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2944109128_fnw25gp9_EC9AB0ECB2B4ED86B5.jpg

 

 

누구든 사람과 함께 있어도 외로울 때가 있다. 저번 달의 내가 딱 그랬다. 대학교에 다니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친구를 만났지만 방에 혼자 있을 때면 마음이 답답했다. 인스타그램으로 스토리를 올리거나 친구와 연락을 해도 고립감은 심해졌다. 그 즈음, 친구의 블로그에서 펜팔하고 싶다는 글을 접했다. 일상 속 작은 자극이 필요했던 걸까. 나는 당장 비밀 댓글을 적었다. 우리 같이 펜팔할까?

 

이미 자주 연락하던 사이에서 펜팔을 하는 건 쉽지 않았다. 서로의 나이나 학교, 전공과 취미를 전체적으로 알고 있었기에 편지 첫 문장에 안녕이나 자기소개를 할 수는 없었다. 닷새가 지난 밤, 나는 내 일기장 속 이야기를 꺼내 적었다. 당장의 불면증이나 진로 고민이 아닌 사람으로서의 외로움에 대하여. 우리가 서로의 현실 외 다른 마음을 물어본 적이 있던가? 친구에 대해 잘 모른다는 미안함과 스스로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는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그렇게 나는 친구와 경어로 편지를 주고받게 되었다.

 

둘이 나누는 은밀한 편지는 부드러운 일탈이 함께했다. 우린 언제든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준등기 우편으로 보내기로 하였는데 업무를 위해 주로 이용하던 공간에서 필요가 아닌 의지로 단순히 편지를 들고 우체국에 가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또 암묵적인 룰이 하나 있었는데, 펜팔을 보냈다는 연락은 않는 것이었다. 저녁마다 우편함에 들러 편지가 들어있나 확인하게 되었고, 편지가 없더라도 기분 좋은 아쉬움과 내일의 설렘이 공존할 수 있었다.

 

오늘 보낸 편지의 주제는 두려움과 선망이었다. 나는 문예창작을 전공해 작품을 분석하는 것이 익숙해졌는데, 이에 비롯해 세상을 체에 걸러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인지해 부끄러웠고, 내가 모르는 세상이 두렵지만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모레에 친구는 내 편지를 받을 것이고, 조만간 답장과 새로운 이상을 적어 보낼 것이었다. 메신저를 활용하면 단번에 답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우리에겐 편지의 질문과 답변을 함께 적은 뒤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 말이 최선일까? 덕분에 시간이 천천히 흘러도 답답하지 않다. 오히려 공유하는 삶이 농축되며 삶의 질문과 답변을 생각하는 힘이 생기고 있다. 펜팔이라는 잉크의 바다 덕분에.


 

구예원이 에디터의 다른 글 보기
어느 나라에서는 남의 말을 시라고 한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