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는 단지 파괴할 뿐이다.
그러나 가슴으로 찍는 사진가의 카메라는
사랑, 희망, 열정을 담아
삶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끈다.
그 모든 일은
1/500초로 충분하다
삶은 지속되고
우리는 사진을 찍는다
- 에디 애덤스 (1969년 수상자)
놀랍게도 퓰리처상 메달에 조지프 퓰리처의 얼굴은 없습니다. 이 상이 퓰리처 개인을 기리는 상이 아니라 언론의 가치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메달의 한 면에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벤저민 프랭클린이 새겨져 있고, 다른 면에는 작업 중인 인쇄공이 있습니다. 인쇄공의 셔츠가 프레스 끝에 걸린 모습은 언론의 기초인 인쇄업과 그 노고를 상징합니다.
퓰리처상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진과 기자분들을 배출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해당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취재를 떠났던 기자분들이 아프가니스탄, 캄보디아 등에서 목숨을 잃기도 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새삼 '종군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사명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진] 출처 Alamy Stock photo
퓰리처상 사진들은 전쟁과 주요 역사의 장면들을 '순간 포착'한다는 의의도 있지만, 그 사진들을 통해 역사를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비록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의 '퓰리처상 사진전' 내부를 촬영할 수는 없어서, 사진 첨부는 못 하였지만, 인상깊었던 사진들의 설명을 아래와 같이 첨부하였습니다.
1. 인종 차별에 대한 고발 - 'NCAA 챔피언에 대한 인종 공격'(1952)는 울탕과 로빈슨 기자의 사진입니다. 당시에는 흑인 선수가 백인 선수들 사이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슈가 되어, 기자들이 취재를 하러 갔습니다. 그러나 해당 경기장에서 흑인 선수 조니 브라이트는 백인 선수들의 표적이 되었고, 경기 내내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으면서 결국 턱이 부러진 채 경기장 밖으로 실려 나갔습니다.
["심판과 관중은 조용했지만, 사진은 침묵하지 않았다"]
해당 사진이 널리 퍼지면서, 미국에서는 '스포츠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겨났고, 스포츠계에서의 흑인과 백인의 차별을 고발하고 문제를 개선하는데에 앞장서게 되었습니다.
2. 한국은 아직 전쟁중인가? - '눈 무덤을 헤치고 나온 손 끝'(1951)은 맥스 덱스포 기자의 사진입니다. 손이 묶인 채로 땅에 생매장 당한 포로는, 쌓인 흙과 눈 틈으로 숨구멍을 만듭니다. 자신의 손도 구멍 위로 올려두었습니다. 그러나 제때 발견되지 못한채, 이미 손이 파랗게 질려버린 채로, 퓰리처상 사진으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맥스 덱스포는 사진에 대해 이와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They celebrate the start, of course, because it is never ending 한국인들은 전쟁의 시작만을 기념해요. 어쩔 수 없어요. 전쟁은 끝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끔 우리는 현재 대한민국이 '휴전 상태'이지 '종전 상태'가 아님을 망각하고는 합니다. 저 또한 퓰리처상 사진전을 보면서, 현재 전쟁 진행중이 아님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퓰리처상 사진전 속 전쟁의 참상들을 보면서, 그리고 '눈 무덤을 헤치고 나온 손 끝'(1951)을 보면서, 지금 이 자유로운 이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3. 당신은 방아쇠를 당기겠습니까? - '베트콩 사형집행'(1969)은 에드워드 T 애덤스 기자의 사진입니다. 1968년 2월 1일 에디 애덤스는 한 죄수를 호송하던 베트남 군인들을 취재 중이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한 군인이 권총으로 죄수의 머리를 향해 발사했습니다.
당시에는 '군인이 민간인 죄수를 죽인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으나, 이 사진에는 뒷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민간인처럼 보였던 해당 죄수는 많은 민간인들을 학살했던 베트공 장교였고, 학살의 대상에는 자신을 총으로 쏜 군인의 가족과 동료들도 있었던 것입니다.
에디 애덤스는 "가족과 동료들을 죽인 사람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지 말지는 그 순간이 되어 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퓰리처상 사진전에는 다양한 역사 현장을 기록한 사진들이 많습니다. 최근의 홍콩 시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 사진들도 많기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볼 수 있습니다. 2025년 3월 30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진행되는 해당 전시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