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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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INTRO


 

법으로는 문제가 되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 하는 사람들에게 절대 해가 되지 않고, 외려 도움을 주는 자가 있다면 어떨까요? 마치 전래동화 ‘우렁각시’처럼 말예요.


현실적으로 이야기 해보자면 우렁각시는 농부를 속이고 몰래 농부의 집안 살림을 도와줍니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행한 일이 아니란 것도 압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스토리가 ‘옛날’부터 전해져 온 ‘동화’이기에 “그렇구나-”하고 생각하지만, 요즘 시대에 어떤 누군가가 저를 위한답시고 제가 집을 비운 사이에 밥상을 차려준다고 하면 진짜 무서울 것 같거든요. 나쁜 마음이 전혀 없다고 해도요.


이번에 소개해드리고 싶은 영화는 자극적인 소재를 통해 나름의 교훈과 경고를 주는 <그녀가 죽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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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나쁜 짓은 절대 안 해요. 그냥 보기만 하는 거예요.


고객이 맡긴 열쇠로 그 집에 들어가 남의 삶을 훔쳐보는 취미를 지닌 공인중개사 ‘구정태’.

 

편의점 소시지를 먹으며 비건 샐러드 사진을 포스팅하는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에게 흥미를 느끼고 관찰하기 시작한다.


“관찰 152일째, 그녀가… 죽었습니다.”


급기야 ‘한소라’의 집까지 드나들던 ‘구정태’는 어느 날, 그녀가 소파에 죽은 채 늘어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 후 그가 ‘한소라’ 집에 들어간 것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협박을 시작하고, 사건을 맡은 강력반 형사 ‘오영주’의 수사망이 그를 향해 좁혀온다.

 

스스로 범인을 찾아야 하는 ‘구정태’는 ‘한소라’의 SNS를 통해 주변 인물들을 뒤지며 진범을 찾아 나서는데…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 배우)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냥 밖에서 관찰만 하면 다행인데, 부동산 고객이 맡긴 열쇠를 가지고 그 집에 들어가 어떻게 사는지 훔쳐봅니다. 더 웃긴 건 경첩이 망가졌다거나, 수도가 막혔다거나 하는 등의 집안의 문제점을 하나씩 고쳐주고, 집에서 없어져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물건을 수고비랍시고 챙겨서 나옵니다. 그리고 그렇게 챙겨온 물건을 자신만의 비밀 공간에 전시하고요.


그러던 어느날, 정상이라고 보긴 어려운 취미를 가진 정태의 눈을 사로잡는 여인이 바로 있었으니- 바로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 배우)입니다. 우연히 편의점에서 마주쳤는데, 소세지를 먹으며 인터넷에서 샐러드 이미지를 가져와 ‘비건 시식 중’이라며 SNS에 올리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보이는 모습과 실제가 다르다는 것에 매료된 것인지, 그때부터 정태는 소라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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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또 무슨 우연일까요? 소라가 갑작스럽게 집을 빼야 하는 일이 생겨 정태의 부동산에 집 키를 맡기게 됩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리 없는 정태는 곧바로 소라의 집에 몰래 드나들기 시작합니다. 벌써 그녀를 관찰한 지 152일째, 오늘도 소라가 집을 비운 시간에 맞추어 몰래 집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어제만 해도 밝아 보이던 소라가 어째서 거실 소파 위에서 죽어있는 걸까요? 도대체 누가 그녀를 죽인 것이고, 정태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COMMENT


 

