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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오피니언은 《오복임문》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복임문》은 고장극 형식의 중국 드라마로, 넷플릭스와 동시 방영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역 부인은 오랜 가업을 이어가기 위해 여섯 명의 딸들과 함께 번화한 도시 벤징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낯설고 복잡한 도시에서 예상치 못한 여러 시련과 고난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지만, 역 부인과 딸들은 타고난 총명함과 단단한 가족애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특히 역 부인은 딸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각자의 인연을 찾아주고자 애쓴다. 그 노력 끝에, 여섯 자매는 저마다의 운명적인 상대를 만나 진정한 사랑과 삶의 짝을 이루게 된다.
다채로운 여성상, 여성 캐릭터의 향연
여섯 자매는 '착하고 현명한 여성상'에 갇히지 않는다. 각기 다른 성격과 가치관은 오늘날의 여성들과도 투영돼 있어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첫째, 서우화 '차분한 이성과 명석한 판단력, 여섯 자매의 두뇌'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자매들을 이끄는 리더이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카리스마로 가정을 안정시키는 중심축으로 문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언제나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다.

둘째, 푸후이 '불같이 뜨거운 정의파'
감정 표현이 직선적이고 솔직한 성격. 언니나 동생이 위기에 빠졌을 때 제일 먼저 달려오는 인물로, 늘 뜨겁게 타오르지만 그 안에 깊은 애정이 숨어 있다. 그녀의 유쾌한 마인드를 거치면 어떤 문제도 금세 가벼워지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자매들의 언니 같은 존재, 충누 '항상 우리의 편이 되어주는 언니'
어릴 적부터 함께 지낸 자매들의 언니 같은 존재. 혈연은 아니지만 누구보다도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며, 찻집 가업을 꿋꿋이 이어가는 중심 인물이다. 감정보다 책임이 앞서고, 말은 적지만 행동에서 신뢰가 느껴지는 인물이다.

셋째, 캉닝 '머리 굴리는 꾀돌이'
눈치가 빠르고 장난기도 많은 전략가이다. 감정에 휘둘리기보다는 빠르게 상황을 분석하고, 모두가 헤매는 문제의 실마리를 능청스럽게 풀어낸다. 겉으론 가볍게 웃지만 속으로는 늘 계산 끝난 똑소리 나는 캐릭터이다.

넷째, 하오더 '눈물 많고 따뜻하지만, 불의 앞에선 전사로 돌변'
감정 표현이 풍부하지만, 옳고 그름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분명하다. 억울한 상황을 보면 절대 그냥 넘기지 못하는 정의파이다. 유연하게 상황을 대처할 줄 알며, 자매들 사이에서도 항상 약자의 편을 들어주며 솔직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다섯째, 러산 '귀여움으로 시작해 통쾌한 복수로 끝나는, 반전 막내'
언뜻 보기엔 장난기 많고 귀여운 막내처럼 보이지만, 얕보면 큰코다친다. 누가 자신이나 가족에게 해를 끼치면 그 이상으로 되갚아주는 성격이다. 무서운 면도 있지만,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는 온갖 귀여움과 정을 쏟아붓는 사랑스러운 이중 매력의 소유자이다.
딸들이 집안을 일으킨다: 여성 중심 서사의 부상
중국은 전통적으로 맞벌이 문화가 강한 국가로, 여성의 사회 진출에 비교적 개방적인 환경을 갖고 있었다. 최근 중국 드라마에서는 여성의 연대와 성장, 독립성 그리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한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반면, 《오복임문》은 여섯 자매 각자에게 독립적인 서사를 부여한다. 비중 또한 고르게 분배되어, 다층적인 여성 서사를 완성한다. 단순히 ‘집안의 여자들’이 아니라, 집안을 이끄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역 부인(어머니)의 서사도 단순 조력자나 가부장의 대체물이 아니라 완전한 서사축으로 존재한다는 점이 특별하다. 여성 연대 서사에서 어머니는 종종 구세대의 가치관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드라마 속에서는 오히려 가족의 복을 짓는 주체이자 연결고리로 등장한다. 세대 간 여성의 연대를 자연스럽게 포함하며 다층적인 공감대도 형성하고 있다.
《오복임문》처럼 여성들의 연대와 자립을 중심 서사로 삼은 작품에는 《경경일상》이 있다. 이 작품은 황실에 입궁한 여인들의 경쟁이 아닌, 서로를 위하는 '동료애'와 성장의 서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또한 《전문중척진천천》은 왕족이 모두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고, 가모장적 사회라는 파격적인 설정을 통해 기존 고장극의 권력 구조를 완전히 뒤집는다. 세 작품 모두 중국의 시대극이라는 틀 안에서 여성의 주체적인 선택과 연대를 중심에 두며, 전통 서사의 틀을 벗어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사랑은 곁가지가 아닌, 성장의 도구
남편 찾기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자매들의 ‘자아 찾기’와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각각의 사랑 이야기 안에서도 여성의 주체적인 선택이 중심에 있다.
첫째 서우화의 남편인 두양시는 초반에는 "남자는 아내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 없다"고 말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고정관념은 허물어지고, 무릎을 꿇는 일은 일상이 된다. 이처럼 사랑을 통한 변화와 관계의 재구성이 이 드라마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이 드라마는 과거가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파경서(이혼서)를 들고 와 이혼을 선언하거나, 여성이 먼저 이혼을 언급하는 장면도 어렵지 않게 등장한다. 이혼은 금기나 수치가 아니라, 하나의 선택지로 여겨진다. 이는 여성의 삶과 결정권을 온전히 인정하는 작품의 태도를 보여준다. '결혼의 성공 여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어떻게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고장극에 숨은 판결의 미학
이 드라마는 사랑과 가족 서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넷째 하오더의 남편 센후이자오가 법관으로 등장하면서, 당대 여성들이 마주한 사회 구조와 제도적 한계를 조명한다. 이를 통해 여성들이 그 한계를 어떻게 돌파해 나가는지도 함께 보여준다.
당나라의 법률 체계와 가부장제의 벽은 에피소드 속에서도 드러난다. 혼례 첫날 신랑의 얼굴을 보고 놀란 신부가 우발적으로 칼을 휘두른 사건은, 단순 사고임에도 아내가 남편을 해쳤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사형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는 당시 법이 사고의 여지는 일부 인정했으나, 부부 관계 내 폭력에 있어 여성에게 훨씬 더 가혹했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당시는 효(孝)를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기에, 부모가 자식을 죽인 경우에는 경미한 처벌에 그친 반면, 자식이 부모를 해친 경우에는 곧바로 사형에 처해진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가치 체계가 드라마 안에서 펼쳐지며, 시청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에디터 본인이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변호사 없이 피고와 원고, 그리고 법관이 직접 논리를 주고받으며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것이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법률 구조 안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논리 싸움은 시대극으로서의 매력을 더해준다.


《오복임문》은 역사적 디테일에서도 진중함을 잃지 않으며,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고장극을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비록 과거를 배경으로 하지만, 이 드라마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떤 선택으로 가족이 되고, 무엇으로 스스로를 지켜내는가. 그리고 그 안에서, 여성은 어떤 방식으로 자리를 만들어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