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내면의 여린 감각을 섬세하게 통역하는 자리, 아트인사이트 제1회 기획전 '틔움'에 다녀왔다. 그러나 필자는 '틔움'이라는 전시 제목보다 아트인사이트가 기획전을 여는 명분에 적힌 '여린 감각'이라는 말에 더 눈길이 갔다. 5인의 그룹전 형태의 전시는 성수동의 붐비는 골목을 살짝 벗어난 맷멀(MatMul)이라는 공간에서 열렸다.


공간에는 '여림'이라는 느낌이 가득 담겨있었다. 신진작가들의 섬세한 내면이 묻어나는 작품들이 벽에 빼곡히 걸려 있기 때문일까? 그들의 반짝반짝하지만 조심스러운 열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여기 아트인사이트 기획전이었지!'. 그래, 아트인사이트는 무명의 작가에게 지면을 제공하고 이제 막 창작을 시작하는, 문화예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놀이터이자 인큐베이터였던 것이다.


그래서 와보고 싶었다. 지난 십여 년 간의 아트인사이트의 행보처럼 앞으로 가꾸어질 새로운 제2회, 3회, 4회의 기획전 그 시작은 무엇인지. 그 시작답게 고민이 곳곳에 묻어나 있었다. 무엇보다 작가 구성진 대부분이 신진 작가였다. 아트인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이었고, 그림을 보니 아트인사이트 플랫폼에서 그들의 작품을 간간히 봤던 기억이 났다. 그림, 일러스트 등 평면 작품을 공개하는 작품기고 카테고리에서 실력을 발휘하던 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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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몰라도 회화나 그림과 같은 작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차이가 매우 클 것이다. 온라인에서와 같은 관객이더라도 실제 세계에서 직접 관객을 만나는 경험은 창작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불완전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내보이는 기회는 분명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창작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그 이후의 일이기에, 아트인사이트의 이런 취지는 분명 창작자에게 좋은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소통'을 중요시하는 아트인사이트답게 예비 컬렉터를 위한 경매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 아래 사진처럼 전시장 굿즈샵 한편에는 작품에 '응찰가'를 적어 내는 용지가 있었다. 대신 각 작품에는 경매 시작가가 명시되어 있고 시작가 혹은 그 이상의 응찰가를 적어낼 수 있다. 물론 QR링크를 타고 온라인으로도 가능하게 해 놓았다. 이 외에도 작가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나 굿즈샵도 잘 마련되어 있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전시공간 진입 전에 굿즈샵이 있었어도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워낙 성수동이기도 하니, 플리마켓 느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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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번호와 응찰가를 적어내는 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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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제1회 기획전 <틔움> 한쪽에 자리한 굿즈샵

 

 

또 한편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작가들의 개성이 다양한 만큼 작가들만의 코너가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림체가 각각 달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으나 워낙 처음 만나 뵈는 분들이다 보니 컨셉에 맞는 각 코너의 기획을 했어도 작가 이름이 확연하게 각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은 아트인사이트 온라인 사이트에 게재된 작가 5인의 인터뷰로 해소되었는데, 인터뷰를 읽은 후 작품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에 오프라인 공간에도 같은 소개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각 작가 작품들에 대한 감상을 짤막히 적어보고자 한다. 먼저 작가 '은유(박가은)'의 작품이다. 언뜻 보면 몇 가지의 메타포가 배치되어 있고 작품이 한눈에 직관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쉽게 지나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은유 작가 작품의 묘미는 아주 가까이서 오래도록 봐야 한다는 점이다. 가만히 멍하게 바라보면 앙상한 겨울나무처럼 생긴 거대한 가시, 모래뿐인 사막, 점처럼 아득한 인물, 무시무시한 가시와는 대비되는 화창한 하늘, 또 자세히 보면 보이는 소실점에 위치한 붉은빛. 들여다보면 볼수록 얕지 않다. 어두운 조명과 어두운 배경의 벽에 은유작가의 작품만 하나 놓여있으면 훌륭한 명상까지 가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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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숨이 멎기 전에>

