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좋아하는 영화를 물어보면, 스튜디오 지브리 영화를 꼽을 만큼 지브리만의 감성을 애정하는 나는 4월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한 ‘지브리 페스티벌’ 공연에 다녀오게 되었다.
클래식 음악이 결합된 공연인 만큼, 1부에는 지브리 음악과 클래식 음악을 결합한 곡들을, 2부에는 지브리 원곡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1부에는 해설을 들은 후, 해당 곡들을 듣는 형태라,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지식이 적어도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었다. 특히나 클래식 음악을 지브리 음악과 결합한 이유에 대해, 대중이 클래식 음악에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이러한 접점을 만들었다고 한다.
나는 평소 유명한 클래식 음악만 들어왔기에, 사실 여기서 처음 들어보는 클래식 음악도 몇 곡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지브리 음악과 함께 들으니, 클래식에 대한 진입장벽이 훨씬 허물어진 느낌이 들었다.
스튜디오 지브리 영화는 마녀, 정령 등의 인물과 더불어 마법 등의 비현실적인 요소를 일상에 녹아낸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표현하며, 우리에게 현실을 넘은 요소를 상상하게 만들고 더 몰입하게 하는 것이 더욱 지브리만의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생각한다.
이번 공연을 감상하며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음악의 몫도 정말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공연 초반에는 시시각각 연주하는 악기들을 눈으로 따라가느라 바빴는데, 악기 소리가 어느 정도 구분될 쯤부터는 눈을 감고 들어보기도 했다. 눈을 감고 악기 하나하나의 음색과, 그 모든 것이 이루어 내는 조화를 느끼려고 했다. 곡마다 잘 들리는 악기가 달라서 신기했고, 그렇게 다른 소리들이 모여 하나의 음악으로 수렴되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곡 '여행을 떠나며'에서는 하프, 곡 '그날의 강'에서는 호른 등 각 곡마다 주가 되는 악기들이 있어, 그 악기의 연주 소리에 집중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나는 이번 공연 중 플루트의 소리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약간의 휘파람 소리 같기도 하면서 곡 전체에 청량함을 불어넣는 역할로, 잔잔한 분위기에 플루트가 약간의 변주를 주었다.
특히나 평소 지브리 음악 중 최애 곡이기도 한 '바다가 보이는 마을'과 '인생의 회전목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곡들을 감상할 때는 너무 짧게 느껴져 아쉬울 정도였다.
두 음악이 등장하는 영화 < 마녀 배달부 키키 >와 <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은 수능이 끝난 뒤 다시 한 번 시청했던 영화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는 단순히 지브리 그림체가 감성적이고 예뻐서 좋아했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지브리 영화 속 스토리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마을'은 듣자마자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키키의 모습이 떠올랐고, '인생의 회전목마'는 인생의 덧없음과 다양한 감정들이 반복되는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를 봤던 그 순간, 그때 느꼈던 감정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음악의 힘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지브리 영화의 명대사를 남기며 마무리해보려 한다.
"한번 만난 인연은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잊고 있을 뿐이다."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에 등장하는 대사다. 우리는 한 번 만난 인연은 금방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 속 한 구석에 남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인연의 얇고 깊음은 만난 시간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 영화에서 하쿠와 치히로가 다시 만나는 것처럼 말이다. 언젠가 그 인연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면, 잊고 있던 무언가가 문득 떠오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