이 영화는 주관적인 견해를 담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사이코들의 대환장쇼’입니다. 사실 저는 이 영화가, 주인공이 변태 기질을 가지고 있으나 어쨌든 그 기질이 좋은 방향으로 발휘되어 억울한 죽음이 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건 줄 알았거든요? 근데 범인 찾기는 개뿔, 외려 범인으로 몰려 죽을 위기에 처할 줄은 전혀 몰랐죠. 초장부터 난감한 주인공 컨셉 때문에 반감이 들어 보기 거북할 수도 있지만, 뒤에 이어지는 스토리 덕분에 나름 볼만 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사람의 심리를 잘 이용해서 생각보다 나쁘지 않게 스토리가 잘 짜여져 있다고 느꼈습니다.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가하는 게 아니어도 어쨌든 정태는 무단 주거침입자인 범죄자이니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서 살인 현장을 목격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또, 경찰이 참고인으로 조사할 때 어떻게든 이 점에 대해서는 들키지 않고 빠져나갈 궁리를 했을 거고요. 그러한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허점을 잘 노렸던 거 같아요. 역시 경찰은 눈치도 좋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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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주로 나래이션을 통해 주인공의 속마음과 상황을 설명해줘요. 이동진 평론가께서는 [부적절한 톤의 내레이션이 몰입과 주제의식을 약화시킨다.]라고 평가를 남기셨지만, 저는 크게 나쁘지 않았어요.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와 주변 상황으로만 내용을 파악해야 하는 것보다, 그래도 이 인물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얘기해주는 게 좀 친절하단 느낌이 들었거든요. 물론 영화마다 나래이션 사용의 적절함은 당연히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연장선일까요? 이 영화에서는 마지막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확실하게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서 전달해줘요. 사실 영화 내에서 직접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배우의 입에서 나오는 상황은 또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 뭐랄까..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게 좀 더.. 느낌 있어 보인달까요..? 그래놓고선 이 영화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서 다른 사람의 리뷰를 찾아볼 때가 많은데도 말이죠.


다시 돌아와서, “앞으로 당신이 당신 인생에 무슨 짓을 할 건지 잘 봐봐요.”라는 이 부분이 없었으면 이 영화는 정말로 제가 앞서 얘기했던 ‘사이코들의 대환장쇼’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을 겁니다. 마지막에 결론을 확실하게 맺음으로써 이 영화가 그저 살인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이야기로만 귀결되지 않게 해줬거든요. 경각심을 일깨워 줬다고나 할까요. 착하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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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서 스토킹과 관련된 일들이 많이 떠올랐어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스토킹에 시달리고 있고, 뉴스에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두려움을 느끼는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하지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았으니 용의자를 체포하는 등의 행동을 취할 수 없다고들 하죠. 피해자들이 계속 두려움에 떠는 동안 심지어는 결국 살해 당하기도 하는 등의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게 부지기수입니다.


정태도 주거침입이라는 분명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고가의 귀중품을 훔치거나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하지 않았어도 말이죠. 아니, 외려 고장난 세면대 배관을 고쳐주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를 반길 수 없습니다. 안정감을 느껴야 하는 곳에 내가 허락하지 않은 사람이 들어왔으니 거부감을 느끼는 게 당연한 겁니다.


스토킹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우리는 일상에서 위협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정신적인 불안감을 계속 안고 가야 하니까요. 범죄를 비교하는 게 웃기긴 하지만 저라면 차라리 정태가 나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그저 부디 범죄에 대한 처벌이 좀 더 강해져서 강한 경각심이 생기고, 모두가 안전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면 싶습니다.

 

 

 

OUTRO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의 투톱 주연이라 OTT에 올라오자마자 바로 시청했어요. 사실 영화관에서 보고 싶었지만 이래저래 사정이 많아 보기가 어렵더라고요. 변요한 배우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부터(미생 때도 좋긴 했지만 머리 스타일 때문에 제외..), 신혜선 배우는 영화 <결백>부터 반해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까지 보곤 했습니다.


만약 영화의 한 소재로만 생각하고 큰 불쾌감을 느끼지 않으신다면 나름 볼만한 영화이지 않을까 싶어요. 직접적으로 말을 하면 재미가 반감될 것 같아 결단코 글에는 작성하지 않았지만, 영화의 후반부를 위해서 전반부 정도는 조금 참아도 괜찮겠다! 싶거든요. 물론 다른 명작들처럼 강력 추천하기에는 조금 어렵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다양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신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배우들의 연기에는 태클 걸 만한 게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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