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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책은 나에겐 여러모로 뜻깊은 작품이다. 한 친구와의 약속을 기다리며 서점에 들러 이 책을 구매하였다. 나의 미래를 예측이라도 한 것일까? 책을 다 읽어갈 때쯤 나에게 ‘사랑’이란 감정이 생겼다. 그 친구 또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은 서로 달랐다. 그렇게 나는 ‘베르테르’가 되었다.


작품의 내용과 나의 상황이 맞물려 버린 달갑지 않은 우연에, 이 책은 굉장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해당 작품을 바탕으로 제작된 뮤지컬 ‘베르테르’의 25주년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2025베르테르-포스터.jpg

 

 

뮤지컬 애호가들만큼은 아니지만, 평소 뮤지컬을 종종 관람하러 가곤 한다. 지금까지 봤던 작품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의 시놉시스만 알고 관람하였지만, 사건의 흐름과 결말을 뚜렷이 알고 관람한 작품은 처음이었다. 물론 평소 좋아하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되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작품의 내용을 알고 관람하기 때문에 지루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결론부터 전하자면 전혀 지루할 틈이 없는 완벽한 무대였다.

 

우선 배우들의 연기가 완벽하였다. 이미 수년간 각종 무대와 브라운관을 통해 전 국민에게 연기력을 인정받은 엄기준 배우는 이번 25주년 공연까지 총 7차례 ‘베르테르’ 역을 맡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보다 ‘베르테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임이 틀림없다.


‘롯데’를 연기한 류인아 배우는 과거 뮤지컬 ‘데스노트’의 조연에서 주연 배우로 도약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가창 경연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가창력까지 인정받은 이력이 있다. 내가 관람했던 무대는 이 두 배우를 필두로, 모든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 덕분에 작품에 더욱 몰입하며 관람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캐스팅된 배우들의 라인업이 상당히 호화롭다. ‘베르테르’ 역에는 현재 국내 최고의 보컬리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양요섭과 김민석이, ‘롯데’ 역에는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 전미도와 다양한 유명 작품에서 활약한 배우 이지혜가 캐스팅되었다. 다른 배우들의 무대를 보고 싶어서라도 ‘베르테르’를 다시 한번 관람하고 싶을 정도의 초호화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뮤지컬 베르테르 25주년 기념공연 캐릭터 포스터_제공 CJ ENM.jpg

 

 

무대 장치를 포함한 각종 연출 또한 완벽했다. 시간 및 공간적 배경을 잘 드러내는 탄탄한 무대미술과 인물들의 상황 및 심리 상태를 드러낸 다양한 오브제들이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만나 수준 높은 공연을 완성했다. 전형적인 프로시니엄 무대임에도 극의 긴장감이 살 곁에 와닿는 듯한 느낌을 연신 받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이유는 ‘사랑’이라는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원작의 소설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물론,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들 역시 ‘베르테르’를 관람하게 된다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될 것임을 자부한다.

 

이미 우리 모두는 ‘베르테르’였던 적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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