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내 취향은 확고하다. 특히 강력한 ‘베이스’가 강조된 음악을 선호하며, 묵직한 저음이 뇌를 울릴 때의 짜릿한 에너지를 즐긴다. 이런 취향 덕분에 헤드셋부터 스피커까지 대부분 보스(Bose) 제품을 사용할 정도로 베이스의 표현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처럼 베이스 음악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다. 바로 고등학생 때 ‘ UKF’라는 유튜브 채널을 알게 되면서 부터이다. 내 또래 중 베이스 음악을 좋아하는 리스너라면 익히 알고 있을 이 채널은, 단순히 음악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많은 사람들을 베이스 중심의 사운드에 빠져들게 만든 계기가 되었으며, 베이스 음악의 확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UKF를 통해서 EDM의 하위 장르인 덥스텝, 드럼 앤 베이스 등의 장르를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나의 음악 취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Welcome to the Home of Bass Music’라는 대담한 슬로건을 내세우는 UKF(United Kingdom and Frome)는 말 그대로 ‘베이스 음악의 성지’이다. UKF는 창립자 루크 후드(Luke Hood)와 AEI Group이 설립한 베이스 음악에 중점을 둔 레이블이자 음반사이며 베이스 음악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UKF는 UKF, UKF Dubstep, UKF Drum & Bass, UKF On Air 등 네 개의 유튜브 채널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UKF Dubstep 채널은 약 6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해 UKF의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
UKF는 베이스 음악이라는 큰 틀 아래 다양한 하위 장르의 믹스와 라이브 공연을 송출할 뿐만 아니라, 베이스 음악의 발전에 기여하는 고품질의 팟캐스트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자체 티켓팅 플랫폼을 통해 영국 전역에서 베이스 음악 파티를 기획하며, 베이스 음악 커뮤니티의 탄탄한 지지를 받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UKF의 시작은 창립자 루크 후드의 10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이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넘쳤던 그는 2009년, 16세의 나이에 Frome Community College 재학 중 친구들과 음악을 공유하고자 UKF Dubstep과 UKF Drum & Bass라는 두 개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 채널은 단 1년 만에 백만 명의 구독자를 모으며 급성장했다.
UKF라는 이름에 대해 여러 추측이 있었지만, 루크 후드에 따르면 이는 United Kingdom의 U, K와 그의 고향 Frome의 F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백만 명의 구독자를 단기간에 모은 루크 후드는 음악 소비 방식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했음을 깨닫고, UKF 브랜드를 확장하기 위해 런던으로 이주했다. 런던에서 그는 UKF의 지분 절반을 AEI Media에 매각하고, 세 번째 채널인 UKF Music을 설립했다. 이와 함께 'UKF Dubstep 2010'과 'UKF Drum & Bass 2010'이라는 첫 디지털 컴필레이션을 공개하며 베이스 음악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UKF는 루크 후드의 뚜렷한 철학 아래 다양한 신인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신인 아티스트들로부터 데모 작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라이브 스트리밍과 파티를 통해 그들이 대중 앞에서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했다.
UKF의 상징적인 트랙
UKF(United Kingdom and Frome)는 덥스텝과 드럼 앤 베이스를 대중에게 소개하며, 베이스 음악의 역사를 형성하는 중요한 트랙들을 선보여왔다. 초기 팬들에게 익숙한 상징적인 파란 스피커 이미지 시절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장르별 큐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베이스 음악을 대중에게 알리며, 여전히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UKF가 베이스 음악 커뮤니티의 열렬한 지지를 받게 만든 초창기 대표적인 트랙과 믹스셋을 살펴보고자 한다.
01. Blue Foundation – Eyes On Fire (Zeds Dead Remix) (2009)
캐나다 출신의 EDM 듀오 제드 데드의 "Eyes On Fire" 리믹스는 UKF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트랙이자 덥스텝을 상징하는 트랙 중 하나로 14년이 지난 지금 현재 기준 조회수는 약 1.7억회이다.
블루 파운데이션(Blue Foundation)의 곡을 덥스텝 스타일로 리믹스한 곡으로 에코가 듬뿍 담긴 독특하고 몽롱한 보컬과 함께 정교하고 절제된 베이스 드롭으로 많은 베이스 음악 리스너들의 사랑을 받은 트랙으로 제드 데드가 EDM 장르의 대표주자가 되는 것에 기여 했다.
02. Knife Party – “Centipede”
나이프 파티(Knife Party)의 대표곡 중 하나인 "Centipede"는 지네에 관한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나레이션으로 서서히 긴장감을 높인 후 강렬한 드롭과 베이스 라인으로 폭발적인 사운드를 보여주는 강렬한 트랙이다. UKF Dubstep에서 처음 소개되며 큰 인기를 끌었고 여전히 나이프 파티를 상징하는 트랙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03. UKF Dubstep 2010 (Album Megamix)
UKF Dubstep 2010 (Album Megamix)는 2010년 최고의 덥스텝 트랙들을 모아 UKF가 큐레이션한 컴필레이션 믹스셋이자 UKF 최초의 믹스셋이다. 플럭스 파빌리온(Flux Pavilion), 네로(Nero), 닥터 피(Doctor P)등의 굵직한 아티스트들의 트랙이 매끄럽고 유기적이게 전환되는 믹스셋으로 덥스텝 장르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를 담았으며 당시를 추억하게 만든다.
04. Nero – “Me and You” (Dirtyphonics Remix)
영국 EDM 트리오인 Nero의 "Me and You"를 더티포닉스(Dirtyphonics)가 리믹스한 곡으로, 2011년에 발매되었다. 해당 리믹스는 원곡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빠른 템포의 드럼 앤 베이스 요소와 복잡한 베이스라인을 추가하여 원곡보다 에너지 넘치는 사운드를 보여주었다. UKF Drum & Bass 채널을 통해 소개된 리믹스는 베이스 음악 커뮤니티에서 큰 주목을 받았으며, 더티포닉스만의 독특한 프로덕션 스타일을 잘 보여주었다.
05. Sub Focus – “Rock It”
영국의 대표적인 드럼 앤 베이스 아티스트인 서브 포커스(Sub Focus)의 초기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트랙으로 2009년에 UKF Drum & Bass를 통해 소개되어 베이스 음악 커뮤니티의 호평을 받았다.
매력적인 멜로디와 복잡한 드럼 패턴, 생동감 있는 신스 사운드가 결합되어 드럼 앤 베이스 씬에서 중요한 곡으로 평가 받으며 서브 포커스 디스코그래피에서 주요 곡으로 손꼽힌다. 현재 기준으로 약 한달 전에도 서브포커스는 UKF Drum & Bass 채널을 통해 최근 작업물인 Wildfire를 소개하는 등 처음 트랙을 업로드 한지 15년이 지금까지도 꾸준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UKF는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하여 1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베이스 음악의 상징적인 플랫폼으로 위치하고있다. 창립자 루크 후드의 변함없는 비전 아래, UKF는 음악 산업의 변화의 파도를 헤쳐 나가며 굳건히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신진 아티스트들의 작업물 소개와 함께 주요 플레이어들을 조명한 칼럼과 인터뷰를 배포하고, 유튜브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에 베이스 음악을 중심으로 큐레이션 된 플레이리스트를 업로드하는 등 여전히 최전선에서 베이스 음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다양한 플랫폼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며 몇몇 혹자들은 UKF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다소 약화되었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UKF는 여전히 베이스 음악의 성지로서의 상징을 유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입지를 굳건히 지켜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