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가교환이다. 내 인생의 반을 주테니까...네 인생의 반을 줘!!'
전 세계, 누적 발행부수 8천만부 돌파!
한국 최초, 드디어 전시로 찾아옵니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정교하고 매력적인 세계관, 연금술, 모험, 철학적 사고가 융합되어 완벽한 기승전결을 이룬 역작으로 손꼽히는 만화이자 애니메이션입니다. 지난 2021년 만화 연재 20주년을 기념해 일본 도쿄에서 처음으로 전시가 시작되어 말레이시아, 홍콩 대만을 거쳐 드디어 한국에 상륙합니다.
- 전시회 소개글 中
최근 홍대 덕스에서 열린 <강철의 연금술사전>을 다녀왔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아리카와 히로무 작품으로 방영되었던 애니메이션과 더불어 원작 역시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주인공인 에드워드와 알폰스 형제는 어렸을 때 죽은 어머니를 연금술로 되살리려고 하다 실패하여, 에드워드는 왼쪽 다리와 동생 알폰스를 잃고 말았다. 간신히 자신의 오른쪽 팔을 대가로 알폰스의 혼을 연성하여 갑옷에 정착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미 많은 것을 잃게 된 것이다. 그 후,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한 형제의 여정을 그린 것이 바로 만화의 주요 내용이다.
나는 원작인 만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이 작품을 접했었는데, 작품을 보면서 다양한 메세지와 완성도 높은 결말로 꽤나 오랫동안 여운에 빠져 있었었다. 스토리 소재와 전개 또한 상당히 깔끔해서 20년이 지난 지금도 유치하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인데, 오랜만에 추억에 다시 잠길 수 있다는 생각에 즐겁게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전시를 입장하면 스탬프 투어 종이를 준다. 요 스탬프 투어를 완료하면 아메스트리스 스티커를 증정해주고 있어, 전시를 돌아보며 도장을 찾는 소소한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스탬프는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의 SD 그림이었는데, 정말 귀엽게 잘 만들어져 있어 개인적으로 판매한다면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시 그 자체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원작인 '만화'를 중점으로 다루고 있는데, 소소한 디테일이 전부 <강철의 연금술사>에 맞춰져 있어 전시를 얼마나 신경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처음 전시장을 들어가면 피규어와 만화 표지, 그리고 안내문을 만나볼 수 있다. 같이 전시회를 찾았던 친구와 이 공간에 오래 머물렀는데, 둘 다 이 작품을 너무 재밌게 봤었기 때문에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피규어 등등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다르게 디테일에 감동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안내문을 작품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은 단번에 이해해 웃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작품을 애정하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전시는 크게 만화와 일러스트, 미디어 아트로 구성되어 있다. 만화의 경우,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원작의 장면들을 여러 파트로 구성해서 전시해두었는데, 만화 밑에 조그마하게 번역본을 넣어두어서 원작을 잘 모르는 사람도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한 부분에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만화 장면과 더불어 각종 소품 또한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작중 명대사나 중요 장면, 인물들의 소품을 곳곳에 배치해 작품을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다.
<강철의 연금술사>가 많은 주제를 담고 있는 만큼 전시 또한 원작이라는 큰 틀 안에서 다양한 구역으로 나뉘어서 진행된다. 모든 사건의 시작 또는 세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관계에 관해서 다루기도 한다.
가장 좋아하는 파트는 가족에 대해 다루는 공간이었는데, 주인공 형제가 이 모든 여정을 시작한 이유도 어머니를 살리고자 한 시도와 형제가 잃어버린 것을 찾는 즉,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들을 배신하고 떠난 아버지가 사실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늙어 죽고자 ‘불사’의 능력을 없애기 위함이었던 것이 밝혀지면서 감동을 주기도 했다.
흑백의 만화와 대비되는 일러스트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채색과 일러스트를 구성하는 방식이 다양하다 보니 캐릭터들의 매력을 맘껏 구경할 수 있었고, 일러스트 밑에 달린 코멘트를 통해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는지 알게 되면서 더욱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디지털이 많이 발달 되면서 원고 그림 또한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그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가 코멘트에 적어놓은 작업 방식과 물감의 변화 등을 통해 손으로 직접 그린 것을 알게 되어 꽤 놀랐었다. 손으로 그렸다고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깔끔하게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은 만화와 일러스트 아래에 달린 작가의 코멘트인데, 작품을 그려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를 적어두었다. 스토리의 큰 맥락을 언제부터 정해놓았는지, 당시 마감의 긴박한 순간, 주위 사람과의 잡담까지. 작품의 비하인드를 알게 해주며 작가를 좀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미디어아트는 정적인 전시의 분위기를 중간중간 환기시킬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작품이 연금술을 주요 소재로 하는 만큼 연금술진이 존재하는데, 이를 화려하게 영상으로 만들어 바닥에 비추면서 관람객들이 연성진 위에 올라가 체험하면서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준비해두었다.
또한, 작품에서 무척 중요한 장면을 성우의 목소리가 녹음된 영상으로 만들어 여운이 짙게 남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미디어는 마지막에 보여준 영상이었는데, 미디어를 중심으로 펼쳐진 일러스트가 조명과 함께 화려하게 빛나는 모습이 작품의 분위기를 잘 살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모든 전시를 보고 나면 앞서 말한 스탬프 투어 특전을 받는 공간이 나오는데, 이때 스티커와 함께 한 장의 메모지를 받게 된다. 여기 메모지에 자유롭게 메시지를 적어 벽에 붙이는데, 앞서 온 사람들의 메모지가 벽에 빽빽하게 붙어있는 모습은 작품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사랑 받았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천천히 메모지에 적힌 글들을 읽어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에게 전하는 편지, 전시 관람 후기, 구매하지 못한 굿즈의 울부짖음을 찾아볼 수 있는데, 전시를 마무리하기 아주 좋은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과거 자신이 정말 좋아하던 작품을 다시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이 전시의 가장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등장인물과 함께하며 그들과 모험을 함께하고, 나이를 먹고 난 후에 다시 만나 그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그들의 메시지를 마주하면서 활짝 웃게 되었으니 말이다.