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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공연기획자’라는 직업이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 전혀 감을 잡고 있지 못했다. 공연을 기획한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면 공연의 전반적인 것들을 만드는 연출가나 PD와 다른 점이 무엇이지? 공연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를 담당하는 것이라면, 제작감독 등 다른 포지션의 직업이 해도 되는 일이 아닌가라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던 것이다. 그런 나한테 공연기획자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낸 <무대 뒤에 사는 사람>은 공연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더 높일 수 있었던 책이었다.


 

 

결국, 공연이란


 

이 책을 끝까지 읽었을 때, 책의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공연은 누구 하나 개인의 힘으로만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다. 무대 위에 서는 배우들부터, 무대를 전반적으로 만드는 연출가, 작가, 작곡가, 연주자들, 그리고 조명과 무대 등 다양한 장치를 담당하는 스태프들. 마지막으로 공연의 전반적인 사항을 기획하는 기획팀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협동과 노력이 더해져 만들어지는 산물이, 공연인 것이다.

 

책에 소개된 에피소드 중에 ‘스태프나 배우가 못 온다면’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공연 전 음향감독이 나타나지 않아 공연을 올리는 데에 어려움이 생길 뻔한 상황. 하지만 다행히도 음향감독의 일을 봐 줄 수 있던 다른 감독 덕분에, 위기를 넘겼던 아슬아슬한 이야기다. 이성모 공연기획자는 이 상황을 함께 겪었던 배우 분이 “스태프 하나하나가 이렇게 소중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말했다며 회고하시는데, 정말 그렇다. 책을 읽는 동안 무대 위, 무대 뒤를 가리지 않고 공연 하나를 올리는 데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이 들어가는지 알 수 있었다. 한 명이라도 없으면 완성도에 금이 가는 게 공연인 것이다. 앞으로 공연을 관람할 때마다, 뒤에서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떠올려 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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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변화라도 일어나길 바라면서


 

그 중에서도 이 책의 저자인 이성모 공연기획자님에게 초점을 맞춰 볼까 한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저자가 공연을 대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공연을 단순한 ‘돈과 돈이 오가는’ 사업으로만 대하지 않는다. 그에게 공연은 현재의 우리 사회에 어떤 이야기가 필요할지 생각하며, 그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과정이다.

 

[“내가 기획하고 제작하는 공연에는 모두 아픈 사람이나 우리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등장시켜 그들의 아픈 감정과 정서를 드러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관객들이 그들의 치유와 더 나은 삶을 고민하고 공감하게 하고자 노력했다. ...공연을 통해 잘 보이지 않는 아픈 이들에게 아주 작은 변화라도, 또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면서.”] (46p)

 

그가 만든 공연을 돌이켜보면 ‘공연’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 수 있다. 나도 언젠가 관람한 적이 있던 연극 <인계점>은 우리나라 의료계의 아픈 현실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고, 연극 <보도지침>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사회의 어두운 면을 꼬집어 보여준다. 그렇다고, 사회적 문제를 다룬 공연만 연출하는 것은 아니다. <국화꽃향기> <보물> 등의 다정하고 따스하게, 관람객들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는, 우리의 정서를 울리는 공연들 또한 기획했다. 이런 식으로 ‘이 이야기를 선택한 이유가 있고, 이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이 있다’는 것은 한 사람의 창작자로서 반갑게 느껴지는 일이다. 어떤 이름을 가지고 창작을 하던 간에, 결국 창작을 하는 일은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꽤나 다양한 곳에서 공연에 관한 영감을 받고, 이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화꽃향기>처럼 원작이 존재하는 작품들도 있었고, 일본 아티스트의 <편지>라는 노래를 공연에 삽입한다던가 하는 식도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저자가 원작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혹은 극의 모티브가 되는 실제 사건과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했는가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원작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자신의 진심을 보여준다. 때로는 왜 이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 설명하고, 때로는 어떤 방향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쪽대본을 보내며 자신이 ‘진심’으로 작품을 대한다는 것을 알린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러한 태도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저자처럼, 정말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위해서 달려가고 싶다. 무대 뒤에 서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단단히 굳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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