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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지브리 페스티벌>이 열린다.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들의 음악을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만나는 자리다.


1984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2023년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까지, 40여 년에 걸쳐 우리를 설레게 한 음악을 만든 주인공은 작곡가 히사이시 조다. <지브리 페스티벌>과 함께 이제는 거장의 반열에 오른 그의 발자취를 살펴본다.

 

 

 

영화음악 작곡가로의 전향


 

'인생의 회전목마'를 빼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말할 수 있을까. '어느 여름날'이 흐르지 않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를 상상할 수 있을까. 작품 제목과 함께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되는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광대한 자연, 친근한 캐릭터 디자인과 함께 오늘날 우리가 '지브리 스튜디오'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미지의 일부다. 그만큼 그의 음악은 지브리 고유의 색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대부분의 지브리 작품에 참여했다 보니 히사이시 조가 처음부터 지브리에서 경력을 시작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20대의 히사이시 조는 순수예술가를 꿈꾸던 작곡가였다. 히사이시 조가 아니라 본명인 후지사와 마모루로 불리던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50년생인 그는 구니타치 음악대학에서 작곡을 공부하던 1970년대, 기존 음악의 틀을 깨는 전위음악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4분 33초 동안 연주를 하지 않음으로써 완성되는 곡이자 음악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진 존 케이지의 '4분 33초'가 대표적이다. 그 갈래 중에서도 특히 매료된 것은 하나의 선율을 조금씩 변형해 반복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미니멀 음악'으로, 대학 졸업 후 10년 가까이 개인 작업에 몰두한다. 이 시기 미니멀 음악으로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지만, 청중 없는 음악을 만드는 일에 한계를 느끼고 영화음악가로 방향을 틀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고자 결심한다. 히사이시 조라는 예명을 쓰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의뢰를 받는 작곡가로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그가 전환점을 맞은 건 1983년 한 장편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맡아 달라는 의뢰를 받으면서부터다. 아직 우리가 아는 지브리 스튜디오는 없던 시절, 그 전신인 '톱 크래프트'에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준비하던 미야자키 하야오가 무명이던 히사이시 조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가까운 미래, 황폐해진 지구를 배경으로 인간의 탐욕과 자연의 치유력을 그린 이 작품을 위해 히사이시 조는 엔딩곡인 '하늘을 나는 사람'을 비롯해 13개의 곡을 만든다. 이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며 지브리 스튜디오가 설립되었고, 지브리와 히사이시 조의 동행도 이때부터 쭉 이어진다.

 

 

 

지브리 스튜디오와의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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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이시 조가 어떤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는지는 그의 저서 『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샘터, 2016) 에서 상세히 만나볼 수 있다. 이 정도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면 어떤 작업에도 초연할 것 같지만, 의외로 책에서 드러나는 건 새로운 작업에 들어갈 때마다 치열하게 임하는 모습이다. 영화음악을 만들게 된 다음부터 가장 큰 목표가 관객의 상상력이 파고들 여지가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라는 그에게 작곡은 창작 행위이기도 하지만 엄연히 마감 기한이 존재하는 업무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순간의 기분에 휘둘리지 않고 매일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최상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한 번도 지브리 스튜디오와 일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데, 그 끈기와 집념 덕에 수많은 명곡이 탄생했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지브리는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회사로, 히사이시 조는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작곡가로 성장했다.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를 시작으로 기타노 다케시 감독과도 여러 작업을 함께했고, 1998년에는 나가노 동계올림픽의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다. 모르는 사람도 많을 텐데, 우리나라의 <웰컴 투 동막골>과 <태왕사신기>의 OST 역시 히사이시 조의 작품이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점은 히사이시 조가 작곡가만이 아니라 지휘자, 피아니스트,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며 영역을 넓혔다는 것이다. 2010년대 이후 그를 접한 사람들은 큰 무대에서 지휘를 하거나 피아노를 치는 히사이시 조가 낯설지 않은데, 사실 연주자로서 피아노를 직접 치기 시작한 것은 서른 살이 넘어서이다. 곡의 창작 의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작곡가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지휘를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2001년에는 음악 전공자 네 사람이 4중주단을 만들어 콩쿨에 도전한다는 내용의 영화 <쿼텟>으로 감독 데뷔를 하기도 했다.

 

 

 

우리 시대 거장의 음악을 만나는 <지브리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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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히사이시 조의 근황으로 최근작인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의 음악을 떠올릴 텐데, 요즘은 클래식과 현대음악 쪽에서의 활동도 활발하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현대음악을 소개하는 공연 시리즈 '뮤직 퓨쳐'를 기획하고 꾸준히 공연과 음반 발매를 이어 나가고 있다. 2023년에는 클래식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펀(DG)에서 지브리에서 작업한 대표곡들을 관현악 버전으로 편곡해 '심포닉 셀레브레이션(Symphonic Celebration)'이라는 제목의 음반으로 발매했다. 또한 작년에는 '교향곡 2번'과 '비올라 사가'를 발표하는 등 개인의 창작 활동에도 열정적이다.


<지브리 페스티벌>은 이처럼 우리 시대의 거장인 히사이시 조가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40여 년간 구축해 온 음악세계에 집중해보는 시간이다. 정통 클래식뿐만이 아니라 영화음악, 애니메이션음악, 게임음악 등 여러 장르의 공연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아르츠심포니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선다. 예술감독이자 지휘자로 함께하는 안두현 역시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후 정통 클래식에 기반을 두면서도 다양한 장르에 열린 자세로 새로운 시도를 해 왔다. 예전부터 히사이시 조의 팬으로 해설을 맡은 적도 있는 그가 이번 공연을 어떻게 이끌지 기대를 모은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1부의 클래식 편곡이다. 리스트, 드뷔시, 쇼팽 등 익숙한 클래식 음악가들의 스타일을 지브리의 음악에 접목했다. 협연자이자 해설자로 참여하는 송영민 피아니스트는 이전에 다양한 방송 출연을 비롯해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여러 기획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관객의 눈높이에 맞게 쉽고 재미있는 설명으로 찾아간다. 1부에서 색다른 맛의 지브리 음악을 즐겼다면 2부에서는 원곡에 가깝게 연주하는 익숙한 지브리 음악이 펼쳐진다. 2023년 전국투어를 하는 등 이미 여러 차례 관객을 만난 공연인 만큼 이번에도 수준 높은 무대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지브리 스튜디오와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좋아하는 관객에게 꿈 같은 순간을 선사할 <지브리 페스티벌>은 4월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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