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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세상은 고통이다 하지만 당신은 고통보다 강하다.jpg


 

나를 스쳐 간 숱한 아픔 중에서도 가장 아리는 흔적을 남긴 것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정서적 고통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러했듯이 나 또한 그 고통의 미로 속에 갇혀 길을 잃었었다. 어떤 연유로 내가 이 미로 속으로 걸어 들어왔는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명확한 사실이 헤매고 있던 나를 출구로 이끌지는 못했다.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내가 왜 아픈지가 아니라 ‘어떻게’ 나아질 수 있는가였고, 고통에 마음이 아려 올수록 이 미로에서 탈출할 수 있는 이정표가 절실했다.

 

["필의 사고방식과 접근법은 내가 전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옳다는 직감이 왔다. 그는 이전에 만나본 심리 전문가들과 확연히 달랐다. ‘문제’가 아니라 ‘해법’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내면에 아직 사용하지 않은 힘을 갖고 있으며 그 힘을 활용하면 자신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사실 그가 취하는 관점은 내가 배워온 내용과 반대였다. 전통적 접근법과 달리, 필은 내담자가 겪는 문제가 그 사람을 나약하고 불리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보지 않았다. 아직 발휘하지못한 내면의 잠재력을 깨우는 기회라고 본 것이다."]

 

왜 아픈지가 아닌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을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책은 처음이었다. 우울증이나 불안,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 대다수가 자신의 상태가 왜 이런지는 잘 알고 있다.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진상규명이 아니라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정신과 의사인 필 스터츠는 30년이 넘는 임상 경험을 통해 개발한 '툴(Tool)'이라는 실천적 도구를 통해 그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진정으로 환자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섰다는 점이다. 그는 허울뿐인 이론적 설명이나 위로의 말을 늘어놓지 않는다. '욕구 뒤집기', '능동적 사랑', '내면의 권위’, '감사의 흐름', '위험 자각’이라는 다섯 가지 툴을 통해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특히 ‘능동적 사랑’은 더욱 사무치게 와닿는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았을 때, 우리는 흔히 분노와 원망 속에 갇혀 지낸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스터츠는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적극적인 사랑의 행동을 취할 것을 제안한다. 나에게 상처를 준 이를 사랑하는 말이 위선적으로 다가왔으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에는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해결책이라는 것에 어느새 나도 동의하고 있었다.

 

["툴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머릿속의 생각을 뛰어넘은 곳으로 당신을 데려간다는 점이다. 툴은 당신이라는 존재보다 훨씬 더 커다란 세계, 무한한 힘의 세계와 당신을 연결한다. 그것을 집단 무의식이라고 하든 영적 세계라고 하든 상관없지만, 나는 초월적 세계(higher world)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거기에 담긴 힘은 초월적 힘(higher force)이라고 부른다."]

 

그는 또한 현대 사회의 소비주의적 해결책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우리는 흔히 쇼핑이나 음식, SNS 등을 통해 일시적인 위안을 찾지만, 그 끝에는 공허함만 남을 뿐이다. 스터츠는 이런 현상을 정확히 지적하면서, 진정한 치유의 길은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것임을 강조한다. 자신의 커리어를 망가뜨리던 코미디언, 대인관계의 두려움에 시달리던 모델, 과도한 걱정으로 가정생활이 위태로워진 주부 등 책 속에 등장하는 그가 만났던 실제 환자들의 사례가 그의 지적이 옳음을 방증한다.

 

이 책은 정신적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이 미로 밖으로 나올 수 있게끔 안내해 주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고통의 원인을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극복하고 성장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고통을 겪지만, 그 고통보다 강하다. 스터츠가 제시하는 툴과 그의 애정 어린 냉정한 훈계를 따라가다 보면 당신도 어느새 그 고통의 미로 밖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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