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말하자면, 필자는 [강철의 연금술사] 애니메이션의 완전한 '덕후'는 아니다. 그럼에도 전시에 관심을 가지게 된, 혹은 글을 읽을 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를 말해보자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출판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보고 따라 그리는 것이 그림 공부의 전부이던 어린 시절, '강철의 연금술사'는 주변 친구들 중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인기 있는 콘텐츠라는 이유로 보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인기 있는 무언가를 따라 한다는 사실에 대한 반발심이 있어서였던 것 같다.
그 후, 다시 애니메이션을 접한 것은 성인이 된 후였던 것 같다.
무언가에 푹 빠지길 요구하는 순수미술과에는 소위 말하는 '덕후'들이 많았고, 친구들에게, 혹은 교강사진에게까지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추천 받는 일이 늘어났다. 추천받은 애니메이션들 중 '강철의 연금술사'가 있었고, 일부나마 다시 보게 되었다.
신념이 있는 주인공과 매력적이고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에피소드들이 그 당시의 작업을 할 때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강철의 연금술사'는 내게 조금 어렵지만 매력적이고, 친근한 애니메이션으로써 기억에 남았다.
이러한 기억 덕분에 아트인사이트의 향유에 즐거운 마음으로 응할 수 있었고, 설레는 마음으로 전시를 보러 이동했다.
전시를 보며 느낀 감상은, 이 장르르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아주 즐거운 전시가 될 수 있으리라는 점이었다.
애니메이션 기획전은 '덕후'들만 즐길 수 있지 않으려나, 하는 생각에 걱정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으나, 애니메이션과 출판 만화의 주요 장면들과 더불어 기존에는 잘 볼 수 없던 삽화들과 작가의 코멘트까지 함께 볼 수 있던 점이 무척 좋았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는 기존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느라 바쁘기도 하고, 작가의 사적인 코멘트까지는 잘 볼 수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웠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연출 의도나 작품에 관련된 작가의 소소한 에피소드들도 볼 수 있어 무척 즐거웠다.
원화들도 전시가 되어 있어 출판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는 어렴풋하게만 느낄 수 있었던 작가의 필력과 채색 능력을 상세히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았던 그림
마카 외에도 회화 작업에서 사용하는 도구들도 사용한다고 하여 신기했던 기억이.
어느 장르든, 작가의 노력은 헤아릴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나 스토리라인부터 그림까지 전부 홀로 창작해낸 만화 장르에 대한 경외심마저 느꼈던 전시였다.
애니메이션을 잘 아는 이들에게도, 모르는 이들에게도, 혹은 그림과 스토리 자체에 흥미가 있는 이들에게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