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 3 1라운드에서 <백만 송이 장미>를 불러 많은 사랑을 받은 가수 김수영을 아는가.
김수영은 올해 데뷔 7주년을 맞이한 싱어송라이터이다. 처음 김수영을 알게 된 건 작년 페스티벌에서였다. 원래 페스티벌을 가게 되면 잘 모르는 가수들의 노래도 미리 듣고 가는 편인데, 그때는 노래를 미리 듣지 못하고 가게 되었다. 그래서 페스티벌에서 처음 김수영의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현장에서 들었던 노래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계속 생각나서 당시 한 달간 플레이리스트에 김수영의 전곡을 담아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싱어게인 3에서 심사위원이었던 규현은 김수영을 '유기농 가수'라고 칭했는데, 김수영은 그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음색을 가지고 있다. 중저음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노래하는 김수영의 노래는 언제 들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지난 20일 김수영은 데뷔 8년 만에 첫 록 장르곡인 <미워했던 날도 사랑했다고 말하고 싶어>를 발매했다. 곡의 내용을 짐작하게 만드는 긴 제목과 직접 출연하는 뮤직비디오 티저가 공개되면서 발매 전부터 기대감을 높였는데, 발매 후 직접 듣게 된 노래는 공감 가는 가사와 풍부한 밴드 사운드로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받는 모든 것들에 무뎌지기 시작했다
두려움과 미워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던 시간도 되돌아보면 모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어쩌면 그런 순간들도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가득하기를.
그때는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좋아하는 문장 중 하나다. 시간이 지나서 과거의 순간들을 돌아볼 때면 그 순간들이 좋았든, 좋지 않았든 아쉬움이 남는다. 좋았다면 저 때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좋지 않았다면 저 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과연 내가 지금의 기억들이 없는 상태로 다시 저 순간을 돌아가게 된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다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과거의 순간들에 아쉬움이 남아서 끝없는 생각에 빠져들려고 할 때면 저 문장을 다시 떠올리곤 한다. 이번 김수영의 신곡은 '그때는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라는 문장처럼 과거의 순간들도 모두 자신에게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며 그 순간의 나를 부정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힘든 순간을 겪게 된다. 힘든 순간을 겪고 나면 그 순간의 나를 선뜻 다시 마주하기 어렵다. 대부분은 다시 마주하기보다는 그냥 덮어두는 것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들이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번 김수영의 신곡이 그 순간의 나를 마주하기 두려워 덮어두는 것을 선택한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곡이기 때문에 유난히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아픈 기억 닮아있던 우릴
껴안고서 더 사랑할래
기억하고 싶던 널
마주하고 싶지 않아도 간직하고 싶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그때가 좋은 순간들이었다고만 노래하지 않는다. '마주하고 싶지 않아도 간직하고 싶어'라는 가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마주하기 쉽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는 솔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김수영 특유의 담담한 음색은 마주할 때까지 함께 묵묵히 기다려주겠다는 것 같아서 이번 신곡에서도 빛을 발휘한다. 또한 락 장르인 만큼 풍부한 밴드 사운드는 마음 한편에 숨겨두었던 힘들었던 순간들로부터 벗어나는 것 같은 후련함을 선사한다.
힘들고 아팠던 순간을 진정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순간들을 인정하고, 마주해야 한다. 그 순간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한층 더 성장하게 된다. 유한하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아파하기보다는 소중한 매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라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라며, 유난히도 추웠던 이번 겨울을 뒤로하고 봄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처럼 미워했던 날도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따뜻한 김수영의 신곡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