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스마트폰은 일상에서 뗄 수 없는 수준을 넘어 ‘나’와의 경계도 허물 정도로 돈독해졌다. SNS를 통해 흔하게 지인들의 생활을 엿볼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여행이나 휴식 사진, 혹은 유튜브의 쇼츠 등으로 실제 본 적 없는 타인의 삶에 우린 너무나 가까워졌다. 침대에 누워 영상을 휙휙 넘기다가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를 돌볼 시간이 부족해지고 수면 패턴이 망가지는 것도 당연지사였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확인해보고 심각함을 느꼈다. 다이어리에 써 둔 ‘투 두 리스트’를 보면 출판사 아르바이트가 끝난 후 집에 돌아온 뒤에는 거의 기록하지않는 것이었다. 오후 여섯 시부터 오전 일곱 시까지의 여백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식사를 하고 친구와 연락을 하고 가끔 청소를 한다. 그럼에도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던 건 ‘자기 전 다이어리 정비하기’라는 체크 리스트였다. 개인 시간에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가 과연 잘 사는 중이라 할 수 있을까? 그때 ‘웰빙’에 대한 생각이 났다.
웰빙이란 심신의 평안과 행복을 추구하는 걸 뜻한다. 신선한 채소가 들어간 음식에도 웰빙이란 단어는 종종 쓰이는데, 나는 사전적 의미의 웰빙이 고팠다. 한번 내 삶을 살아보자. 그렇게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끊은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일주일 동안 내게 일어난 변화는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방과 거실에 꽂혀 있던 책들을 조금 더 많이 읽게 되었다. 읽고 싶어 교보문고나 알라딘에서 사 두었던 문학 작품들인데, 시간이 없거나 피로하다는 핑계로 방치해 둔 것이었다. 이들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문보영 시인의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이나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등. 작년 12월 방학하기 전에 책꽂이에 꽂았던 책들을 2025년 2월이 되어서야 읽게 된 것이었다. 출퇴근 시간에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고, 점심시간에 근처 카페에서 라떼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책이 익숙해진 나는 그새 서울도서관 전자책 앱을 다운 받고 B. A. 패리스의 『테라피스트』를 읽기 시작했다. 틈틈이 보느라 속도는 느리지만 이로 인해 문학의 편안함을 일깨울 수 있었다. 또 하나를 알았는데, 소설을 쓰려면 이런 작법이 좋다거나 시를 쓸 땐 도시의 산책자가 되어 세상을 빌리듯 써야 한다는 ‘틀’에 오히려 시선이 좁아져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편안하게 소설과 시를 읽고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이 덕분에 내가 포용할 수 있는 문학이라는 세상이 더욱 넓어졌다.
두 번째로는 나와의 시간이 소중해졌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내가 특히 좋아하던 영상은 일명 ‘공시생 브이로그’였는데, 노량진이나 집에서 공시를 준비하는 분들의 일상 영상을 보는 것이었다. 그들의 규칙적인 일상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나 역시 공부 자극을 받는 것이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보는 탓에 밤이 되어 그대로 잠을 청하는 게 아쉬운 때였다. 이제는 내가 직접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고자 노력하게 되었다.
다이어리의 타임 테이블(시간대 별로 무엇을 하였는지 정리하는 것)과 체크 리스트를 상단에 나누어 적고, 하단에는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오늘의 좋고 아쉬운 점을 적었다. 그리고 전시회 티켓 등 하루를 떠올릴 만한 것들을 붙여두었다. 다이어리가 빼곡해지고 뚱뚱해지는 게 보였다. 영상을 보며 조용했던 이전과 달리, 내가 나에게 할 말이 다이어리의 하루짜리 칸보다 더욱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나는 내 방을 사랑하게 되어 일명 ‘멍’을 때리게 되었다. 방문에 붙인 2월 달력을 열심히 뜯어보거나, 캔들 워머를 켜둔 채 안전한 ‘불멍’을 때리기도 했다. 방의 소품들을 주의 깊게 보고 나니 내 방이 너무나 소중해졌다. 나는 내가 너무나 소중해졌다. 나는 이 일주일을 ‘홈테라피’라 칭했다. 집에서 스스로 나에게 해주는 테라피라는 의미로.
살아가며 SNS를 아예 끊는 것은 힘들 수도 있다. 사회에서의 관계 구축이나 친구들과의 연락을 빠르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잠시 맛본 일주일의 ‘홈테라피’는 스마트폰이 아닌 ‘나’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잠시 ‘나’ 스스로를 배우고 친해지며 나만의 휴식을 취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