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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내 삶에 클래식은 먼 존재였다. 클래식은 학교 음악 시간에 듣는 것이 전부, 일상에서 클래식을 접할 일은 거의 없었다. 오랜 기억 속에 흐릿하게 남아있는 클래식의 존재는 중학생 시절 단체 관람으로 본 클래식 공연이었다. 부끄럽지만 클래식에 ‘클’자도 몰랐던 나는 2부 공연에서 졸음과 싸우느라 애를 먹었었다.

 

이후 나에게 클래식이란 어렵고 지루한 음악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말았다.

 

 

 

 

그러다 몇 달 전, 한 유튜브 채널을 발견했다. 다양한 플레이리스트를 모아 놓은 음악 채널 ‘노르웨이 숲’이었다.

 

나는 그중 클래식 플레이리스트가 뇌리에 꽂혔다. 특히 드뷔시 음악을 듣는 순간, 귓가에 맴도는 부드러운 선율이 마음까지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것만 같았다. 어느새 마음의 파도가 치는 날에는 드뷔시 음악을 찾았고, 내 일상의 배경 음악이 되어갔다. 결코 클래식은 따분한 음악이 아니었다.


조금은 익숙해진 클래식. 그리고 다시 만난 클래식 공연 [지브리 페스티벌]. 이전과 달리 이번 공연은 마음이 들뜨며 기대가 되었다.


[지브리 페스티벌]은 애니메이션 지브리 OST를 오케스트라 연주로 선보인 공연이다. 1부 공연은 지브리와 클래식 음악의 만남이었다. 원곡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지브리 음악을 더욱 감미롭게 편곡한 것이다. 2부 공연은 지브리 감성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원곡 버전을 연주하였다.

 


 

살아있는 클래식, 풍부한 감정의 집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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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감정을 보여주는 거울' 같다. 감정에는 기쁨, 슬픔, 분노 등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사실 감정이란 한 단어로 똑 부러지게 설명하기 쉽지 않다. 지금 이 감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답답했던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마음은 다양한 감정들로 뒤섞여 있고, 그 감정을 표현할 단어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음악은 다르다.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할 수 있다. 기쁜 감정을 단순히 기쁨으로만 정의하지 않는다. 그 감정의 모습이 어떠한지 멜로디, 템포 등을 섬세하게 컨트롤하여 보여준다.


나는 이를 가장 잘하는 음악 장르가 ‘클래식’이라고 생각한다. 곡 길이가 긴 클래식은 시간에 따라 감정이 변화하듯 한 곡 안에서도 분위기가 여러 번 바뀐다. 그래서 클래식을 들으면 마치 감정에 형체가 있는 것처럼 음악이 살아 움직인다.


1부 공연이 내 마음을 더 파고들어 온 이유도 이와 같다. 클래식은 지브리 음악의 뭉클하고 애틋한 감정을 더 극대화했다. 클래식으로 완성된 감정의 소용돌이는 1부 공연 내내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음악에 벅차오는 감동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케스트라는 켜켜이 쌓아 올리는 악기들의 현란한 연주가 엄청나다. 1부 공연은 웅장하고 화려한 오케스트라 연주가 돋보였다면, 2부 공연은 통통 튀는 매력이 흘러넘쳤다. 애니메이션의 귀엽고 경쾌한 분위기, 동심에서 나오는 순수한 온기가 느껴지는 연주였다.


특히, 2부 공연은 무대 위에 펼쳐진 축제였다. 지휘봉을 휘젓는 지휘자,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모습이 꼭 푸른 초원 위에서 흩날리는 꽃가루를 맞으며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찬란한 연주는 나의 걱정을 덮어 주고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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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페스티벌]을 보고 난 후, 나는 문화생활의 가치를 새롭게 깨달았다.

 

문화생활은 틈날 때 하는 것이 아니다. 틈을 만들어서라도 해야 하는 것이 문화생활이다. 이는 삐뚤어진 시선을 바로잡아주고, 찌들어버린 마음을 정화 시켜 준다. 안개가 뿌옇게 낀 머릿속을 맑게 해주며 생각의 전환을 도와준다.


나는 이를 깨닫고 SNS에 저장만 해 놓은 채 잊고 있던 전시를 예매했다. 일상을 환기시키고 내 삶에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바로 우리에게 문화생활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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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생각을 나눈다는 건 꽤 근사한 일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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