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미술관에 갈까?’의 부제는 ‘세계 최고의 미술관에서 배우는 비즈니스 인사이트’이다. 미술과 비즈니스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한창 인문학 붐이 일던 때 많이 접했던 것처럼, 결국 경영을 하는 이들에게도 예술적, 인문학적 소양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책이려나? 결론적으로 이 책은 개별적인 예술 작품의 역사와 철학을 구체적으로 파헤치지는 않는다. 예술과 인문학이 중요하다는 요지의 글도 아니다. 다만, 관람객들이 어떻게 특정 미술관에 대한 정보를 얻고, 미술관을 선택하고, 최종적으로 찾아와 즐기는 지, 그 일련의 흐름 속에 숨겨진 전략들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살피고, 이와 연관된 비즈니스의 핵심적 노하우를 차근차근 해설하며 알아보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왜 미술관일까?


 

비즈니스 노하우를 미술관이라는 장소를 통해 뽑아낸다는 것은 기발하면서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미술관에 꼭 필요한 생필품을 사러 가지 않는다. 심지어 손에 잡히는 유형의 그림 작품을 사들고 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인터넷으로도 그림을 볼 수 있는 시대인데, 그럼에도 사람들이 미술관으로 향한다는 건 ‘경험’을 사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다수로 하여금 실은 자신이 이전부터 모호하고 형체가 없는 특정 ‘경험’이라는 것을 원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하고, 이를 갈망하게 만들며, 실제로 적극적으로 움직여 구매와 소비를 행하도록 하기까지는 다양하고 치밀한 비즈니스 전술이 필요한 것이 당연하다.

 

또한, 유형의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라 할지라도, 그와 비슷한 종류의 제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브랜드 경험’으로 승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이미 익숙하다. 그 점에서 미술관에서 찾은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다양한 분야로까지의 확장 가능성을 가진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다.

 

책에서 소개하는 첫 번째 미술관인 ‘셜록 홈즈 박물관’에서 그 내용이 암시된다. 영국의 셜록 홈즈 박물관에 ‘진짜 역사적 유물’이라고 볼 만한 유물은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셜록 홈즈 조차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만든 가상의 인물이 아니던가. 하지만 가상의 장소에 셜록 홈즈가 살았던 집의 번지수를 붙이고 그의 이야기가 장소와 물품들에 밀착되자, 해당 박물관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영국의 명소 중 하나가 되었다.

 

책의 필자가 이와 연결하는 것이 운동화 브랜드 나이키의 이야기이다. 나이키는 아동 노동 착취를 하는 기업이라는 논란이 일었던 기업이지만, 후에 여성 운동선수를 위한 경기를 개최하고, 저개발 국가에서 축구 교실을 여는 등의 활동을 통해 호감과 긍정의 서사를 만들어냈고, 그렇기에 결국 매출은 늘어났다. 사람들은 질 좋은 운동화 뿐만 아니라, 운동화를 구매함으로써 무언가 긍정적인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경험을 구매한다는 것이 여기서 드러난다.

 

진정 다방면으로 품질이 보장된 유형의 물품만큼이나, 어떤 경험을 사도록 독려하는 작업은 중요하다. 게다가 오랜 역사를 가진 세계의 대표적 미술관이라면, 그것이 잘 실행되는 예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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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는가?


 

이 책은 비즈니스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심도있게 전해주는 목적의 책은 아닌 듯하다. 이 책의 리뷰를 쓰는 필자는 경영이나 마케팅이 아닌 예술을 전공했으며, 전공 선택 수업으로 예술 경영, 홍보 관련 과목을 몇 가지 수강한 상황임을 알려둔다. 그 입장에서 보자면, 필자와 같이 예술에 애정이 있는 타 전공생이지만, 경영과 마케팅에 관심이 있어 검색 등을 통해 조금씩 찾아보았고, 공부를 시작해보려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분명 흥미롭고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문체에 있어서도, 이 책의 필자는 자신의 여행 경험, 또는 친구와 나눈 대화로 친근하게 서문을 열며 스무 가지 미술관에 관련한 에피소드를 풀어나간다. 가끔 독자 자신의 여행을 가 본 나라나, 아는 그림이 나오면 자신의 추억과 연관지어 이해할 수 있는 재미도 쏠쏠하다. 편안한 분위기의 교양수업 분위기로 구성된 책은 챕터가 넘어갈수록 비즈니스에 대한 핵심적이고 깊은 내용을 다룬다. 브랜드가 가진 서사의 중요성에서부터 사업 운영의 태도와 협업의 필요성, 타 분야로의 사업 확장, 소비자 경험 구축, 위기관리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 분야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항목들을 미술관의 특징과 역사 속에 망라하여 살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틀을 잡고, 좀 더 본격적으로 경영, 마케팅 용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기본서들로 넘어가면, 새 분야에 대한 접근이 그렇게 막막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경영 전략의 예술


 

이 리뷰를 쓰는 필자가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다고 느꼈던 구체적인 비즈니스 키워드 또는 조언들을 조금 소개하고자 한다.


