 첫 전주의 일렉 기타 사운드부터 기억에 남는다.
웬디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지나온 시간과 현재의 나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변화하는 세상과 드 속에서 달라진 다리, 그리고 과거의 우리를 이해하려는 어른의 고백이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뜨겁게 간직할 youth, 또 다른 우리', '서툰 어른 아이, 알지 못해 맴돌았던 you and me' 등 문장보다는 이미지에 가까운 단어들이 감정을 채우고, 읊조리듯 담담한 보컬이 오히려 깊은 울림을 전한다.
감정은 형식을 넘어서 전달될 수 있다는, 음악의 본질적인 힘을 느끼게 하는 곡이다.
③ 1 of 1 - The 5th Album
《투명 우산 - SHINee》 4번 트랙
그림처럼 우린 만나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그려가듯 함께 했었고
스케치하듯 그린 선과
우리를 채워가던 색 다
어느샌가 흐릿해져 가
아련한 로파이 감성으로 시작되는 이 곡은, 만남과 이별을 수채화에 비유하는 시적인 가사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마지막 이별의 순간에 비가 내리지만, 투명 우산을 쓰고 있기에 네가 잘 보여서 좋다는 가사를 담고 있다. 투명 우산이라는 매개를 통해, 이별 후에도 여전히 선명한 상대의 모습을 기억하는 화자의 심정을 전한다.
샤이니의 풍부한 감성과 독보적인 보컬 톤이 만나 그리움 가득한 정서를 더한다. 비가 오는 날마다 생각나는 노래다.
④ Howl - EP
《Aliens - 츄》 4번 트랙
눈, 코, 입의 모양과
팔, 다리의 개수가
조금 달랐대도 이상하지 않았을 거야
억지로 맞추지 말기
애초에 다른 종이니
너는 너답게 잘 보존해
트로피컬한 플럭 신스와 명량한 보컬이 어우러진 곡이다.
외계인을 사랑하게 되어서 피의 색과 온도나, 뇌와 심장 위치가 조금 달랐대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하는 귀여운 가사를 담고 있는 노래이다.
이 노래에서는 표면적으로 외계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에디터 본인은 모든 사람에게 깊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건 아닐지 생각하였다. '다름'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이야기는 모두에게 건네는 말처럼 다가온다.
츄의 산뜻한 음색이 신나는 멜로디와 어우러지며 더 돋보이게 만든다.
'4번 트랙'은 우연일까?
이렇게 모아보면, 흥미롭게도 대부분 4번 트랙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앨범의 도입부를 지나 안정적인 흐름에 들어섰을 때, 아티스트들의 조금 더 깊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하는 자리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타이틀곡의 무게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곡들이 이 위치에 자리 잡는 걸지도 모른다.
음악은 귀로 듣지만, 결국 마음으로 느끼는 예술이다.
오늘은 이어폰을 끼고 앨범의 4번 트랙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