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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창작 발레, 'Mazeppa', 'Juliet and Ro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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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멕에서 열린 <프란츠 리스트의 밤>은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가 남긴 음악들을 활용해* 5개의 각기 다른 창작 발레 작품들로 구성된 발레 갈라다. 이 공연에서 소개된 'Mazeppa'와 'Juliet and Romeo'는 모두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인데, 새롭게 안무하는 과정에서 원작이 되는 기존의 희곡 텍스트에 발레라는 특수한 장르의 문법을 적용시키며 재해석을 시도한 작품이다.

 

먼저 공연의 두번째 프로그램인 'Mazeppa'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4번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작품으로, 공연을 보기 전 예매 페이지에 작품에 대한 설명 대신 관객들이 작품 그 자체를 느끼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명을 생략했다고 명시되어 있다. 아무런 정보 없이 객석에 앉았고, 해설에 따르면 로미오가 (로미오의 친구 머큐쇼를 죽인) 티볼트를 죽이고 줄리엣의 방에 찾아왔을 때를 안무한 것이라고 언급된다. 정사각형의 조명으로 줄리엣의 방이 표현되고, 줄리엣이 흰 옷에 마치 강렬한 사랑과 피를 연상시키는 빨간색 천을 두르고 있다. 흰 색과 빨간 색의 대비되는 이미지는 줄리엣이 자신의 사촌 오빠를 죽인 로미오에게 느끼는 애증의 감정을 떠오르게 한다. 줄리엣이 느끼는 로미오를 향한 원망과 애정, 로미오의 열정과 속죄가 강렬한 안무로 분출되며 맥밀란의 <마이어링>처럼 섹슈얼한 느낌을 주기도 하며, 로미오 역할을 맡은 성재승 발레리노가 어린 나이임에도 파트너링, 특히 리프트에 능숙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던 'Juliet and Romeo'은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를 활용하여 만들어진 단막 창작 발레로, 2023년 발레축제에서 발표된 <로렌스>를 더욱 보강한 작품이다. 35분이라는 긴 시간 속에서 음악은 부드러움과 긴장을 오가고, 머큐쇼, 티볼트, 벤볼리오 같은 인물들이나 베로나 광장에서의 싸움을 삭제한 채로 연인들의 죽음 이후 로렌스 수도사의 고뇌와 회한에서 시작하여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과 줄리엣과 가족들의 갈등,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로렌스 수사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안무한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비슷하고 유모 역할이 강조된다. (사실 그 시대 귀족들이 친부모보다 유모와 더 친밀한 것은 흔한 일이다.) 로렌스 신부의 철학적인 고뇌에 그런 시각적 효과를 더하기 위해 조명으로 십자가를 표현하였고, 무대 위 책상과 서랍이라는 소품이 활용된다. 기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작으로 하는 발레 작품들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줄리엣이 유모와 신부, 로미오가 있는 곳에서 책상 서랍에서 약을 꺼내서 마시게 되는 것인데 이는 전체 서사에서 가문 간의 대립을 드러내는 장면이 생략되고 공간의 활용이 제한적인 이 작품의 특성으로 인한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원작의 결말은 잠에서 깨어난 줄리엣이 자신 곁에 있는 로미오의 죽음을 알게 되고 로렌스는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줄리엣을 수도원에 보내 보호하려 하지만 줄리엣은 죽음을 택하는 결말인데, 이 작품에서는 깨어난 줄리엣이 죽은 로미오를 발견한 이후 로렌스를 바라보고 줄리엣 역시 죽음을 택할 것임을 암시하며 끝난다.

 

이 두 작품의 연출은 공통적으로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컨템포러리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과 유사한 지점이 있는데 이는 안무가이자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용걸이 파리 오페라 발레단(POB)의 무용수였던 시절 한국 국립발레단의 초연 로미오 역할에 객원으로 참여했던 경험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내한했을 당시 안무가의 인터뷰를 생각해보면 이 작품은 마이요의 스타일에 대한 오마주이자 헌사라고 볼 수도 있다. 삶과 죽음, 사랑에 대해서 고찰하는 철학적인 의미 속에서 감정적인 면을 극대화한 드라마 발레 작품들이 생각나기도 했고, 컨템포러리 발레 답게 고전 발레의 균형과 형식미보다는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감정의 표출에 초점을 두었다. 하지만 여러 컨템포러리 발레가 그러하듯 격동의 감정과 동반되는 다소 수위가 있는 안무가 8세 관람가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어린 관객들에게는 난해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 작품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에 있어서 마니아층과 대중의 격차가 예상된다.

