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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이카>가 지난 3월 14일에 막을 올렸다.

   

뮤지컬계의 ‘믿고 보는 창작진’(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 박소영 연출)이 뭉친 극으로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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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정보를 처음 봤을 때, 무엇보다도 지구 최초 우주 탐사 견으로 선발된 개 ‘라이카’의 이야기라는 점에 큰 관심이 갔다. 어떤 이야기를 할지. 강아지는 어떻게 표현할지 등 관람전부터 기대가 담긴 궁금증이 증폭됐다.

 

직접 보고 온 <라이카>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본다.

 

라이카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오는 5월 18일까지 공연한다.

 

 

 

Point 1. 재치 있는 무대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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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은 건 <라이카>의 무대장치다.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은 600여 명을 수용하는 중극장이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극이기 때문에 무대가 크지 않으면 자칫 규모가 작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라이카>는 이를 무대장치와 연출로 커버했다.


라이카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첫 넘버에서부터 무대 위에는 소련의 시민들을, 천장과 맞닿을 정도의 높이에는 우주선 속 강아지 영상을 배치해 관객들이 무대를 넓게 보게끔 한다. 첫 넘버가 끝나고 순식간에 무대가 하나의 우주선으로 변해 중앙의 창문을 통해 ‘라이카’가 등장하는 것도 신선했다. 커다란 무대에 얼굴 하나만 내보인 채 노래하지만 화려한 배경 연출에 마치 라이카가 우주로 떠나고 있는 듯 보였다.


이 외에도 극이 진행되는 내내 무대는 지구가 됐다가 우주선이 됐다가 어린 왕자의 B612 행성이 된다. 그 전환이 억지스럽지 않아 몰입이 쉬워진다. 라이카는 넘버가 바뀔 때마다 관객을 자연스레 통째로 옮긴다. 조명과 비디오, 무대 세트의 배치가 적절하다. 그래서인지 극을 보는 동안 미디어아트 작품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Point 2. 이야기를 비튼 이야기


 

<라이카>는 냉전 시대와 라이카라는 실화 옆에 누구나 아는 ‘어린 왕자’ 이야기를 가져왔다. 인간에 의해 귀환 장치가 없는 우주선에 올라탄 라이카. 공연은 라이카가 우주로 나간 뒤의 이야기를 그린다. 라이카는 B612 행성에 착륙해 어린 왕자를 만난다.


여기서 포인트는 어린 왕자가 이미 어른이 되었다는 것. 게다가 어른이 되는 동안 인간을 극도로 혐오하게 돼 라이카에게 함께 지구를 파괴하자고 제안하는 것.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에 색다른 설정과 배경을 부여하니 큰 설명 없이도 관람 재미가 더해진다.


장미 역할을 남자 배우가 맡은 것과 바오밥 나무를 늘 몰려다니는 ‘미니언즈’처럼 설정한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다. 특히 장미의 자기애 넘치는 성격과 바오밥들의 B급 감성 군무가 조미료처럼 극에 생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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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3. 인간다움


 

계속해서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라이카의 마음을 돌려 함께 복수하고자 하는 어린 왕자는 라이카가 사랑하는 인간 ‘캐롤라인’과 똑 닮은 ‘로케보트’를 선물한다. 캐롤라인의 외모와 행동을 그대로 학습한 로봇을 통해 지구를 잊길 바란 것이다.

 

라이카는 예상대로 로케보트를 사랑한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캐롤라인과 달라서’ 사랑한다. 캐롤라인인 줄 알고 사랑하거나 캐롤라인과 다르다며 싫어하는 전개만 상상한 내겐 제법 충격이었다. 그렇게 라이카는 사랑의 한계 없음을 알려준다. 같으면 같아서, 다르면 달라서. 사랑할 만한 이유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라이카는 어린 왕자처럼 인간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복수를 다짐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인간에게 관용을 베풀기로 선택하고 지구를 폭파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히려 그 지점 때문에 관객은 인간을 용서하지 못한다. 인간이 밉지만 ‘인간처럼’ 복수하지는 않겠다는 라이카의 말로 ‘인간다움’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폭력이 폭력을 낳고, 파괴가 파괴를 낳는 세상을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극을 보다 보면 차라리 강아지를 우주로 쏘아 올린 인간의 이야기가 거짓말이기를 바라게 된다. 어느 별에서는 우주에 어린 왕자와 바오밥이 살고 있다는 사실보다 인간이 동물로 실험을 한다는 사실이 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지구가 그런 별이 될 날이 올까? 그때까지 라이카는 어디선가 인류를 ‘기다려’주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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