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 색보정을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딱히 정해진 일도 없고, 집에서 3월에 상영할 영화 편집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토요일인줄 방금 작업을 하며 잠시 달력을 보다가 알게되었습니다. 매주 금요일에 여러분을 만나뵙는데, 하루 날짜가 밀렸네요. 저를 기다리시는 분이 있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영화를 편집하며 화각의 중요성에 대해 재고하게 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화각이란 화면에 보이는 장면의 범위를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것 따위를 아우르는 말인데요. 크게 광각, 표준, 망원 이렇게 분류하긴 합니다만 다양한 효과와 외곡 기법을 활용해 다양한 화각을 더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럼 제가 촬영할 때 화각을 쓰는 방법을 말씀 드려보겠습니다.
저는 렌즈 화각에 따라 다양한 효과가 연출될 수 있고 그 느낌이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첫째로 광각입니다. 보통 35mm이하의 화각을 가진 렌즈를 광각렌즈라고 합니다. 저는 광각 렌즈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저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서사의 전달, 개연성이라고 생각하기에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여 그 서사에 깊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입니다. 하지만 광각은 인간의 일반적인 시야와 달리 왜곡이 발생할 수 있고 넓은 풍경을 찍거나, 돋보기 혹은 cctv를 연출하지 않는 이상 일상적인 화각과 매우 다르다고 생각하여 필요한 순간 아니면 표준렌즈를 멀리서 찍는 등의 방법으로 대체합니다. 하지만 영화적 연출에서 충격을 주거나 반전, 기괴한 연출을 할 때 효과적이기에 특수한 효과를 연출하기 위해 가끔씩 사용합니다.
그 다음은 표준렌즈입니다. 망원과 광각, 그 사이에 존재하는 사람의 시야와 비슷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렌즈입니다. 주로 거의 대부분의 장면을 35-50mm로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를 바꾸며 촬영을 진행합니다.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몰입입니다. 인물의 얼굴을 크게 보여주고, 어지러움을 직접적으로 유발하고 엄청난 촬영기법을 사용할 때 몰입이 잘 되는 것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저 충격을 활용한 잠깐의 몰입이죠. 제가 생각하는 몰입은 우리의 일상의 어떤 순간과 겹쳐볼 수 있고, 내가 저 상황을 직접 경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표준렌즈는 가장 서사를 전개해 나가기 좋은 렌즈라고 생각합니다. 장면의 전개가 매끄럽고 인물 혹은 피사체의 거리가 바뀌어가는 것도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주기에 영화를 촬영할 때 제가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망원렌즈는 멀리 있는 것을 가까이 있는 것처럼 찍을 수 있습니다. 그럼 이런 의문을 품으시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냥 표준렌즈들고 가까이 가서 찍으면 되잖아?". 이는 망원렌즈가 어떤역할을 할 수 있는지 정확히 모르고 하는 질문이죠. 아웃 포커싱 혹은 달리 등 여러가지 효과가 추가적으로 있지만 망원렌즈를 사용할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깊이감입니다. 피사체와의 거리를 멀리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사이 간격에 다양한 사물을 배치하여 엄청난 깊이감을 만들 수 있죠. 또 촬영하기 어려운 곳에서도 인물을 잡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야외에서 단편영화를 찍게 된다면 많이 사용하지만, 좁은 스튜디오의 특성상 근래의 영화촬영에서는 많이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날씨가 다시금 추워지고 있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요. 다음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