 

* 정확히 프란츠 리스트의 음악 4곡이 각각 <헝가리안 랩소디>, <사랑의 꿈Liebestraum >, 'Mazeppa', 'Juliet and Romeo'에 쓰였다. 바흐의 칸타타 1곡이 <이방인>에 쓰였고, 중간에 쇼팽의 곡이 연주되기도 했다.

 

 

 

연극 <스타크로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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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달컴퍼니(MPN컴퍼니)의 라이선스 연극 <스타크로스드> 초연은 2024년 12월 10일부터 2025년 3월 2일까지 대학로 YES24스테이지 3관에서 열린다. <스타크로스드(starcrossed)>는 원작이 되는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스핀오프한 작품으로, 티볼트와 머큐쇼에 초점을 맞추어 그 둘이 사실 연인이었다는 새로운 설정을 넣어 재해석한 작품이다. 제목에 쓰이는 ‘스타크로스드Star-Crossed’는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서문에서 발췌한 단어로, 엇갈려 떨어지는 별을 불행하고 비극적으로 끝나는 연인의 사랑에 비유한 단어다. 머큐쇼, 티볼트, 플레이어의 3인극으로 플레이어는 벤볼리오, 로미오, 베로나 영주, 캐퓰릿 가주 등의 여러 역할을 맡아 연기하며, 5개의 민요를 넣어서 배우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이 있다. 고전적인 연극의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개그 포인트는 다소 무겁기만 할 수 있는 작품의 분위기를 풀어주어 연극에 지속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원작인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 속의 대사가 직접적으로 인용되고 변주되며, 탈맥락화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원작에서 머큐쇼는 티볼트를 모욕할 목적으로 ‘고양이 왕 티버트’라고 말을 건네는데, 그것이 이 연극 속에서는 둘의 애칭으로 변형된다. 머큐쇼가 가끔 들고 등장하는 만돌린도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작으로 하는 창작물에서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프로코피에프의 음악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아예 ‘만돌린 춤’이라는 음악이 있다.) 다른 작품들이 생각나서 반갑게 느껴질 수 있다.

 

몬테규 가문과 캐퓰릿 가문의 대립, 베로나 광장에서의 사건으로 인해 또 다시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처형(교수형)된다는 베로나 영주의 명령**, 가문 자체로는 중립이지만 로미오와 친하기 때문에 몬테규 가문 사람들의 경멸을 사는 머큐쇼, 머큐쇼와 줄리엣의 약혼자인 파리스가 베로나의 영주와 친척이기 때문에 둘은 사촌이 된다는 설정, 로미오가 로잘린에게 실연을 당하지만 줄리엣에 빠져든다는 전개, 줄리엣의 집 발코니에서 로미오가 하는 사랑 고백, 죽어가던 머큐쇼가 두 가문 모두를 저주한다는 것 같은 원작의 내용들을 기반으로 텍스트의 빈 틈을 찾아내어 작가 레이첼 가넷의 새로운 상상력으로 채운 작품이다. 강인하고 굳건한 마초적인 이미지의 티볼트, 자유롭고 재미를 추구하며 (큐피드에 비유될 정도로) 소년 같은 머큐쇼의 이미지는 기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기반으로 한 창작물에서 흔히 등장하는 캐릭터 해석으로, <스타크로스드> 역시 그러한 이미지를 계승하면서 대립 관계인 둘을 연인으로 만들어버리는 파격적인 해석을 보여준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장면이라는 원작 속 설정의 뒷이야기로, 로미오를 쫓던 티볼트를 막기 위해 티볼트에게 키스하는 머큐쇼의 모습으로 이 작품의 로맨스는 시작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티볼트의 새로운 설정이다. 티볼트는 원작에서 줄리엣의 사촌 오빠이자 캐퓰릿 가문의 사람이라서 캐퓰릿 가주의 조카임을 알 수 있지만, 이 작품에서 티볼트는 레이디 캐퓰릿의 오빠가 낳은 자식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공식적인 친족은 아니다. 티볼트는 자신의 아버지 살바토레를 원망하고 있으며, 캐퓰릿 가문은 티볼트의 어머니가 죽은 이후 티볼트만 받아들여 살고 있고 아버지 살바토레는 ‘거지’로 살고 있음이 묘사된다. 티볼트는 작품 중후반부에서 줄리엣의 결혼 이후 캐퓰릿 가의 대가 끊길 것을 우려한 가주에 의해 가문의 공식적인 후계자가 된다. 머큐쇼도 가족과 그리 친밀한 사이는 아니라는 것이 편지를 쓰는 장면에서 묘사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티볼트에게 용서받은 살바토레가 티볼트와 머큐쇼의 대화를 엿듣고 살바토레가 판 비밀을 벤볼리오가 듣는 등 다른 이들에게 머큐쇼와 티볼트가 친밀하다는 사실이 퍼지면서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접해 본 사람이면 아는, 예정된 비극적 결말로 향한다.

