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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의 심리학_앞표지_띠지.jpg

 

 

미술관을 가서 그림을 볼 때면 수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저 커다란 캔버스 앞에서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온종일 붓을 들고 그림을 그렸을지 궁금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순간의 감정과 고민은 무엇이었을까?

 

<감상의 심리학>은 이런 감상의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나는 사실 인물화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이 빼곡한 지하철에서 이 책 속의 드넓은 대지를 그린 풍경화를 볼 때면,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풍경화의 대표적인 그림 기법으로는 인상주의가 많은데, 클로드 모네의 <디예프 근처, 푸르빌의 썰물>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풍경화에는 사진이 담아내질 못하는 그림만의 질감과 색감이 나타나서 더 넋을 놓고 보게 되는 것 같다.

 

 

 

단순함 속에 담긴 깊은 의미


 

이 책의 표지인 피에드 몬드리안의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 (Composition with Red, Blue, and Yellow)>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디자인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몬드리안은 이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고민하며 작업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안심이 됐다면 너무 괘씸할까? 남들이 어떻게 보든 자신의 고집과 소신을 지키며 단순하다 못해 패턴처럼 보이는 작품을 그려낸 몬드리안을 떠올리니, 나도 그냥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통해 작가의 삶을 읽다


 

["그림과 배경의 맥락을 알게 되면, 이 작품을 통해 작가의 고통과 더욱 깊이 공감하게 된다."] - p.246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고, 남의 삶을 완전히 경험해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간접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림 속에는 작가의 인생이 담겨있고 표현하고 있다. 그림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맥락을 읽어내고 작가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인 것 같다.

 

사실 모든 예술이 그렇다. 현실에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이 예술이기 때문에, 뜻밖의 마음과 마주했을 때는 잊을 수 없는 감동이 남는다.


 

 

낮과 밤, 빛과 어둠의 경계를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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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빛의 제국'

 

 

후반부로 갈수록 책은 더 흥미로워졌다. 특히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은 언뜻 보면 모순적이다. 아래쪽의 건물과 길은 밤처럼 어둡지만, 하늘은 한낮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낮 아니면 밤만 가질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때문에 릉미롭다. 사실, 해가 비추는 쪽은 낮이고 그림자가 진 쪽은 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지구적 관점에서는 낮과 밤이 공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 p.322,323

 

세상을 빛과 어둠으로만 나누어 바라본다면, 그림자도 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재미있었다. 같은 공간에서도 해가 비추는 곳과 그늘진 곳이 공존하듯, 우리가 보는 세상도 하나의 시선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들은 노래 가사 하나가 떠올랐다. 처음에는 내가 하늘에서 떨어진 찬란한 별이라고 믿었지만, 알고 보니 작은 반딧불이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반딧불이가 덜 빛나는 존재인 것은 아니다. 별과 반딧불이는 '빛'을 품고 있지만, 그 의미와 모습이 다를 뿐. 어쩌면 이 노래 가사가 말하는 것도,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이 보여주는 것도 빛과 어둠, 낮과 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명확하게 나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대신해 주는 시대이지만 결코 감상의 즐거움을 대신할 수는 없다. 더 늦기 전에 감상 공부를 시작할 것을 권한다."] - p.356

 

나는 이미 이 책을 읽으며 감상 공부를 시작한 것 같다. 아직도 잘은 모르겠지만 감상이 주는 느낌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어떤 특별한 것이 있다는 것은 알겠다.

 

그리고 이런 것을 느낄 수 있다면 감사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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