 

 

그리고 다음은 '유사사(오예찬)' 작가의 작품이다. 펜화 작품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시선이 유독 갔다. 인터뷰를 읽어보니 캘리그래피에서부터 그림을 시작하셨다는데 그 영향이 있어서 그런지 펜화의 끝이 매우 섬세했다. 사실 쓰면 쓸수록 빈약한 것이 '언어'이고 '말'이다. 말로 설명되지 않는 어떤 느낌 관념들을 작가만의 언어로 보다 적확히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게 예술의 순기능이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 유사사 작가의 작품은 장식적인 부분이 있어 소장 욕구가 너무 와, 결국 아래 그림과 같은 책갈피를 하나 구매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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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사 <하루>

 

 

그리고 컨셉이 명확한 북 아티스트 'MIA (이서연)' 작가의 작품이다. 전시 경력과 작품 수상도 한 작가답게 명확한 의도와 표현의 설득성이 녹아있다. 전시 공간 한쪽에는 첫 번째 그림책이었던 'The Blue : bench'라는 작품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두 번째 그림책 '나는 이제 ça va'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책의 구조가 작품의 성격도 결정하는데 MIA 작가가 선택하는 방식은 좌우의 그림을 독자가 직접 조합할 수 있게끔 했다. '나는, 이제' 작품 또한 약간의 시차를 둔 두 개의 그림이 병렬되어 있었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모습을 한 두 그림 사이의 간극에서 우리가 놓쳤을 감정과 의미들을 떠올리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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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A <나는 이제 ça va>

 

 

그리고 작가 '대성(정주희)'의 작품이다. 확실히 대중적인 재미를 주는 작품들이었다. 작가의 인터뷰에서도 느꼈지만 큰 포부를 지닌 작가였다. 작품에서 재치와 재미가 느껴졌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확실다. 그러나 그 간극을 맞추기란 쉽지가 않은데 개인적으로 같은 창작자로서 고민하는 바가 비슷해 괜스레 응원하게 되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작가의 특색이었다. 다양한 것을 잘할 수 있는 점도 분명 재능이고 앞으로 어떻게 그 재능들을 융합할지 그 점이 기대가 되는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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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 작가의 작품

 

 

마지막으로 작가 '나른(장의신)'의 작품이다. 연애하는 연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작가 나른의 작품이 섹슈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섹슈얼하다고 흔히들 생각하는 이미지에 가려진, 그 이면에 겹겹이 숨어있는, 어떤 힘 있는 진솔함이 나른 작가님 작품의 매력이다. 그 진솔함이, 그 두려움이, 떨림이 충분히 배어있어 작품 옆에 텍스트가 아니어도 관객 입장으로서 충분히 전달받는다. 언어만큼 추상적이면서 직접적인 것도 없다. 사랑, 증오, 감정, 행복, 편안함 등의 단어는 입 밖으로 내뱉음과 동시에 너무나도 직접적으로 또 뭉뚱그려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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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 <증오에 관하여>, <대책 없이>, <잃은 것>, <빈자리> (왼쪽부터)

 

 

첫 경험은 항상 무섭다.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는 마음, 창작자로서는 특히 발가벗겨진 나 자신이 투영된 작품을 누군가에게 내보인다는 것. 이것만큼 또 떨리는 일은 없다. 그러나 작품이 탄생하는 배경에는 자신의 작품을 보아주는 누군가가 있다. 결국은 누군가에게 보일 운명을 타고난 셈. 그런 의미에서 진짜 아티스트들은 굉장한 전사가 아닌가 싶다. 전사들은 누가 뭐래도 나아가니까.


이런 전사의 첫걸음과 함께해 주는 아트인사이트가 있어 다행이다.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려면 언제나 든든한 뒷배가 있어줘야 하기 마련이니까. 그 현장을 목도할 수 있어 다행이었고 이들의 조심스럽지만 반짝거리는 열정이 꺼지지만 않고,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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