 

결말 장면에서 티볼트에 의해 살해된 머큐쇼, 티볼트를 살해하는 로미오라는 연쇄적인 살인이라는 원작의 설정을 해치치 않기 위해 택해진 서사적 장치는 친밀하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머큐쇼와 티볼트가 일종의 베로나 광장에서의 칼싸움이라는 ‘연극’을 연출하는 것이다. 캐퓰릿의 후계자가 된 티볼트는 마치 현대의 클로짓 게이의 모습처럼 머큐쇼와의 사이가 친밀하지 않고 오히려 적대 관계라는 것을 ‘쇼’처럼 보여줄 의무감을 느끼고, 티볼트는 로미오에게 협박을 해 싸움을 걸고 (줄리엣과의 사랑으로) 싸움을 거부하는 로미오 대신 머큐쇼가 나서는 모습을 연출하게 된다. 하지만 머큐쇼와 티볼트의 미리 짜여 있던 경합 속에 갑자기 로미오가 끼어들면서 머큐쇼는 실수로 티볼트의 칼에 찔리게 되고, 비밀을 드러내기보다 차라리 죽는 것을 택한다. 티볼트 역시 로미오를 죽이기보다 차라리 로미오의 칼에 찔리는 것을 택한다.

 

연극은 여기서 끝나지만, 이러한 이들의 죽음이 도화선이 되어 결국 로미오, 파리스, 줄리엣의 죽음을 불러일으켜 베로나 두 가문의 핏빛 비극을 초래했음을 알 수 있다. 결말 장면에서의 연출이 비극적으로 아름다웠던 것과 별개로 티볼트와 머큐쇼가 그러한 선택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원작의 결말에 맞추기 위해 개연성을 희생했다는 생각이 든다. 머큐쇼는 아무리 몬테규 가문과 친하더라도 결국 본인은 베로나 영주의 친척이지 몬테규 가문이 아니고, 애초에 연인이라는 소문도 아니고 단순히 친하다는 소문만으로 굳이 말싸움도 아니고 위험한 칼싸움을 감수하는 결정을 한다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큐쇼와 티볼트가 했던 미숙한 결정은 꼭 로미오와 줄리엣의 선택과도 닮아 있어서, 그렇게 따지면 심각하게 비현실적이지는 않다.

 

** 원작에서 티볼트를 죽인 로미오는 간신히 교수형을 면하고 베로나에서의 추방을 명령받고 만토바로 향한다. 로렌스 수도사는 줄리엣이 잠시 잠드는 약을 먹었다는 것을 로미오에게 전해주려 하지만, 전염병의 창궐로 인해 로미오에게 그것을 전해두려던 동료 수도사가 발이 묶이고 로미오는 그 소식을 듣지 못한다. 줄리엣이 죽은 줄 알고 베로나에 몰래 돌아온 로미오는 캐퓰릿 가문의 무덤에서 파리스를 죽이고 준비해둔 약을 먹고 죽는다.

 


 

연극 <로미오 앤 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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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로미오 앤 줄리> 라이선스 초연은 엠비제트(mbz)컴퍼니에 의해 2024년 12월 14일부터 2025년 3월 1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열린다. 이 작품은 제철소와 탄광 지대가 있는 영국 웨일스 지방을 배경으로, 케임브리지 대학에 가고 싶어하고 천체물리학자가 꿈인 18살 줄리와 학교를 그만 둔 미혼부 로미의 이야기를 다룬다. 모범생 줄리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카페에서 육아에 지친 싱글 대디 로미를 만나게 되고, 둘은 서로에게 끌린다. 줄리는 지역 사회 봉사활동이라는 명목으로 로미와 가까워지고, 로미가 자신의 엄마 바브를 찾아나섰을 때 로미의 딸 니암을 돌봐주면서 로미의 가족과 더 가까워진다. 그러다가 줄리가 로미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면서 줄리가 처한 모든 상황은 변하게 된다.