1. 고정관념을 넘어선 현명한 ‘협업’을 할 것

 

일본 도쿄의 모리 미술관은 미술관을 유지하기에 너무 비싼 땅값을 가진 곳에 있으며, 박물관의 시그니처 작품을 전시하는 상설 전시관도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택시 기사들과의 협업이다. 택시 기사들과 미술이라는 키워드의 공통분모는  세간의 고정관념 속에서는 쉽게 발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 미술관과 택시 모두 ‘관광객이 이용한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모리 미술관은 실제 택시회사에 연락해 베테랑 택시기사 41명을 선발했고, 그들을 미술관으로 초대해 극진한 대접과 함께 관람을 도왔다고 한다. 그 결과 해당 택시 기사들은 택시에 탄 승객들, 관광객들에게 미술관을 추천했고,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은 늘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 이야기 자체도 다수에게 유명해짐에 따라, 미술관은 추가적인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타인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자원과 능력을 빌려 내가 가진 자원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예술 작품의 창작이 필요로 하는 만큼이나 창의적이고 새로운 각도로 상황을 보는 능력이 필요하다.


2.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할 것

 

경제 성장에 있어 외국 자본에 의존하던 두바이는 국민성의 결여를 겪는다. 그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나타난 것들 중 하나가 두바이 박물관이다. 두바이 박물관에는 두바이의 역사적 생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그 유물들의 희귀성과 다양성 면에서는 부족함이 많다고 하다. 하지만 박물관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매 순간 적극적으로 진심을 다해 박물관을 관리하는 직원들뿐, 유물과 박물관의 경영 전략까지 상세히 설명해줄 수 있는 연구자들이다. 즉, ‘두바이 국민들’인 셈이다. 실제로 박물관 관람객의 거의 대부분 또한 두바이 국민들인데, 평범한 시민들도 자신의 고유한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으로, 박물관에서 헤매거나 궁금한 것이 있는 외국인이 있으면 먼저 나서 설명을 해주거나, 또는 설명할 수 있는 인력과의 연결을 자처한다고 한다. 유물을 관람하는 두바이 국민의 애정을 체험한 사람들의 눈에는 유물이 이전과는 남다르게 귀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가짐은 어디서든 드러나게 되어 있고, 소비자에게도 전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제공하는 서비스나 상품의 가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일에서 진정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질 구석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3. 관람객의 인상을 결정하는 ‘순간’을 작 포착할 것

 

밀라노의 브레라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프란체스코 헤이즈의 ‘키스’이다. 이 ‘키스’에는 두 가지 ‘순간’의 중요성이 담겨 있다. 첫째로,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미술관이 아무리 넓더라도 ‘키스’를 관람하던 순간으로 미술관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두 번째로는, ‘키스’를 아무리 오랫동안 그렸다고 하더라도, 관람객이 집중하는 것은 그림 속 두 연인이 키스하는 찰나의 순간일 것이다.

 

실제로 제품과 서비스의 만족도는 소비자와 만나는 어떤 결정적 ‘순간’에 의해 좌우된다. 일례로, 스킨다비아 항공사에서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 ‘깨끗한 쟁반’을 사용하는 변화를 주었고, 매출에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탑승객의 서비스 만족도를 좌우하는 요소에는 ‘처음 들어와 깨끗한 쟁반에 놓인 깨끗한 물수건을 받는 순간’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비자에게 상품 또는 서비스가 인지되고 평가되는 결정적 순간을 파악하고 그 안에 최고의 경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외에도 ‘사업 확장 시 브랜드와 서비스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것’ 등 다양하고 핵심적인 인사이트를 배울 수 있었다. 사례와 함께 풀어서 설명되다 보니, 다음 단계의 보다 본격적인 비즈니스 공부를 시작하는 데 즐거운 길잡이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단순한 비즈니스 지식뿐만이 아니다. 우리 일상의 매 순간은 무언가를 구매하고, 또 그것을 소비하는 시간으로 채워져 있다. 그렇지 않은 순간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이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비즈니스 전략'이 작용하는 일련의 과정은 특별하게 구분된 순간이 아닌 매일 매일의 평범한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때 파악되기 마련이다. 그 점에서, 이 책의 저자가 미술관을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새로이 읽어내는 과정 자체 역시 일종의 신선한 자극과 제언으로 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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