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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한때는 정말 정말 미술관, 혹은 전시관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 곳에서, 그렇게 갖춰진 곳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너무너무 좋았다. 그 순간의 몰입을 사랑했고, 작품과 나누는 대화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과연 내가 제대로, 정말 정석대로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가에 대한 확신은 내릴 수 없었다. 종종 도슨트를 듣기도 하고 관련 책도 꽤 여러 권 읽었지만, 뿌리가 없는 지식이기에 늘 흔들렸다. 이 부분을 개인적으로 몹시도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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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의 심리학>은 서울대학교 오성주 교수의 책으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행위가 AI 시대에 우리 인간에게 가지는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심리학자인 그는 AI가 많은 것을 대체하는 시대이지만,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행위만큼은 우리 인간의 고유한 활동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예술 작품 감상을 어떻게 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가를 설명한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예술가가 아닌 심리학자가 설명한다는 점이 조금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 부분이 흥미롭게 느껴져서 본 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넓디넓은 심리학의 바닷속에는 예술 심리학이라는 분야도 존재한다.


예술 심리학은 예술을 심리학적인 분석 대상으로 삼고, 보다 실험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예술이라는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심리학자이자 교수인 그가 교단에서 약 10년 동안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의를 바탕으로 본 책은 예술 심리학의 입을 빌려 우리가 더 깊고 정확하게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각과 감각의 영역은 학부생 시절, 무척 재미있게 공부했던 영역이었다. 인간이라는 유기체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배우는 과정은 꽤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예술 작품 역시 우리의 소통 대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작품과 소통을 하고 있을까?

 

카메라의 등장은 예술을 이야기함에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그림보다 더 빠르게, 그리고 더 정확하게 순간을 캡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카메라로 인해, 실제의 사물을 있는 그대로 온전하게 옮기는 그림 기법이 자연스럽게 하락 곡선을 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인상파, 야수파, 초현실주의 등이 등장했다. 화가가, 그림의 중심이 된 것이다. 화가 자신이 느낀 감각이 캔버스의 주인공이 되면서 그림의 형태는 자유를 얻었다. 풀어지고 알록달록 해졌으며 굳이 현실에 존재할 필요도 없어졌다.

 

하지만 그림을 보는 우리의 눈은 너무도 오랜 시간 형태를 지각해왔다. 그리고 이 사실은 우리와 예술 작품 사이의 높은 벽을 세운 장본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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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는 지각의 본능을 설명하며, 이 부분을 인식하면서 적어도 예술 작품을 보는 순간만큼은 '형태'에 집중하는 습관을 잠시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실제로 전문가들이 작품을 감상할 때, 일반인들보다 작품의 구성적인 측면에 더 집중을 한다고 말한다. 우리 일반인은 보이는 그대로에서 답을 구하고 친숙함을 느끼지만, 전문가들에게는 그보다는 그림의 구조적인 측면과 색감, 질감 등 표현 방식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도 이들처럼 작품을 감상해 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도대체 이게 무엇을 그린 거지?'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 색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전반적으로 이 작품은 무엇을 표현한 것일까?'를 들여다본다면, 그 안에 깃든 리듬감과 조화, 감정 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로운 제안이었고, 실제 앞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가이드였다. 실제로 무엇을 그린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는 그림들을 마주칠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애초에 작가는 무언가를 그릴 생각조차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책 <감상의 심리학>이 전하는 골자는 어쩌면, 일반교양서와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실은 대부분의 예술을 다루는 책들에서 같은 말을 하고 있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책들에 비해 이 책이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내 생각에는 접근 방법이 달랐기 때문인 것 같다. '심리학'과 '과학적'인 분석으로 우리가 예술 작품 앞에서 헤매었던 날들을 설명했기 때문에 더욱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아하, 그랬구나! 그래서 그런 거였어!'를 깨달을 수 있으니, 나의 부족함을 더 쉽게 인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첫 장부터 매력이 느껴지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읽을수록 진가를 발했던 책 <감상의 심리학>. 특히 예술과 심리학을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마음에 쏙 드는 책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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