 

이 작품은 웨일스 지방의 노동계급이지만 자식의 대입 결과로 인해 더 높은 계급으로의 ‘발돋움’이 가능한 상대적으로 상위에 있는 줄리의 가족과 알코올 중독 엄마를 둔 로미의 차이, ‘명문고’를 나온 대도시의 학생들 사이에서 위축되는 줄리 같은 세세하게 작동되는 계급의 ‘구별짓기’를 연극적으로 표현하며 영국에서 계급과 지역성, 그리고 그 속 가족의 구성을 다룬다. 줄리의 입시 문제는 줄리의 학구열과 탐구 의지 같은 물리학자로서 본인의 인생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줄리를 지원해 온 가족 전체의 계급 이동을 좌우하고, 이러한 은폐된 불안정성 속에서 로미와의 만남은 그 불안정성을 증폭시키며 그 둘의 임신은 이를 폭발시키는 것이다. 학생의 교육권과 재생산권, 그리고 임신중단에 대한 선택권을 동시에 보장받아야 하는 당위와 현실적인 이해관계와 사회적인 환경들이 유발하는 문제들이 충돌한다.

 

임신한 상태인 줄리는 A+ 두 개와 A를 맞아야 갈 수 있는 케임브리지와 C 2개만 맞아도 갈 수 있는 카디프 대학 사이, 임신 유지와 임신 중단 사이를 고민한다. 무모하게 보일 수 있지만, 로미와 줄리는 모두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고 줄리는 원가족과 단절되는 것까지 감수한다.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한 줄리는 가족과의 말싸움을 거쳐 로미의 집에서 살게 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줄리는 공부에 집중할 수 없게 되고, 자신과 니암의 존재가 줄리에게 부담만 된다는 것을 느낀 로미는 줄리를 떠난다. 줄리는 결국 임신 중단을 선택하고, 케임브리지에 합격하여 웨일스를 떠나기 전 로미와 만나 대화하며 이 작품은 끝난다.

 

이 작품이 현대 영국 사회의 계급 문제, 청소년의 재생산권 이슈와 사회 복지 시스템의 공백 문제를 촘촘히 엮어서 현재 이 사회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 것과는 별개로, 사실 위에 언급된 두 작품들처럼 원작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주인공들의 이름이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따온 ‘로미(오)’와 ‘줄리’고, 그들이 청소년의 나이라는 것 빼고는 원작과 공통점은 거의 없는데 왜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작’으로 두면서 이 작품을 창작했는지 궁금하다. 물론, 원작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그들의 사랑을 비극으로 이끄는 몬테규와 캐퓰릿의 대립을 여기서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대체했을 뿐이다. 다만 이런 식으로 원작 희곡을 재해석한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조연들의 역할과 전반적인 서사의 흐름을 원작과 연관지어 할당하거나 배경에 맞게 변주한 것과 대조적으로, 이 연극은 작품 자체로만 보면 원작을 거의 연상시키지 않는다.

 

이러한 지점은 매튜 본의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면서도 비슷하게 생각했던 지점으로, 매튜 본의 작품에서는 머큐쇼나 벤볼리오, 티볼트 같은 등장인물이 (원작과는 다소 구성이 차이가 있지만) 등장하기라도 하지 이 작품에서는 그들의 가족들이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 속 몬테규와 캐퓰릿을 연상시키지도 않는다. 원작에서 두 가문의 ‘동등한’ 대립이 하는 역할이 이 작품에서 계급이 하는 역할로 등치된다고 보기도 어렵고, 서사의 흐름 역시 <로미오와 줄리엣>의 전개와 연관이 없으며 다만 마지막 결말의 씁쓸함만 비슷할 뿐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재해석했다기보다 그냥 주인공의 이름과, ‘10대의 무모하고 미성숙한 사랑’이라는 작품의 외피만 가져왔다고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렇지만 다행인 것은, 이 연극 텍스트가 원작과의 관계를 굳이 살펴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내적 완결성이 충분하며, 동시대성의 측면에서 현재 사회의 중층적인 문제를 잘 담아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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