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이전 아트인사이트에서 주관하는 오프라인 모임에서 굉장히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예술을 사랑하고, 그 때문에 고민하며 살아가는 학교 밖의 이들과 만날 수 있는 경험은 굉장히 소중했다. 때문에 이어지는 오프라인 모임에도 주저없이 참여를 희망했다.

 

좋았던 점은, 모임의 주제 카테고리를 지정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워낙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기에 미술, 글 등 다양한 주제를 복수 선택했고, 결과적으로는 공연 카테고리의 모임에 배정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꽤나 긴장이 되었다. 공연 예술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분야지만, 그와 동시에 잘 알지 못하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잘 알지 못 하면서도 호불호는 강하고, 이렇다 할 전문 지식도 없었기에 전에 비해 좀 더 긴장한 채로 모임을 시작했다.

 

그러나 정말 다행스럽게도,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같은 덕분에 생각 이상으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임하고 있는 일은 조금씩 달랐지만, 예술을 사랑하고, 그 분야에 몸담고 싶어 부지런히 달려온 사람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묻어났다. 학교에서 느낄 수 있던, 권위적이고 전문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편안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에서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말할 수 있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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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의 모임 중, 팀원 분이 주신 좋은 기회로 뮤지컬 [테일러]를 관람할 수 있었다.

 

전쟁 중인 상황에서도 기쁜 마음으로 가업을 이어받아, 양복을 만드는 테일러 형제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들에게 옷은 단순히 생업이 아닌 삶이자, 고객과 본인의 자아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는 시공간을 넘어 울림을 준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이 공연이 다룬 주제는 전쟁이 상실시킨 인간성과 꿈 등,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꿈과 현실 앞에서 휘청이는 시기였던 만큼 옷에서 묻어나는 그들의 자부심과 열정이 유독 반짝였던 기억이 있다. 좋은 공연을 볼 수 있게 도와준 팀원에게도, 공연 하나를 즐겁게 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준 창작진에게도 감사할 수 있었던 무척 소중한 경험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자연스럽게 공연을 보고, 느낀 점을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공연의 스토리에 대해, 배우와 연출, 무대 등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어 기뻤다.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전부 알 수는 없어 말을 아꼈지만, 동시에 아주 가깝지 않은 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기에 좋은 점도 있었다. 좀 더 객관적인 말을 꺼내 놓을 수 있었고, 평소에 친구들과 말하던 주제에서는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었다. 공연이 저녁인 것이 아쉬웠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쁘고도 아쉬운 시간이었다.

 

오프라인 모임을 할 때마다 하는 생각은,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진부한 것이 아니다. (물론 오프라인 모임에서 만난 분들 모두가 굉장히 바쁘고도 즐겁게 지내시고 있었기에, 그 생각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 대신, 꿈을 쫓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생기를 나 또한 오래도록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오래도록 그러한 생기를 가진 이들과 소통하고,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팀원들과의 만남을 글로 정리하며 공연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았는데, '폐허 위의 나다움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눈에 띄었다. 반짝이는 팀원들과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제목을 적었다. 이토록 즐거웠던 모임을 위한 작은 발판을 마련해준 아트인사이트에게도, 몇 달 동안 함께 해준 팀원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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