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환경의 변화는 K-pop 산업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인터넷의 발전 단계(Web 1.0 → Web 2.0 → Web 3.0)에 따라 콘텐츠 소비 방식이 변했고, SM 엔터테인먼트는 이를 활용해 선제적으로 전략을 구축해왔다. SM은 Web 1.0 시기에는 기초적인 온라인 홍보를, Web 2.0 시기에는 소셜미디어 중심의 팬 커뮤니케이션을, 그리고 Web 3.0 시기에는 메타버스와 NFT를 활용한 디지털 자산 전략을 도입하며 K-pop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Web 1.0과 SM 1.0: 단방향 정보 전달에서 시작된 K-pop 마케팅
Web 1.0(1990년대~2000년대 초반)은 ‘읽기(Read-Only) 웹’으로, 인터넷이 단순한 정보 제공 수단이던 시기다. 사용자는 특정 웹사이트를 방문해 정보를 열람할 수 있었지만, 콘텐츠에 직접 참여하거나 피드백을 남길 수는 없었다.
이 시기 SM 엔터테인먼트의 마케팅도 일방향적인 광고와 브랜드 인지도 구축에 집중되었다.
H.O.T.와 S.E.S. 같은 1세대 아이돌의 프로필과 스케줄을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온라인 배너 광고를 활용해 팬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TV 음악 방송, 잡지 광고, 라디오 인터뷰 등 대중매체를 통한 노출도 필수적인 홍보 전략이었다. 이 시기의 팬덤 활동은 팬클럽 가입, 콘서트 및 팬미팅 참석과 같은 오프라인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즉, Web 1.0과 SM 1.0 시기의 공통점은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를 팬들이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이었다.
Web 2.0과 SM 2.0: 소셜미디어와 양방향 소통의 등장
Web 2.0(2000년대 중반~2020년대 초반)은 ‘양방향(Interactive) 웹’의 시기로, 인터넷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시대다. 블로그, SNS, 유튜브 등의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팬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로 전환되었다.
이 변화에 맞춰 SM 엔터테인먼트도 Web 2.0 시대의 핵심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마케팅 전략을 혁신했다.
유튜브를 통해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비하인드 영상과 자체 제작 콘텐츠를 선보이며 아이돌 그룹의 매력을 다각도로 부각했다. 트위터에서는 실시간 업데이트를 제공하며 글로벌 팬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강화했고,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멤버별 개별 계정을 운영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구축했다. 또한, V LIVE를 통해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며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했다.
이러한 전략은 팬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팬들은 SNS에서 직접 제작한 팬아트와 커버 영상을 공유하며 K-pop 콘텐츠 확산에 기여했고, SM은 이를 적극 활용해 ‘팬 중심의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했다. 나아가 ‘Beyond Live’와 같은 온라인 콘서트를 통해 국경 없는 글로벌 팬덤과의 실시간 소통을 가능하게 하며, K-pop이 보다 쉽게 해외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했다.
Web 2.0과 SM 2.0의 공통점은 기업과 소비자(팬)의 관계가 수평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SM이 콘텐츠를 제공하면, 팬들도 자발적으로 이를 소비하고 재창조하며 확산시키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Web 3.0과 SM 3.0: 메타버스와 NFT를 활용한 미래형 K-pop 마케팅
Web 3.0(2020년대~현재)은 ‘개인화(Personalized) 및 소유(Ownership) 중심 웹’의 시대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메타버스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직접 소유하고,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며, 가상 공간에서 활동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SM 엔터테인먼트는 Web 3.0의 특징을 마케팅 전략에 반영하며 새로운 팬 경험을 창출하고 있다.
현재 Web 3.0 시대에 접어들며, SM은 메타버스와 NFT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에스파의 가상 멤버 ‘ae-에스파’와 AI 기반 캐릭터 ‘naevis’를 도입하며 K-pop 세계관을 가상 공간으로 확장했다. 또한, 가상의 콘서트 공간인 ‘Beyond Live’를 통해 팬들이 아바타 형태로 공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마케팅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SM은 ‘SM META PASSPORT’를 통해 팬들이 NFT를 기반으로 멤버십을 소유하고, 독점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NFT 기반 디지털 포토카드 및 한정판 굿즈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며 새로운 팬덤 경제(Fan Economy)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더 나아가 SM은 팬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아이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카카오게임즈와 협력해 출시 예정인 ‘아이돌 매니저’ 게임은 팬들이 가상의 아이돌을 직접 육성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향후 NFT 기반 투표 시스템을 도입할 가능성도 열려 있어, 팬들이 그룹 활동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Web 3.0과 SM 3.0의 핵심은 ‘팬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콘텐츠의 공동 소유자이자 창작자가 된다’는 점이다.
SM 엔터테인먼트의 디지털 전략은 단순한 홍보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팬덤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었다.
Web 1.0에서는 기획사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했고,Web 2.0에서는 팬들이 직접 콘텐츠 생산과 확산을 담당했으며,Web 3.0에서는 팬들이 콘텐츠를 소유하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SM 엔터테인먼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K-pop 산업 전체가 디지털 자산 기반의 경제 모델을 구축하며, 글로벌 팬덤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K-pop 팬덤은 더 이상 ‘소비자’가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하는 핵심 참여자가 되었다. 앞으로 SM이 Web 3.0 시대에서 어떤 혁신을 펼칠지, 그리고 팬들은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