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햄버거를 좋아했지만, 패티만큼은 늘 치킨을 선택하곤 했다. 워낙 치킨을 좋아하다 보니, 다른 종류의 패티는 굳이 시도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쉑쉑버거’가 동대문에 상륙하면서 ‘수제버거’라는 세계에 처음으로 관심이 생겼고, 그 계기를 통해 햄버거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에 첫 매장을 연 쉑쉑버거는 예상보다 넓고 세련된 공간을 자랑했다. 패스트푸드점 특유의 분주하고 붐비는 분위기 대신, 통유리창 너머로 햇살이 스며드는 매장 안은 차분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졌다. 매장 밖으로 길게 늘어선 줄도 인상적이었다. “대체 어떤 맛이길래 이렇게까지?”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나도 자연스레 그 줄의 끝에 섰다.
그리고 쇠고기 패티가 들어간 기본 수제버거를 주문했다.
한 입 크게 베어 문 순간, 내 머릿속에 있던 '햄버거'의 정의가 완전히 바뀌었다.
수제버거의 진짜 매력은 정직한 재료에서 비롯된다. 먼저 입 안에서 아삭하게 씹히는 신선한 양상추와 토마토, 그리고 달콤하게 볶아진 카라멜라이징 양파가 조화를 이룬다. 이 채소들의 식감과 단맛이 입안에 부드럽게 퍼질 때, 이미 기대 이상의 즐거움이 시작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패티다. 테두리는 노릇하게 구워져 바삭하고, 속은 육즙을 가득 머금은 채 부드럽게 씹힌다. 입 안에 퍼지는 고기의 진한 풍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다. 여기에 은은한 버터 향이 배인 번(bun)이 모든 재료를 부드럽게 감싸며, 바삭함과 폭신함을 동시에 전한다. 단순한 빵이 아닌, 각각의 맛을 하나로 묶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특히 바닐라 밀크쉐이크에 감자튀김을 찍어 먹는 ‘단짠 조합’은 처음엔 낯설어도, 한 번 맛보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 짭짤한 감자튀김과 달콤한 쉐이크의 충돌이 오히려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버거를 먹을 땐 반드시 세트를 주문한다. 갓 튀겨낸 감자튀김은 바삭한 식감에 소금이 살짝 뿌려져 있어, 버거와 교대로 먹기에 제격이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마무리—콜라. 시원한 탄산은 입 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며, 풍성했던 맛의 기억을 또렷하게 새겨준다. 톡 쏘는 청량감은 느끼함을 씻어내는 동시에 수제버거의 여운을 완성시킨다.
버거, 감자튀김, 콜라. 이 삼위일체가 테이블 위에 완벽하게 놓인 순간, 나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행복함을 느낀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내가 수제버거에 치즈를 반드시 추가하게 된 계기가 있다.
영화 <더 메뉴> 때문이다.
영화의 후반부, 셰프는 한때 자신이 요리를 사랑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마지막 요리를 준비한다. 그것은 미슐랭 스타의 고급 요리가 아닌, 단순하면서도 사람을 웃게 만드는 음식—치즈버거였다. 셰프는 그 치즈버거를 정성껏 만들며 잊고 있던 ‘요리의 기쁨’을 다시 느끼고, 주인공은 그 버거를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그 순간의 감정은 화면을 넘어 내게까지 전달되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수제버거를 먹을 때마다 자연스레 그 장면을 떠올린다. 그래서 꼭 치즈를 추가한다.
나는 외출할 때마다, 근처에 있는 수제버거 맛집을 찾는다.
새로운 번의 질감, 패티의 풍미, 채소의 조화, 그리고 감자튀김의 짭짤한 맛을 느끼는 행복은 이제 나만의 작은 즐거움이 되었다.
버거 하나에도 정성이 깃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 나는 이 음식을 단순한 패스트푸드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의 손길과 기억, 그리고 맛에 담긴 이야기를 느낄 수 있는 정성이 가득한 음식이라 느낀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제버거를 찾을 것이다.
조금 더 맛있는 한 입, 조금 더 진심 어린 한 끼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