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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사실 나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책을 읽는 초반에는 프랜시스의 그림체가 어떤지, 어떤 작품을 그렸는지 몰라서 이해하고 공감하기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을 찾아보았고, 그제야 그의 그림을 마주할 수 있었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그림을 마주한 첫 느낌은 그가 그림 작품은 약간은 기괴하면서도 어두운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푸른색 계열보다는 빨간색 계열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은 확실하게 정의하기 힘든 색상을 쓰는듯해 보였다. 더불어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기보다는 어딘가 불편하거나 불안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많은 작품은 아니지만 어떤 그림체인지 알고 나서 책을 읽어보니 야닉 에넬이 그림을 보고 느낀 감정에 아주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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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그림으로 표현해낸 작품을 작가의 시선과 글로 풀어낸 책, 블루 베이컨.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에 어릴 적부터 관심을 가진 본 야닉 에넬이 조르주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베이컨 특별전 전시장에 하루 동안 그의 작품을 오롯이 혼자 마주하는 시간을 보낸 경험의 충격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에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책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림에 대한 강함 느낌과 경험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받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베이컨을 폭력과 잔인함을 그린 화가라고 하지만 그는 사회에서 인간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포착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뿐이다.

 

["그림 속의 폭력은 보는 사람을 마비시키는 형태를 취하고, 이 형태는 우리에게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 블루 베이컨 中

 

이 책을 읽으면서 야닉 에넬이 전시장에서 오롯이 본인 혼자서 작품들 사이에서 하룻밤을 보낸 경험이 꽤 새로웠고 부럽다고 느껴졌다. 어느 누가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을 가진 화가의 작품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시간의 제약 없이 혼자 작품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시간을 제공했을 때 거절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가 미술관이나 전시관에 갔을 때 사람들의 인파에 충분한 시간 동안 작품에 대해 교감을 하고 나오는 일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화가가 그림으로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작가에 대한 공부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시간을 할애해서 누군가를 연구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쓴 야닉 에넬은 프랜시스 베이컨에 대해서도 알고 있고, 그가 그림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파악하고, 그 그림을 스스로의 단어로 표현하여 우리에게 그 감정과 해석을 전달해 주고 있다.

 

이 책과 함께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을 야닉 에넬의 언어도 한번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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